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비가 내렸다 그쳤다 종잡을 수 없는 봄날씨 때문인지 싱숭생숭 한 주를 보낸 것 같습니다. 예년 이맘때쯤에는 따사로운 봄햇살로, 책상 앞에 앉아 춘곤증과 씨름하기 바빴던 것 같은데, 올해는 춘곤증을 호소할 만큼의 화창한 봄날을 보기 힘이 드네요. 이런 날씨 탓에 주변에서 부쩍 감기나 피로를 호소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감기와 피로를 떨치는 등 기분전환에는 ‘잘 먹고 잘 쉬는 게 약’이라는 얘기는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그래서 조민경의 도시락 새 맛집, 신 메뉴 이번호에는 봄날을 기다리다 지친 분들이 드시고 힘을 낼 수 있도록 이색음식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세계 6대 요리 중 하나로 손꼽히는 타이(태국)요리인데요. 최근 한 타이요리 전문점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에 찾아가봤습니다.
여의도 9호선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로 나와 조금 걸어야 합니다. 쭉 직진하다 그 길 끝에서 왼쪽으로 꺾어 걸었는데요. 100여미터 정도 가시다 보면 오른편에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있고, 그 맞은편에 골목이 하나 보입니다. 그 골목을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오른편에 ‘타이익스프레스’라는 주황색 간판이 나타납니다. ‘타이익스프레스’라는 글자 옆의 코끼리 그림은 한 눈에도 태국을 상징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타이익스프레스’는 1층에 위치합니다. 이색적인 분위기를 기대하며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밝은 오렌지 컬러를 메인컬러로 꾸며진 인테리어가 시선을 끌었는데요, 한쪽 벽면의 캐릭터 그림들은 자칫 과했다면 어지러울 수도 있었을텐데, 심플한 테이블의 단조로운 배치와 조화를 이뤄 모던하면서도 캐주얼한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모던하면서 캐주얼한 분위기의 타이익스프레스 매장. |
태국 등 동남아 음식은 향신료를 많이 쓰는 걸로 아주 유명한데요. 때문에 음식을 주문해놓고 어떤 맛일지, 또 특유의 향 때문에 잘 먹지 못하진 않을까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레트 톰 얌 수프’가 가장 먼저 나왔는데요. 세계 3대 수프 중 하나라는데 일단 모양새는 묽은 커리 같기도 하고 야채수프와 비슷하기도 했습니다. 대하 한 마리와 각종 재료들이 들어있었는데요. 한 숟가락 떠 맛을 봤습니다. 독특한 향만큼이나 첫 맛도 특이했습니다. 매콤하면서도 새콤하고 또 달착지근한 맛이 났는데, 특유의 양념 맛 때문에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두세번 더 먹다보니 오히려 그 맛 때문에 계속 숟가락을 가져가게 됐죠.
‘비프 팟타이’(좌)와 ‘소프트 쉘 크랩 커리’. |
맛 봐야할 요리가 하나 남았죠? ‘소프트 쉘 크랩 커리’인데요. 바삭하게 튀긴 소프트 쉘 크랩(게)와 계란, 양파를 넣어 걸쭉하게 만든 커리인데요. 흔히 먹는 커리와 비슷하면서도 독특한 양념 맛이 좋았습니다. 함께 나온 밥은 일반쌀과 달리 풀풀 날리는 밥이었는데요, 커리에 비벼 먹었더니 일반쌀에 비벼먹을 때와는 또 다른 질감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향신료도 많이 들지 않아 동남아 음식을 잘 드시지 못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음식을 다 먹고 나니 태국음식 고유의 향신료 향이 입안에 맴도네요. 입가심을 하기 위해 디저트 메뉴를 하나 시켰습니다. 실은 입가심 보다 디저트를 먹고 싶은 마음이 더 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자들에게 밥 배와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죠.
‘타이 첸돌’이라는 디저트를 주문했습니다. 타이 팜 슈거(설탕)가 들어간 코코넛 밀크 슬러쉬에 쫀득한 젤리가 들어간 디저트였는데요, 시원하면서도 부드럽고 달달함이 자꾸만 생각날 것 같은 맛이었습니다.
타이음식하면 향신료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요. ‘타이익스프레스’에서 맛본 타이음식들은 생각보다 향신료가 강하지 않아 큰 거부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또 주문 시에 고수나 향신료를 조금만 넣어달라고 얘기하면 맞춤으로 조리를 해주고 있다고 하는데요. 아직까지 향신료 때문에 타이음식에 도전해보시지 못한 분들도 이곳에서는 타이음식을 맛있게 드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옆의 테이블을 신경 쓰게 된다는 점인데요. 조용한 미팅이나 중요한 얘기를 나눠야 하는 날에는 이점을 고려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