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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 사장학] 인간 위주의 경영: ‘결단코 휴머니즘경영은 아니다’

[제15강] 경영원칙①1

허달 코치 기자  2012.04.20 08: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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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종현 사장학의 경영원칙은 별로 새로울 것이 없을 듯 보이는, ‘인간 위주의 경영’, ‘합리적 경영’, ‘현실을 인식한 경영’ 이 세 가지로 정하였는데, 각 항목에 대한 약간의 설명과 최 회장과의 일화(逸話)를 붙여, 최 회장이 주창한 경영원칙의 내용을 기록해 놓으려 한다.
 
언젠가의 SERI 경영노트에 ‘몰입과 열정의 경영-인본주의 경영’이라는 제목으로 인간존중의 경영에 대한 글이 실린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제목만 읽어도 알 수 있는 휴머니즘 방식의 접근이 이른바 요즘 경영학자들이 기업 구성원을 어떻게 경영의 대상으로 파악할 것인가 하는 시각을 대표하는 셈인데, 이를 자세히 읽어보면 그 내용이 틀린 것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최종현 사장학’을 설파하려는 필자로서는 아무래도 마음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이 ‘인간 존중의 철학’의 바탕에서 ‘인본주의(Humanism)경영’을 해야 한다고 역설한 점이다. 인적자원(Human Resources), 또는 인적 자본(Human Capital)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까지에는 이의(異議)가 없는데, 그러므로 ‘인본주의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 당연한 듯 하면서도 따져보면 논리적 비약이라고 필자는 보았다.

어쨌든 이 SERI 경영노트는 ‘그러므로’ 인본주의 경영을 하기 위해 신뢰 구축과 자부심 발현, 비전과 가치공유가 필요하며 이것이 있어야 구성원의 몰입과 열정이 확보된다고 서둘러 결론을 맺었는데, 추론의 과정에는 의문이 있었으나, 결론으로 나온 처방은 올바른 처방이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최종현 사장학에서도 인간위주의 경영을 단연 경영원칙 중의 첫 번째로 꼽고 있다.

그러나 이 ‘인간위주의 경영’은 결단코 휴머니즘 경영이 아닌 점을 천명하면서 이를 시작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기업관에서 이미 ‘이기적 기업(Selfish Enterprise)’의 의미를 밝혔으므로, 여기서도 ‘인간위주의 경영’이란 결코 기업의 존속과 발전보다 인본(人本, Humanism)을 가치우선적으로 본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기업의 영구 존속 발전을 위하여는 그 생존기계인 구성원이 다른 어느 자원(Resource) 보다 더 중요하므로 이를 철저히 챙겨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전쟁 당시 남부여대하고 남(南)으로 남으로 피난길에 올랐던 피난민들에게 재봉틀은 생계유지를 위한 무엇보다도 귀한 자산이요 생산능력이었다.

다른 가재도구는 다 무거워 버리고 가면서도 쇳덩어리인 재봉틀 하나는 머리에 이기도 하고 지기도 하면서 결코 버리지 않은 것은 이것이 입에 풀칠하기 위한 생산의 도구로서 인적자원인 재봉사(裁縫師)의 존재보다 더 귀한 자원이었던 까닭(즉 재봉사는 얼마든지 있었다는 의미를 포함)이다.

그래서 행여 눈(雪) 맞아 녹슬세라 기름칠 하고 조이고 닦아가면서 피난 도중에도 그 가용(可用) 상태를 시시각각으로 살피고 유지하였던 것인데, 이때는 인적자원의 중요도 보다 재봉틀이라는 물적 자원의 중요성이 더 높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이 우선 순위가 바로잡혀 기업에서의 구성원 중요도가 물적 자원보다 우선한다는 것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구성원을 언제나 ‘physical/mental(brain) engagement’가 가능하도록 반짝반짝 닦아놓기 위해서는 재봉틀 기름이 아니라 무엇을 주입하여야 하며, 닦고 조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가? 이런 접근법으로부터 동적요소(動的要素) 관리라는 인적자원 관리법이 탄생하였음을 후에 밝힌다.
 
억설(臆說)이지만, 만약 구성원을 기계처럼 부리는 것이 기업의 영구 존속과 발전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의, 틀림없는 길이라는 환경이 주어졌다고 한다면, 인본주의 경영이 아니라 인간자원을 기계처럼 부리는 경영을 선택하는 것이 기업경영의 원칙으로서는 옳다는 뜻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경영환경 하에서는 구성원은 다양한 욕구를 가진 인간이므로, 인간답게 대우해 주는 것이 기업과 구성원의 공동추구 가치인 창의력, 즉 자발적, 의욕적 두뇌활용(voluntary and willing brain engagement)을 확보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증좌(證左)가 분명하므로, 인간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인간답게 대우하겠다는, 인간 위주의 경영원칙이 대두된 것이다.
 
다시 말해 ‘인본경영’과 ‘인간 위주의 경영’은 현 시점과 상황 하에서, 결론은 같을 수 있으나 시발점은 다르다는 것을 밝혀 두어야 기업경영에서의 가치 우선순위가 분명해 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장비를 점검하고 닦고 조이고 기름칠 하듯, 구성원도 그 상태를 점검하고 관리하게 된다.

인사관리(人事管理)라는 일반관리 방식을 통하여 정기적으로 포상, 승급, 승진, 이동(異動) 등 기름칠 하며, 직속 상사의 특별관리(特別管理)를 통해 섬세한 컨디션의 이상 유무 점검, 또 인정 칭찬을 통한 고무, 코칭 등에 의한 인적 연결과 육성 등, 닦고 조이는 일을 철저히 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가리켜 ‘인간 위주의 경영’이라고 정의하고, 최종현 사장학 첫 번째 경영원칙으로 삼았다.

[다음 회엔 경영원칙②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