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제일은행(오늘날의 SC은행), 외환은행에 이어 또 외국인 주인을 맞이하는 은행이 나오나? 블룸버그통신이 한국정부가 우리금융지주(053000) 매각에 대해 외국인에게도 내국인과 동등한 입찰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25일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여러 발언을 통해 우리금융의 매각(민영화) 재시동 의지를 밝혔으며, 특히 분할매각보다 전체를 매각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는 의중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외신 보도는 김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이 공수표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민영화 재추진에 속도를 낼 것임을 방증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언제까지고 책임론에 발목잡히기엔 문제 심각" 대책반장 결단
공적자금을 안고 있는 애물단지 우리금융.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민영화 재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분할매각없이 전체매각할 뜻을 분명히 한 가운데, 외국인에게도 매각 국면에서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외신을 통해 선언, 더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에 드디어 우리금융 민영화가 성가될지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회현동 우리금융-우리은행 본사. |
사모펀드에 넘기는 방안도 논의된 바 있으나, 국민정서상 문제라는 주장에 발목을 잡혔다. 금융지주사가 사는 것이 그나마 이상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미 하나-외환간 짝짓기가 끝났고, 신한이나 KB쪽은 여력이 없고 또 매각이 아닌 대등합병론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하는 등 매각 처리도 힘들고 대등합병 추진도 쉽지 않은 어려운 사정에 빠져 있다.
◆착한 외국계 투자자 찾아라! 코메르츠방크의 추억
외국계로 넘어가는 것은 국민정서상 책임론에 휘말릴 여지가 있다. 하지만 론스타펀드 등의 경우만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1997년 IMF 구제금융 당시 코메르츠방크(독일) 등이 어렵게 은행 구조조정을 추진하던 우리 당국에 힘이 되어주는 투자자로 들어왔던 바를 생각해 보면, 꼭 '나쁜 투자자'로만 외국계를 백안시할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또 김 위원장이 여러 차례 대책반장격으로 어려운 상황을 풀어온 경험자인 데다, 이미 오랜 공직 생활로 명예로운 은퇴에 더 관심이 있을 지위와 경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듭을 이쯤에서 내가 풀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변양호 신드롬'이라는 문제로 관료들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보신주의에 빠진 것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변양호 신드롬을 참조해 처리하면 형사 책임론 등을 모두 피해갈 수 있고, 김 위원장처럼 '선공후사' 성격이 강한 인사가 주도권을 쥐면 구설수에 오르내릴 수 있다는 마지막 난관도 큰 걸림돌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총대를 매고 나선 것만은 사실이지만, 이를 100% 혼자 짊어질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나온다. 외국인 매각의 길을 터 주고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은 전적으로 김 위원장과 금융위원회(및 그 산하의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몫이라기 보다는 국회에서 함께 논의할 부분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회가 19대 임기를 5월에 시작하고 현안을 처리할 때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융위는 일명 3대 금융법안(자본시장법·예금자보호법·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어떻게든 18대 국회에서 처리해 보려고 노력한 바 있으나, 국회의 임기말 공회전으로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이번 우리금융 문제는 19대 국회가 개원한 뒤, 곧바로 대선 정국으로 흐르면서 금융권 현안이 뒷전으로 밀리지 않도록 여야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과제를 선결조건으로 달고 있는 이슈나 다름없다. 실제로 IMF 국면에서도 제대로 된 외국의 투자를 받기 위해서 우리 당국의 역할론을 요구했던 전례들이 많음을 볼 때, 이러한 정치적 해법이 김 위원장의 수술 과정 내내 보조적 역할을 해 줘야 한다는 풀이는 그래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