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투자자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중국고섬의 상장폐지 보류 결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고섬 사태는 국내 증시의 대해외증시 관련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커다란 생채기를 남겼기 때문이다.
12일 한국거래소(이사장 김봉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회를 개최하고 2010사업연도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거절'로 상장폐지사유가 발생한 중국고섬공고유한공사(950070)에 대해 상장폐지 여부 결정을 보류하고 심의를 '속개'한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15일까지 부여된 개선기간 동안 상장폐지사유를 해소한 2010사업연도에 대한 재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한 중국고섬의 속개결정 배경으로 국내 KDR(한국주식예탁증서)보유자의 입장을 들었다.
한국거래소에 KDR형태로 2차 상장된 중국고섬을 정리매매에 따라 상장폐지할 경우 국내 KDR보유자는 원주가 상장된 싱가포르거래소(SGX)에서 향후 매매거래 재개 또는 상폐 여부 불확실성에도 불구, 정리매매 참여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유가증권시장본부 공시부 황호진 팀장은 "향후 원주가 상장된 싱가포르거래소에서 거래재개 또는 상장폐지를 결정할 경우 상장공시위원회 속개를 통해 KDR의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거래소의 조치는 중국고섬 사태의 경우 초동 대처부터 미흡했던 것은 물론 현재까지 거래정지가 이어져 투자자들이 피해물량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상황인 만큼 더욱 문제의 불씨가 크다.
지난해 3월21일 국내에 2차 상장된 중국고섬 주가 원주는 상장된 싱가포르거래소(SGX)에서 장중 24%나 폭락했다. 이날 원주와 국내에 상장된 KDR 가격괴리율은 무려 45.37%다.
이에 SGX는 이날 오후 6시경 주가급락과 관련한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1시간이 경과한 후 바로 거래를 중지했으나 한국거래소는 22일 오전 9시50분경에야 해당거래가 중단된 사실을 파악하고 10시에 KDR매매에 대한 정지조치를 내렸다.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인지한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는 장이 열리자마자 보유 물량을 내다팔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거래 정지시점까지 매매를 계속할 수밖에 없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이후 한국거래소는 증권사가 공모주식의 약 10%를 의무적으로 투자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표하는 등 기업공개(IPO)업무의 책임강화 방안을 마련했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에 시달려왔다.
특히 중국고섬 사태는 외국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키우고 실적유치에만 혈안이 된 IPO시장에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개인투자자 550여명은 중국고섬 상장을 주관한 KDB대우증권과 한화증권은 물론 한영회계법인에도 부실 실사의 책임을 따지며 190억원 규모의 소송을 걸었지만 당했지만 여전히 사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경영권 매각과 관련한 이슈는 투자자들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하고 있다. 지난 9일 중국고섬은 경영권 매각 추진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에서 "회사 투자에 관심을 표명한 다양한 잠재 투자자들과 논의 중"이라며 "그러나 어떤 투자자와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계약을 하지는 않았다"고 공시했다.
이에 대해 'tadogosome'이 필명인 한 포털사이트 주식투자카페 회원은 "1년 넘게 투자자들을 골탕 먹이더니 다시 한 번 경영권 매각을 운운하면서 시간때우기용 이벤트나 준비하고 있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어 "상장 2개월 만에 거래가 중지되는 황당하고 어이없는 현실에서 정부는 손 놓고 바라보고 있다"며 "상폐 시 개미들 피해가 너무나 큰 것도 문제지만 결국 2000억대 상장자금이 중국으로 고스란히 넘어가는 꼴을 그냥 좌시할텐가"라고 금융당국의 적극 대응을 요구했다.
'곰팅이'라는 필명의 또 다른 회원도 "상폐 때 가격 쫌 올려 받으려고 증권 회사들 찌라시로 움직이는 거 같은데, 1년을 기다렸고 이젠 후회도 미련도 없다"며 "차라리 호재성 공시 많이 띄우고 1000원이라도 건질 때 빨리 상폐하자"고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