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의 간판 SUV로 통하는 싼타페. 투싼ix도 베라크루즈도 그 영역을 감히 침범할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다. 그만큼 싼타페는 현대차에겐 효자이면서 국내 시장에선 대항마가 없을 정도의 위엄도 함께 내포하고 있는 모델이다.
이랬던 싼타페가 그동안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꾸준한 신차투입으로 혹은 자사 동생들의 견제에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이유인즉 부분 변경 모델인 싼타페 더스타일로 살짝 이미지 체인지 만 했을 뿐 풀체인지 모델이 유독 늦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현대차는 4~5년마다 풀체인지 모델로 파격적인 변신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국민 SUV 싼타페 3세대 모델을 출시하기 위해 유난히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 명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해 내야 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성공적이다. 다만 아직 완성도를 극대화 했던 터라 그 가격을 아직도 책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2005년 출시(CM) 이후 7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만큼, 국내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3세대 싼타페가 정통성과 명성을 계승할 수 있을지 직접 시승해 봤다.
‘거룩한 믿음(혹은 성스러운 신앙)’ 스페인어 싼타페(Santa Fe)의 의미다. 또 ‘샌타페이’로 읽을 경우, 40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뉴멕시코 주의 주도(州都)이기도 하다.
하지만 싼타페는 이러한 의미보다는 또 다른 의미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그것이 바로 지난 2000년 1세대(SM) 첫 출시 후 지금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총 250만여대가 판매된 대한민국 대표 SUV(현대차)다. 지난해 싼타페(1·2세대 모델 기준) 판매량만 해도 내수시장에서 2만6104대,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7만4391대와 1만3970대 판매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3세대 싼타페는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면서 국내외 많은 언론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현대차 역시 이번 모델을 앞세워 내수 부진의 긴 터널을 벗어나겠다는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이전 세대들이 쌓아온 ‘싼타페’의 정통성과 명성에 도전장을 내민 3세대 싼타페를 하나하나 파헤쳐 봤다.
◆블루링크, 전격 Z작전 키트 ‘환생’
7년 만에 새롭게 출시된 신형 싼타페 시승회를 위해 초대받은 곳은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어제까지 내린 봄비가 푸른 바다와 이를 닮은 파란 하늘이 드러나면서 기분까지 상쾌해졌다. 해안을 끼고 있어 그런지 바람이 불고 있지만, 햇살이 밝게 비추고 있어서 쌀쌀 하다기 보다는 선선한 느낌이다.
부푼 기대를 안고 시승을 시작하기에 앞서 현대차 직원으로부터 신형 싼타페에 최초 적용된 블루링크 서비스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직원들의 블루링크 서비스 설명은 참가자로 하여금 감탄사를 유발시켰다. 설명에 따라 스마트폰의 블루링크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켰다. 실행시킨 애플리케이션의 메뉴 중에 전원 버튼 아이콘은 원격 시동 및 온도조절이 가능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행정보와 소모품 관리 등 차량진단을 비롯해 주차 위치 및 최적경로, 원격 경적·라이트 제어까지도 가능케 했다. 이처럼 블루링크 서비스는 마치 ‘전격 Z작전 : 라이트 라이더(80년대를 초토화시킨 미드) 속 키트(인공지능 자동차, 폰티악 파이어버드)를 연상시켰다.
탑승하기에 앞서 외관을 살펴봤다. 이번 3세대 싼타페는 △전장 4690mm(기존 4865) △전폭 1880mm(1890) △전고 1680mm(1715)로 기존 모델에 비해 한층 날렵하고 세련된 모습이다.
기존보다 더욱 웅장해진 전면부 ‘헥사고날 그릴’은 카리스마를 더해 강렬함을 표현했다. 여기에 포지셔닝 램프을 비롯해 △아웃사이드 미러의 사이드 리피터 △보조제동등 △리어콤비램프 등에는 모두 LED가 적용돼 럭셔리함을 강조했다.
운전석에선 자연스럽게 8인치 사이즈 대형 내비게이션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목적지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다른 차들과는 달리, 스마트폰으로 찾은 목적지를 내비게이션에 전송하면 된다. 탑승해 번거로운 없이 바로 출발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 밖에도 균형감 있게 디자인 된 센터페시아와 독특한 형태의 에어컨 통풍구, 곳곳에 처리된 고급스런 내장 마감재들이 푸른빛 조명과 어우러져 모던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자아냈다.
뒷자석 공간은 탑승자가 타기에 충분히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특히, 2열 시트에 슬라이딩 기능의 적용으로 뒷자리 다리 공간이 넉넉했다. 또 4:2:4의 비율로 분할돼 가운데 부분만 내려 스키와 같은 짐을 싣고도 여유롭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으며, 필요시에는 3열 시트도 꺼내 이용할 수 있었다.
◆특유의 당당함, 거룩한 믿음으로 ‘진화’
본격적인 시승에 돌입했다. 블루링크로 이미 걸려 있던 시동을 끄고 재 작동시켰다. 시동이 걸리면서 디젤엔진 특유의 중저음이 미미하게 들린다, 기존 SUV를 생각하면 큰일 날 정도. 저속 주행이던 고속 주행이던 상관없다. 이점이 바로 신형 싼타페를 다시 재현하기 위해 시작한 첫 작업이라고 한다. 설계시작단계부터 싼타페는 소음을 대폭 개선해 보다 안락한 SUV로 진화한 작품이다.
드라이브 모드로 변속을 하고 엑셀레이터 페달에 발을 얹었다. 차가 힘차게 튀어 나갔다. 3세대 싼타페에 R엔진 중 시승 차량에 탑재된 2.2 R엔진의 효과다.
고속도로에 접어들어 엑셀레이터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순식간에 시속 100km를 넘어갔다. 강력한 2.2 R엔진이 발휘하는 최대토크 44.5kg·m, 200마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것이다. 초기 가속 능력뿐만 아니라 주행 중 가속에서도 R엔진의 파워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180km에 이르는 속도에도 차체의 안정성으로 떨림이나 소음은 기대 이상이었다.
시승을 마친 싼타페의 최종 연비는 10.3km/l. 테스트 드라이브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썩 괜찮은 편이다. 자사 모델인 소형 SUV들은 10km/l를 넘지 못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하지만 싼타페의 단점은 다름 아닌 블루링크가 선택이 아닌 기본 사항이라는 점이다. 물론 최첨단 시스템이긴 하지만, 결국 블루링크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텔레매틱스’의 일종이다. 즉, 나처럼 아직 2G 핸드폰을 고수하고 있는 사람들은 최첨단 기능을 체감할 수 없으며, 옵션이 아니라는 측면에선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김충호 사장은 국내 5만대를 포함해 내년에는 전 세계에서 38만5000만대가 판매 목표라고 말했다.
이미 싼타페는 사전계약 11일 만에 계약 대수 1만대를 넘길 정도로 전 국민적인 지지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본격적인 판매에 앞둔 3세대 싼타페가 ‘SUV의 종결자’가 될지, 아님 싼타페를 ‘종결’시킬지의 여부는 어떤 가격에 따라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