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여의도25시]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문성근의 입’

이보배 기자 기자  2012.04.20 11:12:37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민주통합당 문성근 대표 권한대행의 행보가 우려스럽습니다. 지난 4월16일 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이후, 시민과의 대화 등 현장 행보를 중시하고 있지만 ‘그 입’이 불안한 이유 때문입니다.

문 권한대행은 16일 대행을 맡자마자 17일 파업 중인 언론사 노조를 찾았고, 18일에는 여의도 공원에 나가 시민들과 거리 토론을 나눴습니다. 19일에는 마포구 홍익대 인근 주점에서 2030 청년들과 술잔을 부딪치며 정치 토론을 벌였습니다.

그때마다 ‘필터 없는(?)’ 그의 발언이 언론을 탔습니다.

17일 파업 중인 언론사 노조를 방문한 자리에서 문 권한대행은 자신이 부산 북강서울에서 낙선한 이유중 하나가 “부산 젊은이들이 나꼼수를 안 듣기 때문”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그는 “민주당이 오만해서 선거에서 졌다는 것은 수구언론이 씹는 용어인데 그것을 우리 진영이 멍청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민주당의 총선 패배를 언론의 책임으로 돌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문 권한대행은 “이 정도 균형이 맞는 건 탄핵 후폭풍 후 처음이다. 탄핵 정국 이후 민주진영이 가장 약진한 것”이라고 자평하면서 대선 승리를 자신했습니다.

바로 하루 전날 “이번 총선을 치르며 민주당은 국민들께 수권세력으로서 신뢰를 얻지 못했다”면서 “국민여러분의 따가운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욱 가다듬어 수권정당의 면모를 일신하겠다”고 말했던 것과 대조적입니다.

18일 여의도 공원에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눌 때는 “정치인들이라는 게 TV보면 회의한답시고 지들끼리 말 한마디씩 하고 끝이다”면서 “요즘은 트위터를 통해 얼마나 재미있게 얘기할 수 있는데 그런 건 완전히 쌩깐다”고 말해 가벼움을 더했습니다.

19일 2030 청년들과의 홍대 미팅에서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젊은 세대가 현 정부 들어 대통령을 잘못 뽑으니 내 생활이 개차반으로 망가진다는 것을 지긋지긋하게 경험했다”면서 “2007년까지 대한민국은 멋진 나라고 신나는 나라였지만 이 양반(이명박 대통령)이 하니 너무 창피했다”고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했습니다.

문 권한대행이 생각하는 정치에 대해 소신 있게 발언하고 행동하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 지적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제1야당의 대표(3주 권한대행이지만)라는 정치인의 입에서 ‘씹는’, ‘쌩까’, ‘개차반’이라는 말이 거침없이 튀어나오는 것이 당황스럽습니다.

또 같은 정치인을 두고 ‘지들끼리’라고 칭하고, 나라의 대통령을 ‘이 양반’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민주통합당 측에서는 문 권한대행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정치인을 자꾸 실눈 뜨고 바라보면 오히려 국민이 어색해하고 경계할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정치인이라면 격식에 좀 얽매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정치 평론가들의 우려도 다르지 않습니다. 국민의 눈높이에는 그런 발언이나 행보가 총선 결과에 대해 자기반성 없고 책임감 없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고, 대선 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오죽하면 새누리당에서도 문 권한대행의 발언이 민주통합당에 누를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문 권한대행이 사고를 치면 칠수록 새누리당은 반사이득을 얻게 되므로 그의 언행이 새누리당에게 정치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라고 했습니다. 일관되지 못한 메시지와 진중하지 못한 문 권한대행의 발언이 걱정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