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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⑱] 박찬선의 이론조론(理論造論)

암묵지와 형식지

박찬선 부사장 기자  2012.04.24 09: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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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였던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을 했다. 그 동안 우리나라 속담인 줄 알았었는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진리는 통하는 가 보다.

아는 것, 즉 지식이 힘이 된다는 통찰은 현대와 같은 고도 산업사회이자 정보사회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현대사회에서 지식은 과거의 물리적, 금전적 자산과 같이 그 실질적인 중요성이 커지면서, 지적 자산(Knowledge Asset)이라고 불리며, 점차 지식의 힘이 곧 사회의 번영을 좌우할 만한 결정적 요인으로 변화되고 있다.

자료와 정보에 대해서 ‘특별한 목적이나 의도가 없는 원천적인 형태의 자료’를 자료라고 한다면, ‘어떤 목적이나 의도에 부합되는 분석·가공된 자료’를 정보로 구분했다. 그렇다면 정보과 지식의 차이는 무엇일까? 학자들은 정보를 ‘어떤 목적이나 의도에 부합하는 가공된 자료이지만, 수동적으로 주어진 정보’라고 한다면 지식은 ‘주체 즉 의사결정자에 의하여 정보가 활용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주도적인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 마디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지 못하고 써먹지 못하는 정보는 지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자면 “아는 것을 실행하는 것이 힘이다.”라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이러한 지식도 여러 가지 기준에 의해서 분류되고 체계화 할 수 있는데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개념이 바로 암묵지(Tacit Knowledge)와 형식지(Explicit Knowledge)이다.

헝가리 출신의 과학자인 폴라니가 처음 소개한 개념으로 지식이 어떻게 구성되고 상호 작용하여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이론을 제시하였다. 이 후 수 많은 학자들에 의해 지식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암묵지(暗默知)는 “언어나 그림, 도형 등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험과 학습에 의해 몸에 밴 지식”을 말한다. 이에 반해 형식지(型式知)는 “공유나 표현이 쉬운 형태의 지식”을 말한다. 우리가 보통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을 형식지의 전형으로 볼 수 있으며, 직장에서의 OJT (On the job Training)이나 삶의 현장에서 배운 경험 같은 것을 암묵지라고 표현할 수 있다.

폴라니는 암묵지와 형식지를 구분하여 설명하면서 두 가지 형태의 지식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진정한 지식이라는 말을 했다.

현대사회의 많은 기업은 지식으로 기업의 성패가 좌우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자본과 사업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게는 지식을 빼 놓곤 도저히 미래를 담보할 방안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지식을 관리하고 기업의 경영에 활용하려고 하는 지식경영이 많은 기업의 뜨거운 화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식관리에 있어서 눈으로 보기 쉽고 표현하기 용이한 형식지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투자가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학교나 교육기관에서 강의식 교육과 교재만을 달달 외워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경영자들이 경영의 통찰을 저명한 교수나 학자의 책과 이론에서만 찾으려고 하는 시도가 이어져 왔다.

그러나 실제 암묵지의 영역과 양은 형식지 보다 훨씬 더 크고 넓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비록 공유하고 표현하기 어렵지만 실질적인 경쟁력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암묵지를 어떻게 관리하고, 지식의 공유와 전달을 위하여 어떻게 형식지로 전환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넥서스커뮤니티 박찬선 부사장
어떤 사람이나 조직에게 암묵지인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형식지가 될 수 있다. 또한 어제의 암묵지가 형식지로 변하고, 다시 암묵지로 전환되는 지식의 순환구조가 있음을 알아야 하겠다.

IT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형식지의 축적과 처리가 가공 할 만한 속도로 진행되고, 이 영역에서는 기계와 시스템이 이미 사람들의 능력을 뛰어넘는 현실에서, 인간의 참된 지성(Intelligence)은 암묵지라고 하는 미개척의 영역을 어떻게 활용하고 형식 지와 암묵지를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보다 집중하여야 할 것이다.

최근 선진기업에서 미개척의 암묵지 영역을 새로운 형식지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추진하는 것을 보면서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우리들이 느끼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괜한 기우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