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원장의 대선출마설이 여의도를 강타했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제19대 총선이 민주통합당의 참패로 끝나면서 민주통합당의 대선 가도에도 문제가 생겼다. 낙동강 벨트에서 현역 조경태 의원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당선된 문재인 당선자가 차기 대선 주자로 눈길을 끌고 있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대항마’로는 아직 부족한 느낌이다.
여야 모두 오는 12월 대선을 향해 뱃머리를 돌린 시점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존재감이 새삼 더욱 커지는 분위기. 지난 16일 ‘중앙일보’가 안 원장이 대선 출마 결심을 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구체적 정황을 곁들여 보도한 이유에서다.
물론 안 원장이 대선도전 의사를 굳혔다는 관측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총선이 끝나고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터져 나온 이야기인 탓에 그 파장은 더욱 컸다.
‘중앙일보’의 보도를 시작으로 여러 언론에서 후속보도가 이어지자 안 원장의 측근인 강인철 변호사가 “안 원장은 대선 출마를 결정하거나 선언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이날 여의도 정가를 하루종일 술렁거렸다.
민주통합당은 일단 환영하는 눈치다. 당내 일각에서는 일부 그룹에서 안 원장을 경계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대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대선 경선 합류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먼저 박지원 최고위원은 16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 “안철수 교수는 정치를 하려면 민주당에 들어와 경쟁을 하면서 몸집을 키워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고, 정세균 상임고문 역시 같은 날 라디오 방송을 통해 “개인적 의견으로 안 원장이 적극적으로 당에 들어와 함께 경쟁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정 상임고문은 17일 의견을 더욱 구체화했다. 정 상임고문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방송에서 자신의 대권 출마 가능성에 대해 “그런 방안도 열려 있다”면서 “민주진보 진영은 적게는 5~7명 정도의 잠재적인 후보군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국민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잠재력 있는 사람이 모두 나와 판을 키우고 경쟁해야 한다”면서 “안철수 원장도 거기에 참여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중요한 정치인 반열에 올라와 있는 이상 역사적 책임을 다하는 방법을 깊이 생각하고 결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안 원장의 대선 결단과 경선 참여를 거듭 촉구하는 발언으로 분석된다.
문성근 대표 권한대행은 안 원장의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환영하면서도 후보단일화 방식을 놓고 정 고문과 시각차를 보였다.
문 권한대행은 17일 MBC 라디오 방송에 출연, “안 교수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서로 쫓아가서 ‘입당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모양새가 좋지 않으냐”고 운을 뗐다.
이어 문지통합당에 당적을 두고 당내경선절차를 밟는 방법도 있고, 또 가설정당을 만들어서 가설정당 후보들만 입당을 해서 국민참여경선을 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가설정당 창당 후 경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반면, 안 원장의 대선출마설을 접한 새누리당은 “민생문제 해결능력이 있느냐”, “검증이 필요하다”, “빨리 입장을 정하라”는 등 부정적인 분위기에서 압박을 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은 17일 안 원장의 행보에 대해 “빨리 본인의 입장을 공식화하고 국민 앞에서 철저히 검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측근인 이 의원은 “국민들이 충분한 검증을 할 수 있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한데 이런 판단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도 말을 보탰다. 같은 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김 전 비대위원은 “빨리 결론을 내 정정당당하게 나오는 게 낫지 애매모호한 말을 자꾸 반복해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옳은 자세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 원장이 제3의 세력을 만들어 대권에 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소리”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도 “안 교수의 파괴력은 어떤 형태로 출마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만약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하게 되면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팽팽한 싸움을 할 수 있을 테고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원장 측근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대선 출마 결심’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고 있는 만큼 안 원장은 하루빨리 자신의 입장을 공식 발표하고, ‘킹’이 될지 ‘킹메이커’가 될지 포지션 정리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