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권 말기 현상이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임기말 정권 핵심부에서 비리가 잇따라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가 ‘레임덕’을 본격화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며 실세중의 실세 자리를 군림했던 이른바 ‘방통대군’(현 정권 방송통신 권력자를 이르는 표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24일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 금품수수 사실을 인정하고, 받은 돈을 이명박 당시 후보의 대선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바로 하루 뒤인 25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돈을 받은 시점 직후가 대선이 다가오는 시절이었기 때문에 얼떨결에 ‘내가 독자적으로 MB 여론조사를 하고 했거든’이라고 말했지만 이 후보 캠프의 정식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는 게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이어 “청와대에 보탬이 돼야 하는데, 오히려 짐이 되는데 대해 한없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도 했다. 뒤늦게나마 청와대로 불똥이 튀는 것을 막으려는 듯 한 모습이 역력하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대검 중수부는 25일 오전 최 전 위원장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고, 파이시티 시행사 이모 전 대표의 진술을 바탕으로 최 전 위원장이 받은 돈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 전 대표가 브로커 이모씨에게 건넨 금액을 11억5000만원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실제 최 전 위원장에게 전달된 금액은 더 클 것으로 보고 돈이 흘러들어간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
그런가 하면 지난 24일 청와대는 또 한 번 뒤집혔다.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이 대기업 오너로부터 수차례 룸살롱 접대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유에서다.
곽 위원장은 지난 2009년 6월부터 이재현 CJ그룹 회장으로부터 강남구 청담동 모 룸살롱에서 6~7차례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위원장에 이어 곽 위원장까지 이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비리가 잇따라 터지면서 청와대도 불안한 모습이다. 특히 검찰은 최 전 위원장 외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이번 사건의 로비 대상이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수사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지만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줄줄이 비리 연루 의혹을 받음에 따라 레임덕 가속화가 우려되고 있는 형국이다.
앞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부산저축은행그룹 로비스트로부터 청탁과 함께 1억3000여만원을 받았다가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차관도 이국철 SLS그룹 회장에게 1억3000여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다.
집권 초기부터 “기업의 돈을 받지 않고 탄생한 정권”이라고 강조해 왔던 이 대통령의 주장은 근거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도덕 불감증 정권’이라는 딱지가 붙게 됐다는 평가다.
또 이 대통령 부인 김육옥 여사의 사촌오빠가 로비 대가로 4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는 등 친인척 비리도 적지 않았다.
정권 출범 초기인 2008년 김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가 비례대표 공천을 대가로 30억원을 받아 실형을 선고받았고,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은 SLS그룹 구명로비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다.
한편,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를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2007년 대선자금 전체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까지 검찰이 현존 권력에 대한 수사를 성역 없이 진행한 적이 없어 이를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
어쨌거나 정권 말기 혼돈에 빠진 청와대는 현재 태연한 척 하고 있지만 멘탈 붕괴 상태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