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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오아시스냐, 정권 말 치적쌓기냐’…코넥스 논란

금융위 중기 전용 주식시장 개설 추진…기존 프리보드는 고사 직전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4.18 11: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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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중소기업 전용 장내주식시장인 코넥스(KONEX)의 개설을 둘러싸고 ‘옥상옥’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코스닥과 프리보드 등 기존 시장이 제대로 활성화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이 문을 여는 셈인 탓이다.

코스닥과 프리보드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지난해 기준 각각 92.1%, 96.2%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관과 5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가진 개인으로 투자가 제한된  코넥스가 창업 초기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정권 말 금융당국의 ‘치적쌓기’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론도 있다.

◆문턱 높은 코스닥, 해체 직전 프리보드

금융위원회는 최근 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한 금융환경 혁신대책 중 하나로 코넥스 신설방안을 발표하고 이달 공청회 등 구체적인 설립 작업에 착수했다. 코스닥보다 진입 문턱이 낮으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안정적인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시장을 만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이 중소기업 전용 장내주식시장인 코넥스를 연내 개설하겠다고 밝히자 2000년 코넥스와 유사한 목적으로 개설됐던 프리보드는 존폐 위기에 몰렸다. 상당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기존 시장이 고사 위기에 몰렸는데 당국이 개선 의지도 없이 새 시장만 고집하느냐”는 의문을 드러냈다.
이에 따르면 코넥스는 일정요건을 충족하는 ‘성장성 있는 모든 기업(Growth Enterprise)’에 문이 열려있다. 현재 코스닥 상장이 가능한 기업은 자기자본금 30억원, 기준시총 90억원 이상으로 한정돼 있다.

여기에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 △순이익 20억원 이상 △최근매출액 100억원 또는 기준시총 300억원 이상의 중 하나를 충족해야 상장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코넥스는 상장 진입장벽이 코스닥 대비 최소 1/10에서 1/3 수준으로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00년 코넥스와 유사한 목적으로 개설됐던 프리보드는 존폐 위기에 몰렸다. 상당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기존 시장이 고사 위기에 몰렸는데 당국이 개선 의지도 없이 새 시장만 고집하느냐”는 의문을 드러냈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진입절차를 간소화하다보니 프리보드 기업들 대부분이 자본금 10억원 미만의 영세업체들”이라며 “투자자들의 무관심 속에서 프리보드 기업을 코스닥 상장 기준까지 키운다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있는 자식(시장)도 제대로 건사 못하면서 무조건 새 간판만 고집하는 당국의 속셈이 뻔하지 않느냐”며 “코넥스 개설이 정권 말기 치적쌓기용 이벤트로 이용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토로했다.

프리보드는 2000년 3월 금투협 전신인 한국증권업협회가 장외주식호가중개시장으로 개설했다. 진입요건과 절차가 간단하고 규제를 최소화했지만 부실기업이 적지 않고 개인투자자들의 투기를 부추긴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리보드 심사와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금융투자협회는 최근 프리보드 해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넥스 개설을 앞두고 실효성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에는 거래대금 등 시장 규모도 크게 줄어 자금조달시장으로서의 역할이 무색해진 상태다. 17일 기준 일일 거래대금이 4719만원에 불과해 9거래일 연속 거래대금이 1억원도 채 되지 않았다. 지난해 자금 조달액은 129억원에 그쳤다.

실제 프리보드 기업들의 실적도 시원찮다. 금투협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52개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순이익이 전년보다 9.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프리보드 심사와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는 최근 프리보드 해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넥스 개설을 앞두고 실효성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금투협 관계자는 “코넥스 개설이 추진되면서 내부적으로 프리보드 거취에 대해 폐쇄를 포함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코넥스에 끼지 못한 기업을 대상으로 프리보드를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지만 시장규모가 크게 쪼그라들 수 있다”며 “다만 아직 명확한 거취를 결정할 단계는 아니고 금융위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코넥스, 기존 시장과 닮은 듯 다른 꼴

코넥스 설립주체로 나선 금융위는 코넥스가 대체시장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 진웅섭 자본시장국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시장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코넥스는 기존 코스닥에 못 들어가는 기업들을 위해 마련한 보완 성격의 시장”이라고 말했다. 진 국장은 또 “프리보드와는 중장기적으로 역할이 중복되는 경우 기능 분담 등에 대한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코넥스와 기존 시장의 가장 큰 차이는 투자제한과 장내·장외시장 분류다. 코넥스에는 기본적으로 개인이 직접투자를 할 수 없다. 투자주체의 90% 이상이 개인인 코스닥, 프리보드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코넥스 투자가 가능한 것은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증권사·연기금·은행 등)와 5억원 이상 투자금을 보유해 헤지펀드, 벤처캐피탈 투자를 할 수 있는 일부 개인이다.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선수’만 투자 기회를 얻는 셈이다.

장외시장인 프리보드와 달리 코스닥처럼 장내시장이기 때문에 매매방식도 차이가 있다. 프리보드는 매도자와 매수자가 동일한 가격을 제시해야 매매체결이 되는 ‘상대매매’방식이다.

반면 장내시장인 코넥스는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 시장처럼 여러 명이 동시에 가격을 제시하는 ‘경쟁매매’방식을 채택할 예정이다. 이는 상대매매에 비해 유동성을 높이고 적정가격을 형성해 자금 선순환을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또 프리보드에 비해 코스닥 이전 과정에서 혜택을 강화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코넥스에 상장한지 1년이 넘은 기업이 코스닥으로 이전할 경우 최대주주 등의 보호예수 기간을 기존 1년에서 6개월로 줄이고 재무요건 역시 완화 또는 면제된다.

◆기대만큼 불안도 커

관건은 코넥스가 개설 취지와 업계의 기대만큼 안착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벌써부터 업계에서는 투자자 모집과 상장기업 건전성 심사 등을 놓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기관들은 보수적이기로 유명한데 코스닥에도 끼지 못한 기업에 선뜻 돈을 대줄 투자주체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인센티브 등 유인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리테일 자금을 끌어오지 않고 시장이 성장한다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상위 시장인 코스닥이 공시 의무를 강화했음에도 대주주 횡령, 회계부정, 변칙상장 등 부정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 역시 코넥스의 건전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최근 상장폐지를 우려한 일부 코스닥 상장사들이 해당 사실을 은폐하다 소액 투자자의 피해를 키우는 사례가 잦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프리보드도 진입절차와 규제를 간소화하면서 시장 자체가 부실해졌다”며 “나름 중견기업들이 모인 코스닥도 불성실공시와 불공정거래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더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모인 코넥스도 불완전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코넥스가 창업 초기 건설한 중소기업을 위한 오아시스가 되기 위해 넘어야할 산이 높은 만큼 제도적인 보완은 필수적으로 여겨진다.

한편 금융위는 오는 26일 코넥스 개설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후 공청회를 열어 코넥스 도입을 위한 입법절차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