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동네 일부가 아직 갯벌이던 인천에서 자란 어린 시절, 옆 마을 사는 진수와 그렇게 자주 툭탁거렸었다. 당시 손버릇이 좋지 않던 진수가 항상 다툼의 단초를 만들었다.
진수는 마을 어귀에 있던 딸기밭에 들어가 자주 딸기를 훔쳐 먹어 어른들을 고심하게 했다. 서리는 눈감아 줄 수 있었지만 밭을 이리저리 짓밟고 헤집는 통에 어른들은 대를 다시 세우고 흙더미를 세우는 일을 반복해야 했다.
어른들의 고초를 매번 눈으로 봐왔던 기자는 진수에게 서리의 도리(?)를 지킬 것을 부탁했고 이를 무시하는 친구와 감정이 쌓여 다툼을 벌였다. 그때마다 이를 목격한 기자의 어머니는 무조건 친자식을 먼저 혼냈고 진수에게는 우리 아들이 때려서 미안하다며 사탕을 한 움큼씩 주곤 하셨다. 그땐 그게 그렇게 억울했다.
그런데 30여년이 지난 현재 이와 비슷한 일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18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제5차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를 주재하며 "일종의 사회병리현상인 외국인 혐오가 깊어지지 않도록 종합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다문화는 세계화 시대에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을 강조하며 최근 결혼이주여성의 첫 국회의원 당선과 조선족 중국인의 살인범죄 이후 외국인 혐오·배척 현상이 나타나는데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위원회는 결혼이민자와 다문화 가족자녀의 지원을 위해 '다문화가족 지원정책 시행계획'을 심의·확정하고 다문화가족 자녀 10명 이상이 재학하는 초중고교를 중심으로 글로벌 선도학교를 150곳으로 늘려 한국어교육과 교과학습지도를 중점 지원하기로 했다.
또 결혼이민자의 정착을 돕고 자립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 신청자 선발 때 결혼이민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한편 사회적 기업이 결혼이민자를 채용하면 1인당 최저임금 수준의 인건비와 보험료도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외국인 범죄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외국인 범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경기도 안산 등 외국인 불법체류자 밀집지역은 그들만의 슬럼으로 변해 원거주자인 우리 국민들이 그들의 눈치를 보는 신세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2004년 9100여건이던 외국인 범죄는 지난해 2만7000건으로 8년 만에 3배가량 급증했다. 강간 범죄는 2004년 50여명에서 작년에는 308명으로 8년 만에 무려 6배나 증가했고 살인사건 피의자도 같은 기간 60명에서 103명으로 늘었다. 단순 폭력 사건도 2007년 3300명에서 지난해 두 배 이상 늘어난 7800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국인 범죄는 2007년 8400명에서 2011년 2만6000명으로 갑절 상승하며 타국 범죄 대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려 이번 오원춘 사건에 대한 반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실제 주요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외국인 혐오를 드러내는 글이 넘쳐나고 있으며 반(反)외국인 카페도 우후죽순 신설되고 있다.
정부의 주된 소임 중 하나는 국민의 정서를 살피고 현안을 챙기는 일이다.
옆 마을 진수의 몹쓸 행동에 상처를 받던 소년을 감싸주는 집안 어른이 필요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