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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제는 자산 유연성” 삼성증권 은퇴설계硏 김진영 소장

“속옷(연금) 여러 벌 껴입기만 해서야…” 해법은 플렉서블한 자산 설계

이정하 기자 기자  2012.04.18 19: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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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은퇴설계의 밑그림을 그리는 ‘금융작가’가 있다. 그는 상품 설계에 그치는 단품적 상품 설명이 아닌 은퇴설계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소년의 마음을 간직한 사람. 13일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오전 삼성증권 태평로 본사에서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의 김진영(사진) 소장을 만나 은퇴시장 선점을 위한 금융권의 치열한 전투현장을 대리 체험했다. 보험에서 시작된 은퇴설계는 증권, 은행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에는 은퇴 관련 연구소 설립이 붐처럼 번저가면서 소리 없는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1월 기준으로 개인형 퇴직연금(IRA형)이 업종 내 1위를 기록해 주목을 받은 삼성증권(016360)도 최근 은퇴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은퇴설계시스템을 개발 및 개설했으며, 은퇴 설계 리더를 120명까지 양성해 전국 지점해 배치할 예정이다. 

◆은퇴설계연구소와 새로운 시작

김 소장은 쌍용투자증권(현 신한금융투자) 국제금융 이코노미스트로 금융업에 몸담은 후 삼성금융연구소를 거쳐 2010년 12월부터 은퇴설계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정통 ‘금융맨’인 그는 오래 전부터 은퇴설계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이런 일을 꿈꿨다고 한다.

“은퇴설계연구소의 최근 급증세는 은퇴 솔루션(해법) 부재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기 때문에 연구소가 생겨나고 있는거죠. 그러나 ‘연구’가 아닌 ‘카피’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는 1000여명의 PB(프라이빗뱅커)를 보유한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입니다.”

그는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은퇴 관련 연구기관에 대해 언급하면서 “어쩌면 ‘모 아니면 도’일지 모르겠다”며 은퇴설계연구소의 새로운 출범을 예고했다. 기존의 단품적 설계가 아닌 포괄적인 제안을 고심하는 김 소장은 은퇴를 맞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했다.

◆20대는 은퇴준비? “저축이 곧 은퇴설계”

은퇴설계에 대한 새로운 비전에 대해 설명하며 들떴던 그였지만 어두운 현실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금리가 높았던 과거에는 은행 이자만으로도 재테크가 가능했기 때문에 은퇴설계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으나 세상은 달라졌다. 서점에서 재테크 관련 책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으며 공부하지 않으며 미래를 담보 받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좌절만을 하고 있을 순 없는 일. 은퇴 이후, 제2의 인생엔 새로운 재테크전략이 필요하다. 100세 시대, 은퇴의 공포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그에게 조언을 구했다.

“제 생각에는 20대는 돈을 잘 모아두는 게 은퇴설계라고 생각해요. 가족관계도 성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은퇴를 얘기하는 것은 다소 공허하죠. 그냥 별거 아니에요. 커피 값 한잔 아끼고 그런 게 은퇴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김 소장의 답은 너무나 단순했다. 은퇴는 특별한 것이 아니며, 젊은 시절의 은퇴 준비라는 것은 특정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아닌 저축을 꾸준히 하라는 대답이었다. 또 은퇴는 내 삶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할 때 그때 설계하는 것이며 사회 초년부터 은퇴를 걱정하는 등의 지나친 염려는 오히려 경계했다.

그는 은퇴라는 것이 적어도 불혹은 넘겨야 거론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40세가 넘어야 가족관계도 성립되고 부모님과 자녀 등의 미래도 어느 정도는 예측이 가능해 이에 대비하면 된다는 것.

특히 김 소장은 “은퇴는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처럼 원하는 만큼 무엇이든 쓸 수 있어야 하는데 펜도 없이 종이만 주어지면 어떻게 하냐”며 적정한 시기에 적절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자신도 베이비부머 세대라 그들의 고민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베이비부머 세대는 타 세대와 비교해 인구가 2배 이상 많고, 자녀교육을 위해 헌신했지만 정착 자신의 자산관리에는 소홀하다”며 은퇴설계가 꼭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연금은 속옷, 속옷만 여러 벌 입으면 되겠나”

은퇴설계의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는 연금에 가입하는 것이다. 공적연금이든 사적연금이든 사회는 연금을 권하고 있다. 연금이 미래 보장이 돼 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서다.

국민연금은 국민 대다수가 최소한의 노후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소득의 일부를 적립하는 제도로 정부가 주도해 운영하고 있다. ‘적게 내고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광고로 국민 대다수가 가입했으며 오는 7월부터는 부족분 충족 수단으로 퇴직금 중간정산도 제한한다.

그러나 최근 그리스 재정위기 사태 이후 국가가 부도 위험에 빠지자 정부는 연금 삭감을 단행했고 연금만을 믿고 안락한 노후를 꿈꿨던 한 은퇴 약사는 생활고로 자살을 택했다. 이처럼 그리스 경우에서 드러나듯 공적연금은 국가 재정 상태와 함께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은 사실 ‘세대 간 나눠먹기’라는 인식이 있어 다음 세대에게 대가를 물리는 방식으로 운영됐기 때문에 ‘덜 내고 더 받기’가 가능했던 겁니다. 이러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연금의 효율적 운용과 함께 세대 간 이해관계 조정이 이뤄져야 해요. 쉬운 문제는 아니죠.”

7월부터 시행되는 퇴직금 중간 정산제한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중간에 깰 수 없다는 점이 먼 훗날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약점으로 작용할 경우 정말 돈이 급한 상황에서는 막대한 손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연금은 속옷 같은 것’이기 때문에 외부적 불편을 최소 한도에서 막아줄 순 있지만 내의만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해 자산을 플렉서블(유연)하게 운용할 것을 권했다.

이와 함께 연금 상품 가입만이 노후준비로 인식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나의 라이프사이클에 맞게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설명도 추가했다.

◆돈 없는 노년…부동산 유동화가 가장 큰 문제

우리나라 노년층은 금융자산에서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월 LG경제연구소의 ‘가계자산 포트폴리오’ 보고서에 따르면 50대 중반 이후 가구주는 가계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을 비롯한 실물자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주가 25세 미만이었을 때는 실물자산 비중이 40% 수준이지만 실물자산 비중이 꾸준히 늘어 50대 중반이 되면 두 배가량 높아졌다.

부동산에 자산이 묶여 있으니 당장 쓸 돈은 부족하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고자 등장한 연금이 역모기지론이다. 그러나 역모기지론은 조건이 까다롭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도 미국의 신탁제도를 도입해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일본은 2004년 신탁제도를 도입했어요. 일본도 우리처럼 자산 중 부동산 차지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도입의 필요성을 느낀 것 같습니다. 신탁제도를 이용, 주택 등 부동산을 정부에 등록하고 대신 연금처럼 생활비를 매달 받을 수 있습니다. 세재혜택도 있어 소유권을 이동한 개인에게도 이득이 많다고 봅니다.”

김 소장은 이러한 방법이 일본의 부동산 유동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우리나라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노년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만큼 퇴직 후 및 사후 재산 관리에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신탁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또한 재차 은퇴 포트폴리오를 플렉서블하게 만들 것을 주문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상품에 1000만원을 넣는 것보다 10개의 상품에 100만원씩 분산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 낫다는 설명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팁(tip)도 던졌다. “퇴직 후 남성들은 식구들이 모르는 비자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은퇴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