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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금융 고객, 상생 넘어 미래 시장 선점 ‘쟁탈전’

국내 거주 외국인 100만명 돌파, 고객 유치 무시 못해

노현승 기자 기자  2012.04.24 13: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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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거주 외국인 100만명 돌파, 다문화 가구 12만을 넘어선 대한민국은 더 이상 단일민족 국가가 아닌 사실상 다민족, 다문화 국가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비례 대표로 헌정사상 처음 외국인 출신 이자스민씨가 당당히 국회에 입성했으며, 우리나라를 해외에 널리 알리면서 관광산업의 콘트롤 타워라고 할 수 있는 한국관광공사 사장 역시 귀화한 벽안의 이참씨가 사장으로 있다.

이러한 사회 현상을 반영하듯 정부와 국회에서도 다문화 가정과 이주민들에 대한 각종 지원책과 공약들이 제시되고 이들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 및 일 자리 창출에 정부와 기업이 조화를 이루는 것을 감안한다면 새삼 놀랄 일도 아니다.
   
외환은행 본점 영업부 지하1층 외국인전용 영어/일본어 상담 데스크에서 영어 전담직원이 외국인고객을 대상으로 금융 및 비금융 상품을 상담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 다문화가정과 이주민들에 대한 사회공헌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 최근 눈에 띄는 것은 은행권의 ‘다문화와의 교감’이다. 이러한 행보는 단순히 외국인고객을 위한 언어적 지원이나 결혼이주여성을 채용하는 등 일종의 사회공헌활동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진행 중인 각종 정책 역시 급격히 늘어난 다문화가정과 외국인거주민에 대한 지원활동을 함으로써 성숙한 다문화 시대 고객 창출 효과를 유발하기 위함이다.

◆결혼이주민, 다문화가정 자녀 채용

IBK기업은행(024110)은 국내 최초로 다문화가정 결혼이주민 행원 1기 12명을 공개 채용했다. 현장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들의 출신국은 베트남(6명), 중국(3명), 네팔(1명), 인도네시아(1명), 필리핀(1명)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은 앞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지역인 서울 이태원을 비롯해 경기 군포, 대구, 인천, 충남 천안 등에 근무하며 금융상품 안내 및 판매, 통역 등을 담당한다. 최장 2년간 계약직으로 일한 뒤 근무성적에 따라 정규직 전환 등 채용형태가 결정된다.

이에 앞서 외환은행(004940)은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100명 채용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를 우대하기로 했다고 밝힌바 있다. 또 다문화가정 자녀가 입사하면 체계적인 인력개발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금융전문가로 육성키로 했다.

부산은행은 현재 2명의 결혼이주민이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채용된 이들은 영업점을 순방하며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환율이나 수수료 등 해외송금 및 환전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경남은행도 금년 초 울산지역 영업점에 중국인과 베트남인 등 결혼이주민 4명을 추가로 채용했다.

이 은행에 근무 중인 결혼이주민 직원만 모두 9명이다. 이들은 외국인 근로자지원팀 등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외국어 책자·스마트폰 앱 제공

   
신한은행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제작한 외국어 금융거래 안내책자.
신한은행(055550)은 외국인 및 국내 체류 결혼이주민을 위해 7개 국어로 된 금융거래 안내책자를 만들어 배포중이다. 안내책자는 영어를 비롯해 중국어·베트남어·인도네시아어·태국어·러시아어·몽골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안내책자는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포켓사이즈로 만들어졌으며 영업점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외국인 상담 전용 창구인 글로벌데스크와 영어·중국어·일본어·베트남어 등으로 업무를 볼 수 있는 콜센터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 뱅킹 서비스 역시 9개 국어를 지원한다.

외환은행은 본점 영업부에 외국인 전용 상담데스크를 설치하고 외국인 고객을 위해 금융 및 비금융 토털 지원 서비스인 ‘오메가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이 서비스는 외국인이 국내에 어려움 없이 정착할 수 있도록 금융 뿐 아니라 통신·문화·레저 등 비금융 부문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해주는 것이다.

◆자국 은행 온 듯 편안한 서비스가 관건

오프라인에서의 영업 지원 역시 각 은행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하나은행(086790)은 한국에 와 일하고 있는 중국 한족 내지 조선족 고객을 위해 중국인 밀집 주거지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가리봉 지역에 중국인고객 전용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나은행이 가리봉동 89-138에서 운영 중인 구로동지점 내 중국인전용 코너 사진.

이 영업점은 내부에 들어가면, ‘반반 운영’을 하는 점이 눈에 띈다. 우리 고객을 위한 점포 반, 중국 관련 지원 특화 창구 반으로 나뉘어 있는 것이다. 중국인 직원 2명과 중국어에 능통한 국내직원 2명 등 4명이 배치돼 중국인 고객들이 모국어로 편리하게 상담과 업무처리를 할 수 있다.

간판 자체도 하나은행의 중국식 명칭인 ‘韓亞은행’이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의 외국인 및 다문화가정 서비스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공헌은 회사 이미지, 신뢰도를 높이게 되고 이는 기업의 자산으로 축적되기 때문에 이미지 제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점차 늘어나는 이들에 대해 미래 고객 선점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