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총선 공약은 그저 "살을 내주고 뼈를 친다"는 고도의 병법이었나?
감세정책을 할 것이냐, 과세부담이 늘더라도 복지를 강화할 것이냐의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 경제는 지금 언급되는 정도의 복지정책을 감당할 펀더멘탈이 충분하다는 외국 IB 분석이 나오고 있고, 한국은행도 내수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놓는 등 부자감세 강행이 절실한지에 대해서 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15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4월 중 몇 가지 민감한 법안처리를 매듭지을 뜻을 분명히 한 가운데, 이 대상으로 이른바 부동산활성화법, 즉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등이 조명되고 있다.
즉 MB 정부가 정권 내내 논란을 빚어온 '부자 감세'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새누리당이 5년 이상의 장기적 관점에서 '조세 기본계획'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 연말 대선을 앞두고 세제 공약이 주목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더욱 주목되고 있다.
결국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복지를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복지를 하겠다는 간판 아래 조세 정책과 관련해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 결합되는 묘한 형태가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내수 살리겠다 야심만만 영국 감세정책, 후폭풍
영국 재무부는 3월말 2012년도 예산안을 내놓으면서,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을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 같은 법인세와 소득세율 손보기의 배경은 첫째가 해외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로 풀이됐다.
연간 1000만파운드(한화 약 180억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영국인 10명 가운데 1명은 기본 소득세율인 20%보다 낮은 세금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디언 등 진보 성향 영국 언론들이 16일(현지시간) 현행 세금 제도의 문제점을 짚고 나섰다. 특히 이들 언론들은 고소득자 기부금 공제 한도 문제와 최고 소득세율 제한 등이 결합하는 경우 부자에게만 유리한 모순이 극대화됨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근래 연소득 1000만파운드 이상의 영국인 가운데 6%가 10% 미만의 소득세를 냈으며, 3%가 20% 미만의 소득세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최상위 소득층의 4분의 1 정도만이 40% 이상의 소득세율을 적용받았다. 그런데, 영국의 최고 소득세율은 현행 50%로 내년 4월부터 45%로 인하될 예정이다.
이처럼 영국 내 최상위 소득자들이 일반 월급 소득자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고 공제까지도 적절히 활용, 세금을 크게 줄이거나 거의 내지 않는 '절세' 사례가 늘고 있어 공분을 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이와 같은 공제율 시스템과 최고 소득세율 인하 추진이 과연 온당한지에 대한 격론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부 정치인들은 이미 이 문제에 대해 반발 입장을 언론을 통해 개진하기도 했다. 세금을 줄여 내수 진작 효과를 얻겠다는 구상의 효과를 거두기도 전에 내부 갈등부터 증폭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막상 한 번 공제 관련 시스템을 발표했기 때문에, 이를 철회하기가 마땅찮다. 기부금을 접수해야 하는 단체 등에서 반발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즉 정책 입안과 발표, 집행에 신중을 기해야 함을 적절히 보여주는 사례로도 이번 영국 부자감세 후폭풍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부채 스노우볼 위기론, 타당한가?
다시 우리 정책으로 돌아가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는 투기수요 억제를 위해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5년 도입됐다. DTI 비율 적용은 빚을 과도하게 내 집을 사는 것을 억제, '부동산 불패 신화'를 추종하는 수요를 규제하는 효과가 있을 뿐더러, 가계부채 거품 제거를 위해서도 유지가 절실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런 규제의 완화를 복지 추진과 함께 속행으로 처리하겠다는 구상은, 결국 복지를 위해 에산이 필요하니 부자감세에 반대하지 말라는 명분론을 얻기 위한 전략으로까지 읽힌다.
이는 우리가 현재 국제경제의 위기 국면에서 수출 위주의 경제 구조에서 내수를 살리기 어렵고, 또 국가채무를 무제한 풀어 복지에 쓸 수 없다는 고민에 편승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유로존에서는 스페인이 이른바 명목GDP성장률과 정부부채에 대한 지급이자 간의 격차로 인해서
한국은행은 최근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도, 우리 경제의 현재 상황이 내수가 회복될 가능성이 타진되는 등 회복의 맹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썰렁한 소비침체 한파를 견뎌내고 드디어 점차 돌아오고 있는 소비자들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의 전통시장(제공: 프라임경제 호남취재본부). |
◆한국, 내수 여력·복지 감당할 체력 있다
하지만 우리가 복지에 과도하게 돈을 쓸 여력이 있느냐는 회의감 그리고 국가채무 스노우볼 우려, 수출이 부실하니 내수를 늘리기 위해 부자감세를 해 줘야 한다는 주장 등에 굳이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은행 '2012년 수정 경제전망' 발표 현장에서 신운 조사국장은 "경제가 지난해 4분기의 급격한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 하반기에는 전기대비로 1%초반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밝혔다. 비록 성장률 전망치는 낮췄지만, 자신감이 깔려 있는 발표였다는 총평이다.
또 한국은행 보고서 발표와 백브리핑 내용 등을 종합하면, 대외 부문의 불안 요인이 쉽게 가라앉고 있지 않으나 국내 경기 측면에서는 회복세가 강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한국은행은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1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세계 주요 IB들은 4·11총선에서 여당이 과반수를 확보함으로써 정책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고는 있지만, 어차피 여야 모두 복지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에 결과가 어쨌든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특히, 피치가 이런 복지의 정책과 예산 투입 필요성이 정부 재정을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이어서 국가신용등급 전망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낙관적 견해를 피력해 주목된다.
결국 현재 내수 위기론, 국가채무로 인한 스노우볼 우려 등이 부자감세 주장에 과도하게 투영되는 것은 우리의 경제 펀더멘탈을 과소평가하는 것으로 지나친 지출 증대를 고집하는 것 이상으로 위험한 발상이며, 새누리당의 근래 궤도는 영국의 잘못된 정책 추진 과정만을 답습할 위험마저 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