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새해 시작과 함께 콜센터 업계에 활기를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했던 한국전력공사 입찰이 늦어지면서 콜센터 아웃소싱 업계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고객센터에 대한 입찰을 26일 재공고 했다. 이슈가 됐던 6개본부 운영업체 는 복수가 아닌 한곳에서 통합 운영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자세한 추진일정은 공고 되지 않았지만 5월중에 업체선정을 마무리하고 5월 31일까지 업무인수인계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입찰은 서울과 부산을 제외한 인천, 경남, 광주전남, 제주에 대한 공고를 지난 2월 29일 발주했었다. 이번 입찰은 제안서 접수를 며칠 앞둔 3월 14일 본사 일괄공고 검토로 공고 취소가 이루어진 후 42일만에 이루어진 재공고다.
한전 고객센터는 13개본부 902명으로 지난해에는 경기본부를 비롯해 7개 본부에 대한 운영업체 선정이 마무리 됐으며 올해 나머지 6개본부 481명에 대한 운영업체 선정을 앞두고 있다.
한전 6개 지역 고객센터 481명에 대한 운영을 아웃소싱업체 한곳에서 통합운영하게 됐다. |
한전이 3월 31일까지던 계약기간을 두 번 연장을 거듭하면서 고심한 끝에 각 지역별로 입찰을 진행하기로 한 것을 본사 마케팅처 영업운영팀에서 일괄진행하고 있다.
올해 한전 입찰에서 지난해 강세를 보인 그린CS와 ktis가 올해에도 강세를 보일지 주목된다. 현재 한전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아웃소싱기업은 그린CS, 유니에스, ktis 등 세 곳 뿐이다. 그린CS가 5개본부 367명, 유니에스 3개본부 260명, ktis 5개본부 275명으로 현재 그린CS 운영규모가 가장 크다.
올해 입찰이 진행되는 지역본부중 유니에스가 경남본부와 서울본부, 제주본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ktis가 인천본부, 그린CS가 광주전남본부의 고객센터 운영을 맡고 있다.
한전이 6개 지역에 대한 운영업체를 한곳으로 통합하기로 함에 따라 기존운영업체와 지원을 고려했던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수주하면 ‘대박’이고 떨어지면 그야말로 ‘쪽박’인 셈이다. 6개본부 481명에 대한 2년 운영사업예산은 315억4800만원에 달한다. 일반 중소 아웃소싱업체 1년 매출과 맞먹는 금액이다.
◆저가 가격입찰 ‘공멸’ 지름길
한전이 공개한 용역 도급비 산출내역을 살펴보면 직무대행료에 일반관리비 5%, 마진 7%를 잡았을 때 금액이다. 한전은 저가 입찰을 막기 위해 주간 상담사의 평균 직접인건비를 151만9670원 이상이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인건비에 경비와 공통운영비를 합하면 88%정도가 되고 일반관리비에 마진의 합인 12%를 더하면 사업예산이 된다.
최근 진행됐던 4곳의 공공부문의 입찰에서는 직접인건비인 88%만 청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인원이 몇 명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식으로 일반관리비와 마진을 포기한 것이다.
한전의 경우도 이전의 입찰에서 가격에 의해 업체가 뒤바뀌는 경우가 몇 번 발생했다. 기술능력평가에서 앞선 기업이 가격점수로 인해 업체가 바뀐 것이다. 수주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기업들은 높은 가격 보다 높은 점수를 택하기도 했다.
일단 따고 보자는 식의 가격입찰이 성행하고 있는 현재, 입찰을 앞두고 있는 한전의 가격에 대한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는 까닭이다.
한전이 6개 지역을 한곳에게 맡기기로 결정함에 따라 수주한 업체는 지사를 운영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지사망이 잘 갖춰져 있는 기업의 경우 큰 무리가 없겠지만 지사가 없는 기업은 한전 때문이라도 지사를 설립해야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한전과 비슷한 규모의 콜센터를 운영했던 업체 관계자는 “이직률과 사용업체가 요구하는 기타 제반 사항을 고려했을 때 사업예산의 98%이상을 쓰지 않으면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다”며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생각에 직접비만 쓰고 낮은 가격으로 수주한 경우 운영의 묘미를 아무리 살린다 하더라도 두 회사 모두에게 피해가 간다”고 저가 입찰을 경계했다.
