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 상반기 M&A시장 최대어가 될 ING생명에 국내외 금융지주, 보험사들의 러브콜이 뜨겁다. 무엇보다 ING생명을 품에 안으면 기업의 시너지 효과는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다. 7조~8조원대 매물로 평가되고 있지만, 속을 들춰보면 이러한 분위기는 쉽게 수긍된다. 다만, 정확한 실사와 기업문화에 대한 이해가 동반돼야 하고, 과열될 분위기가 불러올 무리한 출혈경쟁이 우려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내용을 살펴봤다.
ING생명 매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유수 금융지주, 보험사들의 인수열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ING생명 아시아ㆍ태평양 법인은 4월 초 인수후보군들에게 투자안내문을 배포했으며 이달 중순께 투자설명서(IM)가 발송될 예정이다.
투자안내문에 해당하는 ‘티저 레터’는 국내 ‘빅3’ 보험사인 삼성(032830), 대한(088350), 교보 등의 보험사들과 KB금융지주(105560) 등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외 업체는 AIA그룹, 푸르덴셜, 메트라이프 등이 포함돼 약 2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NG생명 아ㆍ태법인은 현재 법인을 분리 매각할 것인지 통합 매각할 것인지 구체적인 지침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단, 중국과 인도법인의 경우는 현지 보험회사와 합작 형태로 운영되는 만큼 매각 시 이들에게 우선권이 있다는 주석 정도만 달아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빅3’ ING생명 통해 해외진출 활로 찾나
최근 교보생명이 ING가 매물로 나올 경우 인수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국내외 인수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보험사들은 ING생명 인수에 따라 상위 ‘빅3’의 시장 우위가 변경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
ING생명 아ㆍ태법인은 높은 생산성과 75%에 달하는 남성 설계사 비율로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
대한생명 또한 ING생명 국내외 법인 모두 관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은 초반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검토를 꾸준히 준비해왔으며 아ㆍ태법인 전체 매각이 진행될 경우를 대비해 컨소시엄 구성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ING생명의 경우 인수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얻게 되는 이득이 만만치 않다고 말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ING와 같은 글로벌 그룹이라며 입찰에 참여해 해당 생보사의 시스템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들 눈독 들이는 ING생명 매력 포인트 뭔가?
국내 외국계 보험사 1위, 국내 4위 보험사에 오른 ING생명은 규모나 수익 면에서 타사보다 뛰어남을 보이고 있다. 특히 ‘높은 생산성’은 국내 보험사들이 인수를 희망하는 가장 큰 이유로 조사됐다.
생명보험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ING생명의 설계사 수는 6686명으로 삼성생명의 6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순익은 2029억원으로 삼성생명의 순익 5244억원의 40%에 달한다. 설계사 1인당 순이익 또한 빅3 대형사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ING생명의 높은 생산성은 특이한 영업조직이 갖는 특성이기도 하다. ING생명은 타 보험사보다 ‘대졸 남성’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사 6686명 중 남성 설계사는 75%에 달하며 이는 설계사 수가 약 3배가량 차이나는 대한생명과 교보생명보다도 많은 숫자이다.
업계 관계자는 “ING생명의 경우 남성설계사가 많은 것도 장점이지만 FC사관학교라고 불릴 정도로 교육시스템이 잘 돼있다”며 “예전에 ‘보험아줌마’라는 아줌마설계사 이미지에서 젊고 유능한 인력을 충원하며 이미지쇄신이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외국계 보험사들도 ING생명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국계 AIA그룹과, 푸르덴셜그룹도 ING생명 아태법인 인수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NG생명 매각 ‘부실’ 때문, 실사 꼼꼼히 진행해야
한편, 일각에선 국내 보험사들의 출혈경쟁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특히 티저레터가 발송되기도 전에 인수의사를 적극 밝혀 ING생명의 인수가격만 띄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보험연구원 전용식 연구위원은 “이론적으로는 매각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ING그룹이 구제 금융을 받으며 약속한 기한에 ING생명 매각을 끝내야 하는 만큼 신속하고 한꺼번에 매각하는데 가중치를 부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전 연구위원은 국내 보험사들이 인수전 ‘부실 위험’에 대한 실사를 꼼꼼히 해야 하며 인수한다면 문화적 차이 극복 등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ING생명이 해외진출을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매각 이유가 그룹의 부실 때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그룹의 부실이 아ㆍ태법인까지 많이 전이되진 않았겠지만 실사 시 사는 사람 입장에서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연구위원은 “타기업 인수 후 성공한 기업이 많지 않은 만큼 국내 보험사와 금융지주들도 인수 후 문화적 차이 등을 극복하고 내 것으로 케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기존 관행을 깨지 않고 인수 후 양쪽 회사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한 손해비용이 상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