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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옥중 불구 7개월간 급여수령, 담철곤 오리온 회장

박지영 기자 기자  2012.04.17 18: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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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누구나 한번쯤은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란 책을 읽어봤을 겁니다. ‘소년을 사랑한 사과나무 이야기’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는데요, 인생의 참된 가치가 무엇인지 일러주는 작품입니다.

동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무조건적인 사랑이야기’가 얼마 전 현실에서도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읽는이의 심금을 울리기는커녕 울화만 치미니, 제 속이 좁은 걸까요. 어찌됐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
“가까운 옛날 ‘오리온’이라는 나무 한그루가 있었습니다. 그 나무에겐 특별한 친구 ‘담철곤 회장’이라고 있었어요.

어느 날 담 회장이 나무에게 말했어요. 성북동 자택에 걸어 둘 개인감상용 작품이 필요하다고요. 그러자 나무는 계열사 돈 100억원으로 해외 유명작가의 고가미술품 10점을 사 그에게 건넸어요.

또 어느 날, 담 회장이 나무에게 말했어요. 자녀 통학용 승용차가 필요하다고요. 그러자 나무는 21억원 상당의 람보르기니‧벤츠‧페라리 등 고급 외제차를 빌려 담 회장 일가들이 편히 탈 수 있도록 했죠.

시간이 지난 뒤, 이번엔 집안 일을 도와주는 관리인 급여가 필요했어요. 이에 나무는 자택관리인 8명의 급여 10년치를 선뜻 지불했죠.

하지만 이모든 일이 불법이었고, 담 회장은 그만 감옥에 가고 말았어요. 나무는 ‘철창 안’ 담 회장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슬펐죠. 그래서 생각 끝에 그가 출소할 때까지 수억원의 급여를 주기로 마음먹었어요. 이건 불법이 아니었으니까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리온그룹은 지난해 등기이사 보수로 총 79억9300만원을 썼습니다. 오리온 등기이사가 모두 6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1인당 13억3200만원씩 가져간 셈인데요, 이를 일년 열두 달로 나누면 이들의 평균 급여는 1억1100만원이란 계산이 나옵니다.

업계와 따져봤을 때 그리 많지도 적지도 않은 금액인데요, 문제는 횡령과 배임혐의로 7개월간 옥중에 갇혀 있었던 담 회장에게도 이 돈이 지급됐다는 점입니다. 앞서 담 회장은 회삿돈 30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6월 구속됐다가 올 1월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물론, 법적으로만 봤을 땐 분쟁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회삿돈을 제돈마냥 쓴 죄로 벌까지 받는 상황에서 구태여 급여까지 챙겨야 했나 씁쓸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