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르포] 대형마트 강제휴업한들… 재래시장엔 “별 효과 없어”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 실효성 없는 정책…소비자·제조사 혼선만 초래

전지현 기자 기자  2012.04.23 09:23:37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중소기업마트들은 도움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대형마트 휴업과 재래시장 매출에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4월22일 오후 4시 평소대로라면 점심식사를 마치고 산책 겸 저녁 장보기에 여념 없는 고객들로 대형마트가 한창일 시각이다. 하지만 이 시각 서울시 길음동에 위치한 길음 시장은 주말 장사에 나선 상점주를 제외하면 시장 전체 10여명의 사람이 고작이다.

   
길음시장 입구 및 내부 모습.
더구나 세집건너 한집 꼴로 문까지 닫혀있다. 아침시간에도 한산한 분위기였냐는 질문에 10여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60세)씨는 “아침에는 몇몇 더 있었나?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어”

정부의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대형마트 첫 강제휴무가 실시된 지난 22일. 서울시에는 강동구, 송파구, 강서구, 성북구 등 4개 구역에 위치한 대형마트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이 구역에서 문을 닫는 대형마트들은 이마트(가양, 공항, 명일, 천호, 미아점) 5개점과 홈플러스(강동, 강서, 성북, 송파) 4개점, 롯데마트(잠실, 송팜점) 2개점 등 총 11개점이다.

이들 3개 대형마트들이 전국적으로 문을 닫은 곳은 총 114개로 전체점포의 30%에 해당하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및 롯데슈퍼, 이마트 에브리데이, GS슈퍼 등 대형슈퍼마켓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많다.

하지만 시행 첫날이었던 지난 22일 재래시장의 모습은 정부의 의도와는 전혀 달랐다.

길음시장 인근 채 1km도 안되는 곳에는 이마트 미아점이 지난 2008년 문을 열었다. 정부의 의도대로라면 이마트 미아점이 문을 닫은 이날 인근 재래시장인 길음시장에는 대형마트 대신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돌린 고객들로 북적여야 하지만 실제 시장 내 모습은 한산했다.

길음시장에서 과일과게를 운영하는 B씨는 “중소기업마트들은 도움이 될수도 있겠지만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고객과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고객 자체가 틀리다”며 “주로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거리를 오가며 필요한 물건을 사는 정도인 인근 거주의 노년층인데, 대형마트는 젊은 층이 많다. 이들 고객은 재래시장의 습성을 잘 몰라, 여름철 과일의 경우 한두번 집으면 멍이 들어 팔 수 조차 없건만, 마트에서 물건을 고르던 습관대로 과일을 여러번 집고 내려놓거나 카드 등을 사용할 수 없을 경우 말싸움까지 벌어지곤 한다. 상인들의 입장에서도 그들을 상대하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돈암제일시장 입구 및 내부.

주자장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재래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18조 및 제19조에 따르면 국‧공유지 사용료 등 감면과 공영주차장 주차요금 감면 등을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정할 수 있도록 각기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평일에도 재래시장 고객들에 대한 주차 단속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이후 관할 경찰서에 시정조치가 내려지는 듯 했다.

하지만 재래시장 인근 도로가 대부분 좁다보니 자연스레 인근 경찰서에 신고가 접수되고 이에 따른 주차 단속으로 재래시장 이용 고객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었다.

이어 B씨는 “사실상 길음시장은 서울시내에서 4번째로 큰 시장에 속했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추진한 길음 뉴타운 정책으로 시장을 축소하다 보니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됐다”며 “시장을 축소시킬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재래시장을 활성화 하겠다며 영향력도 없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마트 납품 제조사도 난감”

같은 시각 같은 성북구 지역에 속하는 돈암제일시장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길음시장과 이마트 미아점 1km 반경 안에 속하는 또 다른 재래시장 돈암제일시장은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역 3번출구에서 20여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롯데슈퍼 정기휴일 안내, 하지만 월요일 이벤트 안내로 고객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돈암제일시장의 경우 같은 역 같은 출구에 롯데슈퍼가 있다. 출구역으로 나오자마자 돈암제일시장을 발견할 수 있지만, 이에 앞선 곳에 롯데슈퍼가 위치, 고객의 발길이 먼저 닿을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이날 롯데슈퍼는 강제휴업에 따라 문을 닫긴했지만 각종 이벤트와 안내문을 굳게 닫은 철문부터 개찰구 입구까지 이어 붙여가며 고객유치전에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대형마트 및 대형 슈퍼마켓에 강제 휴업에 따른 제조사의 혼선도 발생하고 있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휴업으로 제조사도 난감해진 상황”이라며 “대형마트에 유입됐던 고객들이 재래시장으로 얼마만큼 옮겨갈지는 알 수 없으나 납품하는 제조사 역시 휴업으로 인한 손해분에 따른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