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머그리지(Malcom Muggridge)의 개구리.
이 그림을 모르는 독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요즘은 요놈이 화두(話頭)이니까.
그래도 혹 모르는 독자 위해 짧게 설명을 하자면, 이렇다는 것이다.
개구리를 끓는 물에 집어 넣으면 어떻게 될까? ‘어마 뜨거라!’ 그러면서 후다닥 튀어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개구리를 그냥 실온(室溫)의 물을 담은 비이커에 넣고 알코올 램프로 이 비이커의 물을 데우면? 물이 뜨듯해 오르면서 개구리가 기분 좋게 온욕(溫浴)을 하다가 물이 더 뜨거워지면 그만 삶아지고 만다는 것이다.
이야기인즉 그렇다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 이걸 실험으로 입증한 별난 사람이 바로 별난 이름의 Malcom Muggridge였다나?
‘Deep Change or Slow Death!!’
왜 그럴까? 왜 개구리는 자기의 환경이 치명적(致命的)으로 바뀌어 가는 줄 모르고 유유히 그 속에서 따듯한 목욕을 즐겼을까?
경영학 책을 읽어보면, ‘변화가 이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다.’, ‘변화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온다’ 또는 ‘알고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속성의 것이다’,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는 경향이 있다’ 등 여러 가지 해설들을 이 그림에 붙이고 있다.
그러나 이 점을 빠뜨리면 안 된다. 개구리가 이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던 것은 그가 우둔해서도, 자신의 생명을 가볍게 생각해서도 아니었다. 개구리는 자신의 진화과정에서 변화하는 체온을 갖기로 선택하여 생존을 영위해온 변온(變溫)동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즉, 항온(恒溫)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여러분은 기업경영의 환경이 변화해 가는 것을 보면서 위기의식을 갖는가? 여러분 내부(內部)에 위기감을 느끼게 하는 항온이라고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바꿔! 바꿔! 모두 바꿔! 그런 제목의 유행가도 있었고. 마누라와 아이들만 빼곤 다 바꾸라고 하고, 이를 실천에 옮긴 기업 총수도 있었다.
변화에 대한 과단성 있고 timely한 대응, 대단히 중요하다. 오죽하면 CEO 대신 CDO(Chief Destroying Officer)란 말이 생겼겠는가? 그러나 바꾸는데 용감하기 전(前)에 한 가지는 짚고 가자.
변화에 대한 대응이 무모(無謀)한 현실 부정으로 끝나지 않는, 과단성 있는 대응이 되려면, 변화하지 않는 ‘그 무엇’인가를 디딤돌로 삼아야만 되리라는 이야기인데, 한번 내 자신과 주위를 뒤돌아 볼 일이다. 과연 우리에게 그런 디딤돌이라 할 것이 있는가?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서는 항온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어떤 것이 그 항온에 해당하는 그 무엇일까?
앞에서 일의 정의를 통하여 기업경영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천년 가는 기업을 만들자는 뜻을 같이한 사람들이 모여서 기업을 경영해 나갈 것이므로 여기서 모두 합의하여 앞으로 세상이 바뀌어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기업경영의 정의, 목표, 원칙 등을 약속하고 선언해 놓는다면, 그것이 앞으로 경영여건이 어떻게 변하든 이를 감지하고 대응하는 능력을 발휘하게 할 항온의 역할을 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독자 여러분도 기억하겠지만, ‘최종현 사장학’에서는 여러 논란을 거쳐 마침내 ‘공헌하다 떠나야 한다’는 ‘기업관’을 선언함으로써 천년 가는 기업, 영구히 존속 발전하는 기업을 만들기로 약속하였다.
이와 맥락을 같이 하여, ‘기업경영’이란 ‘기업의 안정과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루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기업의 생존기계인 구성원이 안정과 성장을 원하는데, 기업은 투기와 같은 모험을 시도하거나, 또는 성장에는 관심 없이 제자리 지키기만을 목표한다면 그러한 경영은 영구히 존속 발전하는 기업을 만드는 데 설 자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안정과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루게 하기 위해서는, 재무 구조를 튼튼히 하고 사회규범에 맞는 경영활동으로 매출액을 신장하여야 한다. 실제로 최종현 회장은 같은 내용을 자신의 스타일대로 쉬운 말로 바꾸어, ‘망하지 않아야 한다’고 표현하기를 즐겼는데, 망하지 않기 위하여 이윤극대화를 추구하여 기업의 안정과 성장을 ‘지속적으로’, ‘동시에’ 이루게 함으로써, 영구히 존속 발전하는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안정과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루는 것이 목적이 되고 이윤극대화는 그 수단이 되는 구조이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공헌, 심지어는 초과 이윤의 공유 등 납득 가지 않는 의무를 기업 외부의 영향력들이 기업에 대하여 강제하려는 분위기도 있으나, 이는 ‘사회규범’이라고 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경영자가 이에 흔들려 기업경영이 지향하는 지상(至上)의 목표가 지속적 이윤극대화임을 잠시라도 소홀히 하여서는 안 된다.
설사 기업이 자발적 또는 선제적(先制的)으로 그러한 기업외적(企業外的) 요구에 부응한다 하드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윤극대화를 지속적으로 이루기 위해, 현실에 필요한 만큼 영합하는 차원에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지, 사회적 공헌이나 이윤의 공유, 배분 따위가 우선순위를 뒤집고 기업의 경영이 추구하는 지상(至上)의 목적과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윤극대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어떤 경우에든 경쟁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면 된다.
경쟁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려면?
기업이 생산 공급하는 상품, 즉 제품과 서비스, 특히 그 ‘품질’이 가격경쟁 하에서도 우위를 확보함을 목표로 하여야 한다.
얼마든지 더 길게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까지 ‘기업관’, ‘기업경영의 정의’, ‘기업경영의 목표’와 다음에 설명할 ‘경영원칙’을 묶어 최종현 회장은 이를 ‘경영이념’이라고 명명하였다.
이를 테면 이것들이 ‘천년가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모인 경영인들의 약속이며 기업훈(企業訓)의 역할을 하여 말콤 머그리지 개구리에게는 없는 최종현 사장학의 ‘항온(恒溫)’이 된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