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연일 톱기사로 게재되며 ‘관봉’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관봉은 한자로 ‘官封’이라 하는데, 관청에서 서류에 도장을 찍어 밀봉하던 데서 유래한 단어라고 한다. 이번에 사찰 관련해 거액을 현찰로 주었다는 것인데 그 돈다발에 통상적으로 찍혀 있어야 할 관봉 도장이 찍히지 않아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매번 의혹에 대해 청와대는 스스로를 변호하고 있지만 정권말기 계속되는 의혹에 정권에 대한 신뢰도는 이미 하락세로 돌아선지 오래다.
5만원 권 관봉. |
이렇게 비닐로 싼 관봉에는 일종의 ‘제품설명서’에 해당하는 표시자료가 들어간다. 이 표시자료에는 품명과 기호, 수량, 포장번호 등이 기재되고 특히 ‘검사·포장’란에는 검사 포장을 진행한 작업자의 ‘확인도장’이 찍힌다.
이번 사건 논란의 시발점은 청와대에서 근무한 바 있는 장진수 전 주무관이 받은 5만원권 1000장. 장 전 주무관이 받은 5000만원이 한국은행 띠지로 묶인 ‘관봉’ 형태임으로 드러나며 돈의 출처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관봉에는 이 확인도장이 없다고 한다. 이를 두고 민간인 불법사찰 ‘입막음용’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돈이 어떻게 흘러나왔길래 도장이 없냐는 의문점까지 제기된다.
한국조폐공사 측은 지폐 포장 중 1% 미만에 대해서만 샘플링 검사를 하며, 그 샘플링 검사를 하기 위해 포장을 풀었다가 다시 포장하는 경우 반드시 작업자의 도장을 찍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지폐포장(관봉)에는 확인도장을 찍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명 ‘마무리 작업’에 소홀해 논란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11 총선 때 서울 강남을 총선 투표함 개표 과정에서 봉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투표함이 발견돼 부정선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기서 ‘관봉’의 봉자와 같은 한자를 쓰는 封人(봉인)은 주나라의 관직 이름으로 변경(邊境) 수호와 제단 축조 등을 맡았던 지방 관리를 뜻한다는 점을 상기해 본다. ‘논어’에 보면, 주나라 봉인이 공자가 비범치 않은 인물임을 한눈에 알아 본 일화가 실려 있다. 저 봉인은 속칭 ‘매의 눈’이라 할 법 한 관리였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