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미국-이란 갈등으로 인한 페르시아만 위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유류세의 구조 등 여러 문제가 겹쳐 구매력 기준으로 따졌을 때 유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를 상회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렇게 기름값으로 인한 서민들의 고민이 깊은 가운데, 한 푼이라도 절약을 할 방법을 찾아 제휴카드 사용 등 눈물겨운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등장한 방법 중에 가장 최근에 등장했고,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알뜰주유소’다.
알뜰주유소를 등장시켜 유가 경쟁 효과를 유발하다는 당국의 구상은 특히 금융상품과의 결합 방식을 가미함으로써 이용 고객의 혜택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금융기관 중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쪽은 2월말 이미 알뜰주유소 제휴를 맺은 우리은행이다. 당국은 우리은행(053000) 외에도 신한카드(055550), 삼성카드(029780) 등 국내 주요카드사와 우대카드 출시를 위한 제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지는 등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역시 이러한 당국의 움직임에 적극 부응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23일, 서울톨게이트(궁내동 소재)에서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알뜰주유소 대국민 홍보를 실시했다.
이 행사에는 이순우 행장이 몸소 직원들을 대동하고 나서는 열의를 보였다. 이런 모습에 화답하듯 한국도로공사측에서도 장석효 사장이 직접 참석했다. 이들 두 고위 관계자는 이날 알뜰주요소 홍보 팜플렛을 차량 운전자에게 전달하고, 관련 입간판을 세우는 등 알뜰주유소 취지를 알리고 관련 상품을 홍보하는 효과를 올렸다.
◆외국선 이미 ‘광의의 국책은행’ 낙인…‘과도한 정부 줄서기’ 좋지 않아
우리은행 이순우 행장이 알뜰주유소 관련 무리수를 둬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 중 검은테 안경을 낀 이가 이 행장.
그런데 사진에서 보듯 알뜰주유소 관련 정보를 제공(전단지 형태)하고, 또 우리은행의 관련 카드를 입간판 형식 배경으로 같이 홍보하는 등으로 행사를 진행할 경우,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우리은행이 갖는, 공적자금이 대거 투입된(아직 일부 회수되지 않아 민영화 재추진이 절실한) 특이한 위상 때문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이번에 이란 제재를 할 때 우리은행의 위상 문제에 대해 미국 정부가 간접 판단을 한 바도 있다.
즉, 비석유 거래에 있어, 이란과 거래 창구가 되는 우리은행 등 2개 은행은 ‘광의의 국책은행’이라고 미 당국은 판단했다. 한국은 국책은행을 통해 이란과 거래하기 때문에 이미 비석유 부문에서 예외인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는, 민간은행이 이란측의 자금 파이프라인을 하면서 자기 고객(중 하나인 상대방 즉 이란)의 이익 극대화 등을 위해 노력할 여지가 없다고 본 셈이다.
더욱이 우리금융지주 이팔성 회장은 민영화에 대해 열의를 갖고 최근 여러 언론에 발언을 하고 있고, 금융위원회쪽에서도(김석동 위원장 모 언론 인터뷰 내용) “쪼개 팔지 않고 통으로 경영권 매각을 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선 이미 금융지주법의 제약상 국내 금융그룹들이 거의 나서지 못하게 된 바 있고 그 여파는 향후에도 크게는 변하지 않을 모양이며, 이런 상황은 (사모펀드에 매각을 하지 않는 한) 외국 거대자본에 팔든지 합병을 추진해야 된다는 뜻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 매물로서 우리은행을 보면, 과연 국책은행으로서의 구조를 가진, 더욱이 늘 기름값 문제에까지 행장이 끌려다니는 듯한 인상마저 주는 은행을 과연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전통이 약한 외국계(특히 영미계) 민간자본이 이해해 줄 것인지 미지수다.
이번 핵안보 행사와 관련해서도 우리은행은 본점 정면에 가장 적극적으로 홍보 현수막을 거는 등 국책은행 같은 분위기를 내 눈길을 끌었다.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사진. |
◆특정 상품 조건 설명, 모집 행위 규정 문제
더욱이, 신용카드사 등을 규율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과 그 시행령상, 이러한 행장의 관련 정보 제공과 간접 판촉 행보는 상당한 논란의 소지도 내포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일명 은행계 카드를 운영 중이므로, 은행으로서 이 법의 규정을 전업계 카드사와 함께 받는 위치에 있다.
이 법 시행령에 보면(시행령 별표 1의 3), 카드 모집에 있어 잘못된 정보 즉 부당하게 특정 상품이 타상품에 비해 유리하게끔 보이게 왜곡 제공하거나(시행령 별표의 <1. 의 다. 항목> 즉 “신용카드등이용조건의 비교대상 및 기준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거나…” 부분에 저촉, )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우리은행 측에서 홍보에 나선 일명 알뜰주유소에 대해 가격경쟁력은 과연 있고, 또 그 배경으로 함께 홍보를 한 우리은행 알뜰주유소 카드의 이익은 있기는 한 것일까?
