[프라임경제] ‘가정의 달’ 5월에 즈음해 시중은행들이 특화상품 내지 이벤트 진행 등 뉴스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른바 효도 금융서비스나 어린이특화 금융상품 등을 판매해, 주요 고객들의 충성도를 더 높이고 가족들까지 유기적 연결을 지어 끌어들이자는 구상이 깔려 있다.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 이렇게 가입을 유도해 놓으면 장기적으로 거래할 것을 기대해 볼 수도 있어, 단순히 기존 상품에 이름만 그럴 듯하게 붙여 내놓던 근래 관행에서 점차 특별함을 가미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하나은행(086790)의 경우 하나금융그룹에서 자산운용사 등 여러 금융영역을 갖고 있는 만큼, 연계 펀드 판매를 접목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이벤트 진행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자기 그룹 계열사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경우는 큰 문제라고 할 수 없다. 어차피 판매 총량에서 비율 제한규정이 있기 때문에 필터링이 가능한 것. 문제는 이벤트 전면에 나선 상품들의 면면이다.
◆가정의 달 맞아 큰 맘 먹고 자녀 앞으로 가입? 근데 수익률이 영…
하나은행이 가정의 달에 즈음해 어린이 펀드 관련 이벤트를 론칭했으나, 관련 상품으로 제시된 펀드들이 전체 어린이 펀드들에 비하면 최근 수익률면에서 최우수군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쇠퇴가 시작된 상품에 새 고객을 끌어들이는 기회로 가정의 달을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
이벤트 해당 조건은 △하나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신규금액, 자동이체 금액을 10만원 이상으로 할 것 △자동이체 기간을 3년 이상으로 등록할 것 등이다.
이벤트 대상인 어린이 펀드는 △하나UBS 꿈나무 증권자투자신탁(주식형) △미래에셋 우리아이 3억만들기 증권자투자신탁G1호(주식형) △NH-CA 아이사랑 적립 증권투자신탁1호(주식형) △하나UBS i-사랑적립식 증권신탁1호(채권혼합형) 등이다.
그런데 펀드전문평가업체 제로인-펀드닥터를 통해 자료를 취합해 종합해 본 결과, 이들 상품들은 큰 메리트가 없는 사양길 펀드가 아니냐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품들을 모둠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 꿈나무, 3억 만들기G1호 그리고 NH-CA 아이사랑1호 등 여러 상품의 면면을 보면, 각 펀드의 고유 상품명 뒤에 숫자가 붙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산하에 다시 1,2,3 등의 숫자가 붙거나 A,B,C 등으로 구분되는 상품들이 여럿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서울 마포구 소재 모지점 관계자는 “이벤트 대상 펀드로 언급된 바로 그 (예를 들어) ***펀드의 1호에 딸린 1호-A, 1호-B, 1호-C 등은 이벤트 응모 대상이 되며, 다만 ***펀드의 2호, 3호 등은 가입하더라도 이번 이벤트 응모 대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가입에 상당한 가입시 선택의 폭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4개의 펀드 상품 아래 세부적 상품 바리에이션들도 더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나은행에서 이렇게 조성해 놓은 이벤트 대상 펀드군들을 모두 제로인-펀드닥터를 통해 살펴보니, ‘빛 좋은 개살구’격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하나꿈나무의 클래스A와 클래스C 3을 보자. 클래스A의 경우 2010년 상위 86%였으나 그 다음해인 2011년엔 상위 60%로 내려앉은 상품이다. 성적을 백분위 표현으로만 이야기하면 여기까지는 그래도 선방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수익률을 숫자로 찍어 보면 약간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다.
하나꿈나무 클래스A의 누적 기간 성적을 보니, 3년과 1년에서 각각 42.85%, -16.32%로 나타났다. 이를 동 기간 내 유사구성상품들 평균과 비교해 보니, 41.46%, -16.02%로 잘 하다 오히려 역전당한 상품임을 알 수 있다.
운용사 평균으로 비교해 봐도, 같은 회사가 갖고 있는 여러 펀드 중 ‘왕년의 히트 상품-흘러간 옛노래’ 케이스일 우려가 높다. 같은 꿈나무펀드의 클래스C 3도 유사하다. 심지어 이 상품은 하나은행이 100% 독점적으로 파는 상품으로, 어떻게든 상품을 밀어내야 할 부담을 갖고 있는 경우로 의심할 수 있다.
NH-CA 아이사랑 1호나 미래에셋 3억 만들기의 여러 버전들도 마찬가지다. 아이사랑 1호의 Class A와 Class Ce가 그나마 유형분석에서는 좀 나은 것도 같지만, 운용사 기준으로 보면 특히 우수한 상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제로인-펀드닥터 자료(운용사나 유사유형 상품 등을 분석한 것)로만 각 상품 건으로 놓고 보지 않고 다른 어린 이펀드들만 따로 추려낸 자료들도 활용해 겹쳐 봐도, 하나은행이 내세운 상품들이 퍽 우수한 편에 든다고 자신있게 추천할 만한 것은 아닌 것 같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어린이 펀드 29개를 추려 수익률을 낸 값이 있다. 금년 2월23일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는데, 이 자료를 보면, 전체 어린이 펀드의 3년 평균 수익률은 80.29%에 달한다고 한다. 위에서 이미 언급한 하나은행 이벤트 대상 어린이 펀드 상품들의 여러 3년 값들을 생각해 볼 때, 대조되는 대목이다.
◆어린이 펀드, 원래 충성도 낮은데 이벤트 욕심나면 3년 가입해라?
문제는 또 있다. 하나은행이 이번 이벤트 해당 조건으로 건 3년 가입 기간은 어린이 펀드에 있어서는 달성되기 어렵거나 크게 감수할 만한 부분이 아니다. 근래 자료를 보면, 어린이 펀드는 원래 최근 2년간 유독 5월에 가입이 급증했다 다시 6월이면 순유출되는 등 충성도가 낮은 상품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어린이 펀드만의 특장점, 더욱이 오래 계약을 끌고 갔을 때의 매력 요인도 크지 않다는 점도 3년 기간 가입이라는 조건을 내건 하나은행의 의도를 의심하게 한다.
어린이 펀드는 미래의 교육비 경감 및 어린이 경제 교육 심어주기 효과는 기대해 볼 만 하나. 실제 혜택은 일반 적립식 펀드와 ‘오십보 백보’다. 특히 장기적 세제의 혜택 등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가정의 달이라 해서 자녀를 생각해 가입을 할까 하는 고객들을 이벤트로 유혹하고 일단 개중에 3년 조건을 그대로 유지하는 고객이 일정 부분 발생할 것을 기대하는 식으로 진행한다면 이 이벤트는 부모의 심리를 ‘이용’하는 행위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맞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한편, 수익률도 타상품들에 비해 우수하지 않은 ‘한물 간’ 어린이 펀드들만 주워다 놓은 풀에서 이벤트를 진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올 여지가 있다면, 이는 일종의 ‘벙커(골프의 모래구덩이 함정)’라고도 못 볼 바 아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이 이벤트의 문제점을 점검할지, 이후 실제로 문제 소지가 있다면 이벤트 조기 종료 등 담대한 결정을 진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