아웃소싱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운영업체 선정에 있어서 몇몇 업체들이 여러 지역본부 운영을 독식 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렸던 게 사실이었다”며 “올해에는 한 개의 기업으로 집중되면서 박탈감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전 운영팀 관계자는 “가격점수에 신경 쓰기보다 기술점수를 높이는데 주력한다면 1점 이상 차이나지 않는 가격점수는 무의미 하다”며 “낮은 가격으로 일단 따고 보자는 식의 제안은 운영업체는 물론 한전입장에서도 아무런 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적정한 가격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사망 구축 상담사 수급 관건
한전이 두 달간의 고심 끝에 한 개의 업체에 운영을 맡기기로 한 것을 두고 업체들 간의 득실을 따지기 바쁘다. 기존 여러 운영 업체들이 한전을 운영하면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복수가 아닌 한곳으로 입찰이 나온 것에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또한 전국적인 지사망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가운데 상담사를 수급하고 운영하는 데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다.
운영업체를 한곳에서 통합 운영한 까닭에 대해 한전 마케팅처 운영팀 관계자는 “기존에 운영해 오면서 큰 문제는 없었지만 운영이 나누어져 있다 보니 하나로 통합해서 운영하는 것에 대한 니즈가 있었다”며 “효율성에도 도움이 되고 통일된 서비스 차원에서 올해에 한해서 시범적으로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방식으로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하나로 운영할시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해 동안 운영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사장님 경영방침이 혁신과 도전이기 때문에 성과를 분석해서 좋은 방안을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입찰에서는 사업수행 용이성평가에 지사여부가 배점에 포함돼 있다. ‘서울․인천․경기’, ‘전북․전남’, ‘부산․경북․경남․제주’ 3개 권역에 본사 또는 지사가 있는 경우 3점을 부여한다. 또한 ‘서울’에 본사, ‘부산․경북․경남․제주’에 2개 지사, ‘전북․전남’에 지사가 없는 경우 2점이 주어진다.
한전의 경우 다른 공공기관이나 콜센터에 비해 이직률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콜센터가 전국적으로 상담사 수급에 비상이 걸려 있는 상태이다. 지자체들을 비롯해 정부에서도 콜센터 상담사 양성을 위해 힘쓰고 있지만 그 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업체 내정설 ‘솔솔’
일부에서는 입찰 정정공고가 나간 후 40여일 동안 여러 안에 대한 추측이 난무 했다. 지역별로 인원을 묶어 2~3곳의 업체가 선정될 것이라는 이야기와 한곳으로 몰아줄 것이라는 이야기 중 비중을 두지 않았던 한 개의 업체로 결정됨에 따라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이미 제안서를 써놓은 기업들도 기존 제안요청서와 별다르게 바뀐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심정으로’ 처음부터 다시 고치는 분위기다.
특히,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烏飛梨落)”고 한전 입찰을 앞두고 한전의 사외이사가 겸직을 맡게 된 A기업과 한전 출신의 임원이 있는 B기업의 경우 이번 입찰에 어떤 영향이 있지나 않을까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그건 기우이고 우연의 일치라고 봐야한다”며 “이런 논의는 이미 있어 왔고 이번 입찰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투명한 입찰을 위해 1차서류 심사를 사내 관련 전문가 5명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 평가하고 2차 제안서 심사를 하게 된다. 제안서 심사는 사외 전문가 10명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처음 입찰 공고 때 보다 심사위원이 3명 늘었다. 또한 PT발표는 발표시간이 오히려 5분 줄어든 10분으로 변경 됐다.
◆도급 직원승계 기준 마련
한전은 최근 이슈가 됐던 도급 직원의 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수조건을 제시했다. 계약상대자는 직전 계약상대자의 직원이 희망하는 경우 고용을 승계하고, 직전 계약상대자와 노동조합 간 체결된 단체협약을 준수하도록 했다.
또한 계약해지 또는 계약기간 만료 시 다음 계약상대자가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한다는 단서 조항을 뒀다.
이외에도 도급업체의 편법 도급비 청구를 막기 위해 계약이행과 관련한 정산자료 및 통계자료를 조작하거나,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실적을 산출한 것이 확인된 경우 모든 불이익은 계약 상대자가 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