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중국의 팽창 전략, 일본해 표기 문제 등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해양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이 중국에 대해 '국제법'에 따른 '역내 다자간 협상·해결'을 제안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중국이 최근 높아진 경제적 위상(G2 급부상)을 배경으로 대외 팽창을 노골화하고 있고, 이로 인해 주변 국가들을 압박하는 현상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반격으로 의미가 있다는 풀이다. 아울러 우리도 해양 주권 문제에 있어 주변국과 갈등이 없지 않은 상황이라 베트남측의 이번 움직임에 대해 역내 연대 모색면에서도 요주의 관찰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 베트남, 역내 다자간 토론 제안한 까닭은?
응엔 떤 중 베트남 총리가 방일 중이던 21일(현지시간) 중국과 영유권 갈등이 있는 남사군도(영어식 명칭은 스프래틀리제도) 등 남중국해 문제를 국제법, 특히 국제해양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일본 언론은 이 남중국해 문제를 관심을 갖고 다뤘는데, 이는 일본도 조어도(센카쿠섬)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빚는 상황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중 총리는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는 역내 각국이 서로 존중하면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 총리는 또 남중국해 문제의 평화해결을 위해 법적 구속력 있는 행동규범을 조기에 책정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
중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다자간 협상으로 문제를 풀자는 것은 중국이 바라는 당사자간 대화 방침을 사실상 거부하는 것으로, 남중국해의 안정이 지역 내외 각국의 공동이익이라는 점을 부각, 역내 공감대를 베트남에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 총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을 비롯한 역외국가도 지역의 평화와 자유항해를 위해 남중국해 문제의 해결에 동참, 협력하라고 호소했다. 최근 반중 정서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역내 주변국들이 중국에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이웃나라에 우호적으로 대할 것을 기대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실제로 필리핀과 중국은 최근 중국 어선 불법조업 논란으로 필리핀 해군과 중국 정부 공무선박간에 해상 대치를 한 바 있고, 베트남은 남사군도에 자국 승려들을 파견하는 한편 중국은 남사군도에 유람선을 띄우기로 하는 등 상호간에 실효적 지배 경쟁이 붙고 있다.
이런 상황은 서사군도의 경우에는 베트남이 지배를 하다 중월 전쟁 이후 중국이 지배하고 있지만 자원 문제로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고, 남사군도의 경우도 영유권 각축전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남사군도의 경우, '21세기 정치학대사전(한국사전연구회 발간, 2010년)'에 따르면 베트남과 중국은 물론 브루나이, 필리핀 그리고 타이완 등 여러 역내 국가들이 영유권을 서로 주장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이는 남중국해의 각종 분쟁이 각국의 역사적 권원이 모두 분명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제사법재판소(통칭 ICJ라는 약칭으로 부른다) 제소 등으로 풀기 어려우며, 그렇다고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1:1 협상을 해서는 유리하게 끌고 나가기 어려운 동시에 중국과 특정 국가가 협의를 타결해도 여러 이해 당사자간에 다시 분쟁이 일어날 여지가 일부 남는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이에 따라 다자간 역내 협상을 제안,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잠재적 우군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푸는 게 가장 적당한 해법이 될 것이라는 고육지책을 베트남측이 낸 것으로 보인다.
◆ 한국, 이어도와 독도 문제에서 '베트남 제안' 참고할 점은?
베트남이 남중국해 해양 분쟁을 '국제법'에 의해 해결하되, '대자간 논의'를 통해 접근하자는 제안을 최근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양자간 협상이나 국제사법재판소 등 사법논의로 해결하는 것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도 이어도와 독도를 놓고 주변국과 불편한 상황이라 이번 해법을 벤치마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독도를 소재로 삼아 상품 이미지 강조 외에도 독도에 대한 우리 영유권 주장을 간접적으로 펴고 있는 롯데칠성의 광고 장면. |
남사군도 등 남중국해 갈등과 이어도를 바로 연결짓는 것은 쉽지 않지만, 역내에서 일고 있는 중국측 외교 정책에 대한 비판론의 연대감에 편승하는 경우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단초를 얻을 여지도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우리의 경우, 독도 영유권 문제와 동해의 표기 문제(일본해 표기 논란) 등을 놓고는 일본과 갈등이 있어, 해양 분쟁을 역내에서 해소하는 다자간 논의 테이블을 만드는 문제가 우리에게 유리할지도 관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즉, 일본이 ICJ에 독도 문제를 제소하는 경우를 가정해 볼 때, 국제사법심사라는 풀이 과정이 우리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는 실무가들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실제로 정부 당국은 실효적 지배를 하되, 조용한 대응을 통해 '분쟁'으로 독도 상황이 비화되도록 외부에 비치는 것을 경계하는 정책을 오래 펴 왔다.
특히, 베트남이 이번에 남중국해 문제를 양자간 협상이나 ICJ 등 국제사법의 절차를 통한 재판으로 해결하는 대신 역내 다자간 협상이라는 논의의 틀로 접근하려 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ICJ 등으로 문제를 보낼 경우 거대한 상대인 중국(우리 독도 문제에 접목해 보면 일본이 상대가 될 것임)의 직간접적인 입김으로 문제가 불리하게 판정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베트남도 인식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ICJ의 경우 국제연합 비회원국인 경우도 당사자 모두가 합의, 부탁하면 절차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영국과 알바니아 간 코르푸 해협 판결 같은 경우) 임의관할 사건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응소를 하지 않으면 강제적으로 재판정에 문제를 회부할 수 없다.
우리의 이어도 문제나 독도 문제 등을 볼 때에도 사법적 논리 경쟁을 꼭 고집하거나 양자간 갈등으로 문제를 남기기 보다, 가능하다면 아시아 지역의 평화라는 관점에서 다자간 대화 주제로 삼는 것이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음을 이번 베트남측 주장은 시사한다고 하겠다.
중국이 갈등 상대인 이어도 같은 경우 중국의 팽창과 이로 인한 좌충우돌 분란을 불편해 하는 여러 역내 국가와 논의를 해 볼 여지가 당연히 크다. 또 독도 문제 역시 국제법적인 정당성 토론 대상이기도 하지만, 지역 내 강자인 국가의 횡포 방어 차원에서도 볼 여지가 있다. 정영진 박사(외교통상부 근무 경력, 변호사)는 저서 '새국제법(2002년 제 2판 발행)'에서 독도에 대한 일본 자국 영토 편입 주장 당시 우리는 외교권을 일본에 강탈당한 사정으로 대항할 여지 자체가 없었고 간련 당사자인 우리측에 일본측의 통고 절차 자체가 없었던 점 등을 들어 국제법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저지르고 또 이에 기반한 주장을 아직 고집하는 것은 국제법상 문제가 된다. 그러나, 이는 법적인 문제인 동시에 외교적으로 역내 평화를 해치는 행보라는 점이기 때문에 다자간 해결 모색의 주제로 부각시키는 것도 가능하다고 부연할 수 있다.
이번 베트남 총리의 방일 일정 중 발언은 동아시아의 해양 분쟁이 역내 다자간 합의 모색이라는 방식으로 풀 여지를 열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한 대목이다. 동시에, 중국과 일본 등 역내 강국이 국제정치의 관점에서 폭주하는 것을 여러 주변 국가들이 함께 논의해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 우리의 독도와 이어도 상황에 타국의 도움을 얻을 새로운 접근 방식을 열었다는 점에서 우리가 특히 향후 진행 방향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