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총선에서 패배한 야권의 당 재정비가 한창이다. 민주통합당은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할 때까지 문성근 대표 대행체제로 당을 움직일 계획이다. |
◆총선 패배 민주통합, 재정비도 ‘안갯속’
민주통합당은 지난 15일 저녁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당헌·당규에 따라 문성근 대표 대행체제로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가급적 빨리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신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최고위 권한을 이관 받는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신임 원내대표 선출 일자는 5월4일로 정했고, 전당대회는 6월9일 예정이다.
문성근 대표 권한대행은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음달 4일 원내대표 경선을 치른 다음 선출된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도록 결정했다”면서 “문희상 의원을 위원장으로 원내대표 경선관리위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그 이전까지는 권한대행 체제로 가고 당헌당규에 따라 당을 조기에 안정화하고 정권교체를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겠다는 설명이다.
문 대표 권한대행은 “이번 총선을 치르면서 민주통합당은 국민들에게 수권세력으로서 신뢰를 얻지 못했다”면서 “국민 여러분의 따가운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욱 가다듬어 수권정당으로의 면모를 일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와 관련 첫째, 민생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특위를 구성해 반값등록금 등의 공약을 실현하고, 둘째, 강남 노원 등 투개표 관리 부실에 대해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자를 문책할 것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장기화되고 있는 언론사 파업대책을 세우고, 언론을 정상화하기 위해 언론특위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가고 있지만 당 쇄신의 출발점이 될 원내대표 경선과 당대표 경선을 염두에 둔 당내 세력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 경선과 관련해 ‘호남 당권·비호남 대권론’ 등이 제기되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이번 총선에서 대거 원내 진출에 성공한 친노그룹의 행보도 관심사 중 하나지만 친노에 치우친 공천이 지난 총선 패배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비노계’와 당내 중립성향 인사들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대권 도전설이 돌고 있는 안철수 원장의 행보에 따라 민주당 내의 권력지형은 새롭게 짜여질 공산이 크다. 현재 민주통합당의 새 권력지형은 그야말로 안갯속인 셈이다.
◆제3정당 진입 통합진보, 내부체제 정비 잰걸음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포함 13명의 당선자를 배출하면서 제3정당으로 도약한 통합진보당 역시 내부체제 정비에 속력을 내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16일 당 대표단과 당선자 상견례를 갖고 덕담을 나누고, 19대 국회에서의 성공적 의정활동을 다짐했다.
전통적 지지층인 노동자가 결집된 울산과 창원지역에서의 패배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12월 대선에서의 정권교체를 강조하며 한 목소리를 냈다.
상견례 이후 우위영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김선동 의원을 제19대 국회 개원준비단장으로 임명했다”면서 “곧바로 당선자 워크숍을 갖는 등 개원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앞서 통합진보당은 지난 12일 대표단회의를 열어 “29일 당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5월 말 이전까지 지도부 선출을 위한 강령개정안과 당헌개정안, 당규제개정안을 심의의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이정희 공동대표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 당선된 열세분에게 축하를 보낸다”면서 “정권심판과 의회권력 교체를 이루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고 총선을 치른 소회를 전했다.
이어 “통합진보당은 당 내부를 정비하고 힘 있는 진보정당으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심상정 공동대표도 당 재정비와 관련 목소리를 냈다. 심 공동대표는 “13석은 비록 교섭단체는 못하지만 국민들이 통합진보당이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이라면서 “선거정당 체계에서 명실상부한 진보적 대중정당의 길을 가기 위해 보다 개방적이고 유능한 정당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당의 변화를 강조했다.
◆위기의 자유선진당, 이인제 비대위 체제 구축
지난 18대 총선에서 18석을 얻으며 제3정당의 면모를 갖췄던 자유선진당은 이번 총선에서 위기를 맞았다. 텃밭인 충청권도 지키지 못한 채 5석만을 차지해 군소정당으로 몰락한 것.
게다가 세종시에 출마한 심대평 대표까지 큰 표차로 낙선하면서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에 따라 자유선진당은 심 대표의 사퇴로 인한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16일 이인제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지난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이 위원장은 자유선진당으로 당적을 옮겨 이번 총선에 임해 6선을 달성했다. 그동안 정치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의정활동으로 세간의 관심에서 잠시 멀어졌지만 이번에 위원장식을 수록하면서 앞으로 이 위원장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당분간 비대위 체제로 움직이게 될 자유선진당은 5월 중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체제를 구성하기로 결정했지만, 정계에서는 이번에 구성된 비대위가 이 위원장에게 당권을 넘겨주기 위한 절차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이날 이 위원장은 자유선진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이념 지형을 향해서 선도적인 역할을 감당해야 할 정당이 선진당”이라면서 “선진당이 좌파주의와 종북노선에 반대하는 것은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은 보수 이념의 색채를 더 짙게 하면서 당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지지기반을 넓히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관심을 모았던 보수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어떤 구도로 협력이 전개될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국민적 여망에 따라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도 “우리의 독자적 영역을 강화해 가면서 대선정국에 임할 것”이라고 독자 생존 의지를 강조했다.
결국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뒤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지금까지 9차례나 당적을 바꾼 이 위원장이 위기의 자유선진당을 구해낼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