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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살인기업 현대건설” 산재사망률 1위국서 1위기업

3년간 사업장 산재사고 사망자 31명 건설사 통틀어 가장 높아

박지영 기자 기자  2012.04.27 10: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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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4월28일은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이날은 1993년 4월10일 태국 한 장난감 회사직원 188명이 불에 타죽으면서 마련된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매일 6300명씩, 매년 230만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다. 우리나라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삶을 마감한 노동자는 총 2114명으로, 하루 평균 6명씩 꼬박 죽어나갔다. 그렇다면 지난해 가장 많은 직원을 잃은 기업은 어디일까. 노동계와 통합진보당이 공동 작성한 A4용지 15쪽 분량의 ‘2012 살인기업 선정식 자료(최종)’를 토대로 살펴봤다.


1993년 4월 태국 케이더 장난감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여성노동자 174명을 포함한 188명의 직원이 목숨을 잃었다. ‘노동자들이 인형을 훔쳐갈지 모른다’는 이유로 회사가 밖에서 공장 문을 잠궈버린 탓이 컸다.

3년 뒤 이 사건은 세계 110여개국이 참여한 산재사망노동자 공식 추모의 날 마련의 기초가 됐다. 심지어 아르헨티나‧벨기에‧버뮤다‧캐나다‧브라질‧도미니카공화국‧룩셈부르크‧파나마‧페루‧폴란드‧포르투갈‧스페인‧대만 등 13개국은 이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해 놓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로 죽는 노동자 숫자다. 노동계에 따르면 2006년 기준 OECD국가 10만인당 산재사고 사망률은 영국이 0.7명으로 가장 낮다. 이어 △노르웨이 1.31명 △스위스 1.4명 △스웨덴 1.6명 △네덜란드 1.7명 순이다.

   
표= 한국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제공
반면 우리나라 산재사망 수준은 부끄러울 정도다. 우리나라 산재사고 사망률은 10만명당 11.4명으로 OECD국가 중 최하위다. 이는 사망률이 가장 낮은 영국에 비해 16배 높은 수치며, 주요국 평균에 비해서도 3~4배 위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재사망자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크게 줄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 연도별 사망노동자수는 △2005년 2493명 △2006년 2454명 △2007년 2406명 △2008년 2422명 △2009년 2181명 △2010년 2200명 △2011년 2114명 등이다.

이와 관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측은 “직업성 암, 직업성 호흡기질환 등 유해물질에 의한 장기영향으로 인해 사망한 노동자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라며 “통계에는 산재보험 급여를 받은 산재사망자수만 포함돼 있어 실제로는 더 많은 산재사망이 발생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OECD국가 중 산재사망률 한국 1위

그렇다면 가장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하루하루 목숨을 걸고 일을 해야만 하는 곳은 어딜까. 답은 현대건설이다. 지난 28일 산재사망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은 ‘2012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현대건설을 꼽았다.

역대 살인기업으로는 △2006년 GS건설 △2007년 현대건설 △2008년 한국타이어 △2009년 코리아2000(이천 화재사고 원청기업) △2010년 GS건설 △2011년 대우건설 등이 선정된 바 있다.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뽑힌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아파트 공사현장.
통합진보당 홍희덕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건설 사업현장에서 산재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총 10명으로, 그중 4명이 추락사했다. 안전망이나 안전고리, 안전펜스 등 기본적인 안전장치조차 미흡했다는 얘기다. 이어 붕괴/도괴‧협착 사가 4명, 충돌‧익사가 각각 1명씩이었다. 

문제는 건설현장을 통틀어 유난히 현대건설 사업장에 사망사고가 잦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지난 3년 간 현대건설 사업장에서 산재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총 31명으로 모든 건설사를 통틀어 가장 높다. 현대건설은 이미 지난 2007년에도 공동캠페인단으로부터 ‘최악의 살인기업상’을 수상한 바 있다. 

특히 현대건설은 가장 많은 산재장애인을 만든 곳이기도 하다. 한국산업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1년 2월까지 업체별 산재장애인수는 △현대건설 75명 △SK건설 62명 △삼성물산 60명 △GS건설 49명 △포스코건설 28명 순이다.

이와 관련, 공동캠페인단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현대건설은 2011년 건설매출 실적 1위인 기업”이라며 “현대건설은 책임질 능력이 없는 하청업체에 노동자 안전과 건강을 전가, 회피하려 들지만 바로 그 때문에 가장 많은 산재사망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제조사 1위 STX조선…삼성 ‘특별상’

현대건설에 이어 가장 많은 사망자수를 낸 사업체는 직원 7명을 잃은 GS건설과 롯데건설이다. 뒤를 이어 SK건설과 대우건설이 각각 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제조업 가운데선 STX조선해양이 5명의 사망자수를 기록해 불명예를 안았다.

   
 
백혈병 발생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전자 역시 도마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온라인 투표로 진행된 ‘누리꾼이 뽑은 최악의 살인기업상’에 선정돼 특별상을 받았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 초 전 세계 누리꾼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그린피스 주최 ‘최악의 기업(퍼블릭 아이 어워드)’에서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별상을 수상하게 된 삼성전자에 대해 공동캠페인단은 “삼성전자는 포브스가 인정한 세계 2000대 기업 가운데 26위의 거대기업”이라면서 “그런 기업이 발암 가능성이 있는 공장을 운영하면서 이를 노동자에게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예방관리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4월28일은 죽은 자를 기억할 뿐 아니라 산자를 위해 투쟁하는 결의를 다지는 날로서 전 세계 노동자의 생명 존엄성을 재확인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