23일, 모 방송사 보도에 따르면, 모 광역시 알뜰 주유소 1호점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28원(일반 주유소보다는 50원 정도 싼 편). 하지만 같은 광역시 일부 개인주유소나 셀프 주유소보다는 오히려 비싸다. 이에 따라 해당 기사에는 “가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도 알뜰주유소를 굳이 찾을 필요가 없다”는 첨언까지 들어갔을 정도다.
그런데 이에 기반한 상품을 우수하다고 홍보하는 셈이면 문제가 없을 수 없다.
더욱이, 시행령 별표 <2. 의 가.> “신용카드업자의 비영업직 임직원에 대하여 과도한 성과금을 지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용카드회원등을 모집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행장이 참석하는 행사에 동원된 임직원이 전단을 배포하는 등으로 알뜰주유소 및 그에 관련된 우리은행 카드를 알리는 광의 행보를 보인 경우, 성과급은 아니어도 반강제적이며 양심에 반한 인력 동원으로 보지 못할 바가 아니다.
◆‘우리 알뜰주유소 카드’ 설계 자체에도 ‘옥의 티’?
우리은행은 유가 절약과 관련, 여러 상품을 갖고 있으나 이번 알뜰주유소 카드 띄우기로 무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의 다른 신용카드인 오일100카드 상품의 홈페이지 홍보 장면. |
취재 결과에 따르면, 이 상품은 같은 은행 다른 유가 절약 관련 혜택 특화 카드 상품과(혹은 타카드사 유사 제품) 꼼꼼하게 따져 보기 전에는 과연 이득인지에 대해서 알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카드부문 관련 홈페이지 열람 자료 취합 및 고객서비스센터에 문의해 본 바로는 이 상품을 알뜰주유소에서만 사용하면 일단 우리은행 ‘오일100 카드’보다는 적립액이 큰 것으로 보인다.
알뜰주유소 카드는 우수고객의 경우 리터당 120원, 일반고객은 80원이며, 오일 100을 쓰는 경우 리터당 우수고객 100원, 일반고객 80원이라 한다.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단, 주유 사용액에 기준가를 적용, 채운 기름 리터를 역산할 때 기준가 적용 문제다. 이에 대해 두 상품 모두, GS칼텍스 기준가라 설명하고 넘어가고 있다.
GS칼텍스 기준가에 대해서는 설명이 약간 필요하다. 일정한 카드 매출액을 발생시켰을 때, 리터당 할인이나 적립을 조건으로 건 경우 기준선(리터당 유가는 얼마)이 필요하게 된다. 다만 기름값은 개별 소매 주유소 뿐만 아니라 정유사간에도 상이하기 때문에, 이 기준선을 GS칼텍스 기준가로 잡겠다는 약속을 카드사와 고객간에 정한 것이다.
그런데, GS칼텍스 기준가는 매주 변하지만, 이는 그때그때 개별 카드사들에 문의하면 쉽게 알 수 있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우리은행 카드 상담원쪽에 문의해 보니, 24일 기준 1만원에 320원이라고 답했다(이는 한 단계 추가로 계산해 설명을 해 준 것이다. ‘지금 GS칼텍스 기준가를 적용해 보니, 1만원을 주유할 때 320원 적립 효과가 발생한다고 이해하면 쉽다’는 설명을 고객에게 제공한 셈이다. 실제로 고객은 기준가가 리터당 얼마인지 등을 궁금해 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길 원하는 경우가 많아 이렇게 대답하는 것으로 보임). 그런데 알뜰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은 경우 기준가를 묻자, 오일 100과 알뜰주유소, 두 카드상품을 비교할 때 적립액 차이에 대한 답이 돌아왔다(즉, 의외의 질문이 나오자 잘못 알아들은 것). 알뜰주유소의 기름값 기준액이라고 재차 문의를 하자, 앞에서 말한 가격을 쓰면 된다고 설명한다.
즉, 알뜰주유소 기름값의 기준가라는 잣대가 일반주유소의 기준가와 함께 적용될 바에는 이를 갖고 리터수를 역산해 그에 따라 혜택 적립액을 받는다는 게 왜곡된다는 곤란한 사정이 생긴다(실제로 이 알뜰주유소 기름값의 불투명함에 대해서는 통신사 뉴시스에서 일선기자 칼럼인 ‘기자수첩’이 나온 바도 있다).
결국 △행장이 몸소 나서 정부의 시책에 적극적으로 분골쇄신하고 △이런 와중에 자사 카드의 홍보적 효과를 직간접적으로 제공하거나 제공된다는 점을 알 수 있었으며 △그 해당 상품인 우리은행 알뜰주유소 카드가 시작부터 일정 부분 잘못 꿰어진 점 등을 모두 감안할 때 이번 도로공사와의 랑데부 행사는 적절치 않았다는 평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