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 14일 검찰이 100억원 규모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국내 한 대형증권사 대표에 대한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M방송국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 D증권사의 L대표는 지난 3년여 동안 회사 옥외광고들을 10여명에게 몰아주고 대가로 매년 3억원 수수하는 한편 임원급 인사들을 끌어들이면서 스카우트비를 부풀려 일부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16일 출근해 오전 회의를 마치자 몇 군데 증권사 홍보담당 부서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모든 통화는 기사에 언급된 증권사가 어딘지, 자신이 몸담은 곳의 얘기가 아닌지 또 기사가 확실한 지를 묻는 내용이었습니다.
문제의 증권사가 어디인지 알고 있는 저는 물론 아는 범위 내에서 사실대로 답변해줬고 수화기 건너편 나지막한 안도의 한숨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몸담은 업체의 대외적 처신을 위해 기업 전반의 내용을 알아야할 홍보부서에서도 최고위급 임원과 관련된 일은 직접 얘기를 듣지 않는 이상 알기가 힘들다는 공통된 답변도 들었습니다.
대외비 이상의 정보는 취급하면서 정작 윗사람들의 정보는 다른 곳을 거쳐 들어야 하는 이들의 고충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뉴스에도 나올 정도의 이슈조차 파악하기 힘들다는 이들의 얘기는 선뜻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이후 지난 19일 저에게 전화를 했던 증권사 가운데 한 홍보부 관계자와 오후 미팅자리가 있었고 이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막상 듣고 나니 허탈한 맥 빠지는 얘기였습니다.
"얘기를 해줘야 알죠. 매일 아침 부서별 회의나 임원회의에 끌려가 한 줄의 정보보고라도 하지 않으면 깨지는 반면 우리 회사 임원과 관련한 얘기를 듣고 제가 질문을 하면 '그래? 그 얘기가 나갔어? 그냥 그런 얘기가 있다는 정도만 알아둬'란 말로 얼버무립니다."
홍보부서의 경우 회사의 장점은 물론 문제까지 파악하고 있어야 제대로 된 대외활동을 할 수 있지만 사내에서도 자체적인 허물을 밝혀내기는 커녕 알아차리기도 쉽지 않은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