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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현대모비스 아산물류센터…전국 어디라도 주문 동시에 4시간내 배송

직원들 ‘부품 찾는 달인’…‘디지털 피킹 시스템’ 덕

이용석 · 전훈식 기자 기자  2012.04.23 08: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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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에도 불구하고 견실한 성장을 이어가면서 매출액 26조2946억원과 영업이익 2조6749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A/S부품사업 부문에서 전년대비 13% 증가한 5조3912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러한 실적을 견인한 것은 바로 아산물류센터로, 체계적인 재고관리와 신속한 처리로 가파른 성장세의 현대모비스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된 금액만 해도 총 780억원. 충남 아산 인근에서 2만2000㎡(7만3000평) 부지 위에 위치한 아산물류센터는 현대모비스의 5개 물류센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최신 설비를 갖췄다. 아산물류센터는 201개 국가 법인 및 대리점에 기아차의 보수용 부품을 공급하는 수출용 A·B·E동과 현대·기아차 국내 부품을 75개 사업소에 제공하는 국내용 C·D·F 등 6개동으로 이뤄졌다.

   
충남 아산 2만2000㎡ 부지 위에 위치한 아산물류센터. 사진에 보이는 앞 쪽 뜰은 직원들을 위해 마련된 1300평가량의 테마공원.
◆신속·정확, 그 비결은 ‘찾기의 달인 시스템’

지난 4월18일 직접 방문한 아산물류센터는 구슬땀으로 고객 만족을 실현하고 있는 직원들을 위해 하나의 테마공원을 연상케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국내 C동 입구 앞에 있는 한 그루의 나무였다. 이 나무는 지난 2005년 6월 준공당시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직접 심은 것으로, 물류센터 방문자들을 환영하고 있었다.

아산물류센터는 하루에 9.5톤 트럭 기준으로 수출 100대, 국내 170대 등 총 270대 물량이 입출고된다. 저장된 물품의 종류도 총 27만 품목(수출 16만4300품목, 국내 11만2900품목)에 이른다. 신차 한 개의 차종이 출시될 경우, 이곳에는 수천~수만개에 달하는 품목이 추가된다고 한다.

아산물류센터는 기본적으로 실물 바코드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었다. 216개 협력업체로부터 납품받은 부품들은 바로 출고되는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센터에 저장된다. 현장 직원들 손에는 들려져 있는 PDA로 부품 바코드를 찍으면 수량·저장 위치 등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창고에 들어서면, 17m에 달하는 천장에 약 14m 높이로 빼곡히 들어차 있는 선반에도 모두 바코드가 부착돼 있다. 이로 인해 실적처리와 재고확인, 현물추적도 가능하며 부품의 입출고 오류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바코드 시스템은 이미 다수의 물류센터가 운영하고 있어, 이것만으로는 달인 탄생의 비결이라 단정 짓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렇게 넓은 물류창고에서 직원들은 주문 들어온 부품을 속속히 찾아냈다. 이러한 직원들의 ‘달인급’ 업무능력은 다름 아닌 아산센터만의 자랑거리인 ‘디지털 피킹 시스템(Digital Picking System, 이하 DPS)’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출 A동 2층에 올라서면 신호등처럼 빨강·노랑·녹색으로 이뤄진 표시등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이 아산물류센터의 자랑인 ‘DPS’다. 저장 위치 관리의 전자화로, 신속하고 정확한 부품 불출이 가능한 DPS는 자주 입출고되는 4000개 품목을 특별 관리하고 있었다.

모든 선반에는 설치된 2개의 표시장치는 박스번호와 부품수를 보여주는 장치. 출고해야 할 부품 선반에는 조명이 들어오고, 표시장치 지시에 따라 출고가 이뤄진다. 예를 들어 ‘2, 40’으로 표시가 되면 ‘2번 박스 부품 40개 출고’를 뜻한다. 입구에 설치된 표시등은 라인에서 근무 하고 있는 작업자 수를 나타낸다. 빨간불이면 3명이 노랑은 2명, 녹색은 1명이 작업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별도 숙련 없이 초보자도 쉽게 작업할 수 있게 됐으며 생산성도 30% 이상 향상됐다. 또 물품 배송과 함께 재고관리가 동시에 진행되다보니 로스율 역시 기존(0.004%->0.001%)보다 낮아졌다.

이렇게 불출된 부품은 컨베어 시스템을 통해 포장 공정으로 옮겨진다. 물론 부품이 담긴 플라스틱 바구니에도 바코드가 장착돼 있어 어디로 배송되는지 바로 식별할 수 있다. 포장 작업자 역시 이 바코드를 읽고 특별 제작된 종이 박스에 담아 주문지역으로 배송한다.

◆신속한 일처리로 고객과 직원 만족 ‘일석이조’

   
아산물류센터 이수일 소장. 그는 이곳 센터장으로 부임하기 전 국내 부품판매 책임자로 일했다.
이날 인터뷰를 진행한 아산물류센터 이수일 소장은 ‘최고의 복지는 신속한 일처리’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센터장으로 부임하기 전 국내 부품판매 책임자였기 때문에 물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핵심을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소장은 “물류의 처리가 늦어지게 되며, 그만큼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복지혜택도 적어진다”고 말했다. ‘물류’는 언제 얼마의 수량이 입출고 될지 모르기 때문에 일처리가 지체될 경우, 일일업무량도 늘어나게 되며 이와 동시에 오처리나 안전사고의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물류의 핵심은 정확하고 빠르게 배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특히 받는 사람이 편안하게 물건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고객 만족”이라고 확신했다.

실제 아산물류센터는 이 소장의 부임 이후 ‘물류 네트워크 최적화’ 프로젝트를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다. 전면적인 물류 배송 흐름을 분석하고 사업장 거점 재설계를 추진했다. 이로 인해 전국 어느 대리점이라도 주문과 동시에 4시간 안에 배송을 완료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와 동시에 2007년 대비 지난해 국내 물류 해결 건수 역시 63~64%가량, 금액적인 측면에서는 58%나 향상되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안전한 물품 보관을 위해 ‘고객만족’을 실현하고자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오는 5월부터 국내용 C·D동은 좁은 캐너피(덮개)로 우천시 입고 물류들이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다음 달부터 캐너피 확장(20m 가량) 공사에 들어설 계획이다.

높은 실적을 달성한 직원들을 위한 보이지 않는 센터의 노력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우선 물류센터 입구에 들어서면 1300평가량의 테마공원이 자리 잡고 있으며, 중앙에는 수경공원과 온실을 구비했다.

정몽구 회장의 경영방침인 현장경영도 이 소장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하루 일과 중 하나라고 한다. 하루에 두 번, 아침과 저녁에 센터 전체를 순회하며 일처리 상태는 물론, 직원들과 대화의 시간을 통해 현장의 고충을 즉시 해결하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이 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기아차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수출 물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더욱 바빠지겠지만, 그만큼 느껴지는 보람 역시 더욱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