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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리스크에 '증시 안보' 이상 없을까

지수 하락 가장 컸던 김정일 사망 때도 이틀 후 급등하며 만회

정금철 기자 기자  2012.04.16 15: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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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코스피가 2000선을 회복한 지 하루 만인 16일, 다시 1990선대로 떨어지며 한 주 거래를 시작했다. G2(세계 주요 2개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와 스페인의 국채금리 상승 악재가 부각되며 프로그램 매매가 수급에 부담을 줘 지수를 아래로 내리 끌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일관된 분석이다. 이날 지수 하락을 지난 13일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실패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와 연관 지은 연구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 외에도 대부분 대북경제전문가들 역시 대북 리스크와 코스피지수와의 상관관계에서 유의성을 찾지 못하며 북한 변수보다는 대내외적 경제적 요인에 따라 지수가 흔들리는 경향이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날 삼성경제연구소 임수호 선임연구원은 "북한체제가 안정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총선에 따른 관심도 분산 등 다양한 충격 분산 및 경감 기제가 작용하고 있다"며 이번 광명성 3호 이슈는 소폭 하락·단기회복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IMF 이후 상장사의 경영실적과 연계된 모멘텀에 증시가 받는 영향이 커지면서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력이 줄었고 그 동안의 학습효과로 북한발 악재에 따른 주가 하락을 오히려 투자기회로 인식하는 사례도 있다는 설명이다.

대북 변수가 증시에 영향을 미친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도 방위산업주, 남북경협주 등 종목 및 업종별 분류와 연계된 주가 차이를 지목할 뿐이다.

무엇보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일반적으로 점차 영향력이 감소하는 것이 분명한 만큼 현재 유럽 및 미국, 중국 이슈가 글로벌 투자심리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점에서는 과거의 학습효과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에 무게가 쏠리고 있는 것이다. 

◆ 북한발 변수로 인한 지수 하락은 반등장세 불러

실제 1994년 7월 김일성, 지난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까지 주요 대북 변수와 코스피지수 변동 추이를 조사한 결과 북한발 리스크는 국내 증시에 큰 악재가 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일성은 1994년 7월 8일 사망했지만 북한은 다음날인 9일 정오에 김일성 사망사실을 발표했고 다음 거래일인 월요일 코스피는 0.8% 약보합 마감에 그쳤고 5일 이후 0.14% 상승 전환했다.

1996년 6월 15일 서해교전 당일에도 코스피는 2.2% 하락했지만 다음날 바로 회복했고 1998년 8월말 북한이 함경북도 무수단리에서 장거리탄도미사일인 대포동 1호를 시험발사했을 때 코스피는 사건 당일 오히려 0.9포인트 상승했다.

1999년 6월15일 1차 연평해전 때는 사건 당일 18.2포인트 하락했으나 다음 거래일 25.8포인트 급반등하며 회복세를 보였고 2002년 6월말 2차 연평해전 당시엔 0.5% 강보합세로 장을 마쳤다.

또 2003년 1월10일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날에도 코스피는 2포인트 하락한 후 다음 거래일 19.7포인트 반등했고 2005년 2월 11일 북한의 핵무기 보유 발표 당일에도 0.2% 내려가는데 그쳤다.

대포동 2호와 스커드, 노동미사일을 발사한 2006년 7월5일도 당일 6포인트, 다음날 15.9포인트 떨어졌으나 3일째부터 반등해 4일째 하락폭을 모두 만회했고 2009년 4월초 대포동 2호 개량형 시험발사 때도 다음날 14.1포인트, 익일 2.2포인트 올랐다.

2009년 5월25일 함경북도에서의 2차 핵실험 때도 이틀간 40포인트 넘게 떨어지며 급락했으나 일주일 후 회복했고 같은 해 11월 중순 북한 함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월경으로 발생한 대청해전 때는 당일 5.5포인트, 다음 날 12.5포인트 상승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2010년 3월26일 천안함 침몰 사건 발생 당시 코스피는 0.55% 강보합 마감했고 9개월 후인 12월20일 연평도 포격사건과 맞물려 연평도 사격훈련이 이슈가 됐을 때도 역시 당일 6포인트 내려간 후 익일 16.8포인트 상승했다.

물론 대북 악재로 코스피지수가 급락세를 보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때도 우리 증시는 10일 이내에 모두 원지수대를 다시 찾았다.

2006년 10월9일 북한이 함경북도에서 1차 핵실험을 했을 때 코스피는 당일 32포인트 넘게 빠졌으나 일주일 후 회복했고 2010년 11월23일 연평도 포격사건 때도 5일간 50포인트(-1.26%)를 뺏겼던 코스피는 일주일 만에 0.30% 상승, 8일째 원지수대 회복에 성공했다.

이번 광명성 3호 이슈 전 가장 최근 발생한 대북리스크인 작년 12월19일 오전 김정일 사망 소식 때도 당일 63.03포인트(3.43%) 급락한 코스피는 이틀 후인 21일 55.35포인트(3.09%) 급등하며 사망 당일 하락 분을 채운 바 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현재까지의 사례를 보면 대북변수 발생 이후 코스피는 5거래일 기준 오히려 2% 이상 상승했다"며 "(북한발 악재의) 주가 영향력은 1~4거래일 정도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 펀드도 영향 無…北 정치 불확실성은 경계해야

이 같은 결과는 펀드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날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과거 주요 북한 악재 및 대포동 2호, 광명성 2호 등 미사일 발사 이슈가 있었을 때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추세적인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주요 북한 이슈 및 미사일 발사 이후 국내일반주식형펀드 수익률 (단위:%), 제로인 제공.
그러나 김정은 체제로 전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을 배제하고 이제까지의 대북리스크와 지수 변동 통계만을 맹신할 경우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신증권 홍순표 시장전략팀장은 "북한 내 정치적 불확실성은 코스피를 중장기적으로 혼돈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은 김정은 체제의 안착으로 해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임 선임연구원도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해질 경우 대남 대미 도발의 수위와 빈도가 확대되면서 초대형 주가하락이 발생할 소지가 다분해 중장기적으로 북한발 안보충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홍 팀장의 의견에 동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