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움직이는 스위트룸’ 무라노가 기존 2세대 모델보다 강인해진 외관과 편의성을 더한 마이너 체인지 모델로 돌아왔다. ‘도로 위 현대 예술’이라 불리는 2012년형 무라노를 시승을 통해 그 작품성을 감상해 봤다.
무라노(MURANO). 베네치아 본도(本島)에서 북쪽으로 약 2㎞ 지점에 있는 석호(潟湖)에 5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지역으로, 베네치아 글라스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명소다. 베네치아 섬을 닮은 닛산 2012년형 무라노가 지난해 10월, 독창적인 존재감을 강조한 내·외관과 편의사양으로 상품성을 높여 2012년형 모델로 국내에 출시했다. 이번 무라노는 지난 2007년 LA 오토쇼에서 선보인 바 있는 2세대의 마이너 체인지 모델로, 향상된 주행성능 및 편의사양으로 무장했다.
보다 강인한 외관과 편의성이 향상돼 재탄생한 신형 무리노가 과연 도로에서도 어떠한 감동을 선사할지 직접 시승해 봤다.
◆‘현대 예술’ 프리미엄 크로스오버로 ‘승화’
처음 접한 무리노는 기존 모델보다 ‘유리세공’과 같은 섬세한 디테일로 한층 더 존재감을 강조했다. 전장(4840mm)은 기존 모델(4805mm)과 비교해 35mm 더 늘어났으며 전폭은 1885mm, 전고는 1730mm로 더 덩치가 커졌지만, 세부 디자인 측면은 신경을 더써 한층 세련된 맛을 살렸다.
전면부에 가장 돋보이는 T-자형 프론트 그릴은 한층 더 샤프함을 강조한 형태로 바꿨으며, 투톤의 프론트 범퍼를 장착해 입체적이면서도 장엄함을 표현했다. 측면부는 실버 트림을 적용한 루프레인으로 캐릭터 라인이 더욱 선명해졌으며 이와 동시에 가로형 리어 LED 램프로 파워풀하면서도 다이내믹함이 연출됐다.
‘움직이는 스위트룸(Mobile Suite)’ 디자인 컨셉으로 설계된 무라노 내부는 마치 ‘오페라’를 연상시킨다. 화려함과 웅장함이 탑승자를 압도했으며, 운전자에게 차분함을 선사하는 뛰어난 안정감으로 제공해 한층 높은 완성도를 선보였다.
이번 모델에 설치된 보스(Bose)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을 통해 마이클 잭슨의 ‘You are not alone(히스토리 앨범)’을 재생시켜봤다. 퀄리티 높은 음원이 11개의 스피커와 듀얼 서브우퍼을 통해 자연음에 가까운 음향을 구현해냈다. 음색은 80~100kHz의 저음역대와 6kHz이상의 고음역대가 강조된 느낌으로 베이스 기타와 드럼, 심벌이나 하이햇 소리를 완벽히 구현했다. 장시간 음악 청취에도 청각 피로도를 최소화시키며, 볼륨을 최대치로 올려도 잡음이 없어 탑승자에게 또 다른 재미를 제공했다.
여기에 최근 디지털 음원을 듣는 트렌드를 감안해 새롭게 교체된 1CD & 뮤직박스(하드 디스크)는 평소에는 신나는 댄스곡이나 발라드를, 때로는 명작 CD 클래식으로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센스도 가능케 했다.
앞좌석에 앉아봤다. 감싸는 형태의 라운드 디자인은 탑승자로 하여금 환대받는 느낌을 선사한다. 이 외에도 센터 콘슬과 뒷좌석 컵 홀더를 비추는 LED 웰컴 라이팅 시스템(도어 오픈시)은 작은 부분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쓴 세심함이 느껴진다. 여기에 이중 박음질 처리한 고급 가죽 시트는 우레판 패드의 적용으로 주행시 발생하는 진동을 흡수해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했다.
트렁크에서도 무라노의 완벽한 기능성을 구현했다. 원터치 카고 오거나이저(Cargo Organizer)는 크기에 상관없이 공간 활용을 극대화했다. 분리망으로 작은 짐들이 주행 중에 뒤섞이는 것을 방지했으며, 특히 젖은 물건이나 오염된 물품 수납 후 바닥 세척이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센스도 돋보인다.
◆전형적인 VQ 엔진 ‘쭉쭉’…세이프티 쉴드 철학 ‘완성’
본격적인 시승에 들어갔다. 시동을 켜면 진동과 소음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가볍고 부드러운 느낌에 사로잡힌다. 핸들링도 민첩해 비좁은 골목도 어려움 없이 주행할 수 있다.
주행하면서 느낀 무라노는 한마디로 ‘잘 나간다’. 전형적인 VQ 엔진 특성이라 그런지,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속도 변화가 느껴진다. 저속 토크도 말할 필요도 없고, 전 영역 대에서 고르게 힘이 발휘된다. 260마력이라는 수치에 걸맞는 동력 성능이다.
어렵지 않게 100㎞/h를 돌파하고 200㎞/h 부근까지도 멈칫거림 없이 속도가 올라간다. 확실히 엔진은 닛산의 주요 경쟁력 중 하나다. X트로닉은 수동 모드 시 좀 더 스포티해지고 당연히 변속 충격도 없다.
고속 주행시 안전성은 무라노의 ‘백미’. 고속으로 올라가면 생각보다 롤이 발생함에도 불구, 매우 안정적인 자세가 인상적이다. 유럽산 SUV에 비해 손색이 없어 보인다. 여기에 하체가 단단해 스포티함이 더해졌다. 물론 거친 노면에서의 주행시 충격이 크다고 느낄 수 있지만, 웬만한 충격은 잘 걸러준다.
도로 상황에 따라 최적의 토크를 앞·뒤바퀴에 배분해주는 ‘지능형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해 안정성도 높였다.여기에 무라노는 사고 발생을 줄이고, 미연의 사고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세이프티 쉴드 철학을 바탕으로 체계적이면서, 적극적으로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는 첨단 안전장치를 탑재했다.
먼저 닛산 전 차종에 장착된 스마트페달은 급발진에 따른 사고를 예방한다. 이와 동시에 사고 발생 시 고강도 캐빈 구조와 내구성이 뛰어난 방식의 존 바디(Zone body) 구조가 탑승자를 보호한다. 정면, 측면 충돌에 따른 충격을 효율적으로 흡수할 뿐만 아니라, 보행자의 다리와 머리에 가하는 충격까지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기 마련이다. 응답성 및 가속성이 개선된 신형 ‘X트로닉 무단변속기(CVT)’ 통해 9.6km/ℓ의 공인연비도 개선했지만, 고유가를 감안하면 아직은 만족 수준에 이르진 못했다. 전체적으로 무라노는 대중적인 SUV답게 두루두루 무난하다.
가격대에 걸맞는 크기와 편의 장비, 실내 공간을 갖췄다. 동력 성능도 수치에 기대할 만큼 괜찮다. 5120만원이라는 가격도 차체 사이즈와 엔진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