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동아건설 직원 P씨가 회사 신탁자금 898억원을 횡령한 사건의 항소심에 법원이 신한은행(055550)의 책임만 인정한 1심 판결을 뒤집어, 동아건설에도 책임을 물었다.
20일 은행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신한은행이 동아건설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등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신한은행은 동아건설의 계좌에 피해 신탁금 전액과 지연 손해금 962억원을 지급하고, 동아건설은 부당이득금 등 615억원을 신한은행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P씨는 2004년부터 5년 간 출금청구서를 위조하거나 서류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신탁금 898억원을 비롯해 회삿돈 총 1898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돼 1, 2심 모두 징역 22년 6월에 벌금 100억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동아건설은 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거액을 이체해 준 신한은행에 책임이 있다며 신탁재산회복 소송을 제기했고 신한은행도 맞소송을 낸 바 있다.
재판부는 P씨가 신한은행으로부터 편취한 금원이 동아건설의 계좌에 일단 입금됐던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박씨의 범행을 알 수 있었는데도 자신의 계좌에 수백억원이 '이유없이' 입출금되는 것 등을 알지 못해 박씨의 추가 편취 범행도 방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신한은행의 수탁사무자로서의 주의 의무만 과도하게 인정할 게 아니라 동아건설측에도 자기 직원의 행동을 감지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신한은행이 신중하게 수탁 사무를 이행하지 않은 점, 수취인 계좌가 동아건설의 명의라는 이유로 확인을 게을리 한 점, 신탁재산 운용내역을 제때 통지하지 않아 손해가 확대된 점 등을 미뤄 동아건설의 손해배상 책임을 40%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신한은행에 대해서는 "은행은 신탁계약에 따라 동아건설에 신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었음에도 꼼꼼한 확인 없이 거액의 신탁금을 지급했다"며 (동아건설측에) 962억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이렇게 책임 소재와 비율에 대해 1심과 2심이 다른 판단을 내놓음에 따라, 이번 사건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확정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