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주대법원은 2002년에 석유회사들이 캘리포니아주 시민단체를 상대로 벌인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의미있는 결정을 내렸다.
캘리포니아주 시민단체는 석유회사들이 환경오염방지법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고발했는데, 역으로 이들 회사들은 소비자단체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 캘리포니아주의 1심 판사는 위 석유회사들의 소송을 이는 이른바 ‘SLAPP’라고 보아 각하하였고, 주항소심과 주대법원도 1심 판사의 결정을 유지했다.
그러면, 여기서 언급된 SLAPP란 무엇인가? 이는 공중의 사회 참여를 전략적 소송으로 맞서는 소송 행위(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이고 그 머릿글자를 따 흔히 SLAPP라고 부른다.
재력이 막강한 기업이나 독점적 권한을 행사하는 정부기관들은, 공공적 이익에 관하여 그들에게 반대하는 개인 또는 단체들을 견제하기 위한 법리를 개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강구된 것이 주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 등이며 이것이 SLAPP다.
생각해 보면, SLAPP라는 소송 행위는 사회적 관심을 돌리는 행보, 즉 ‘달을 가리키는 데 손가락만 본다’는 상황으로 여론의 시선을 돌리는 목적으로 제기하는 불순한 의도가 깔리는 경우가 많다고 여겨진다. 즉, 기업 혹은 기관의 잘못으로 어떠한 사회적 문제가 제기된 경우 문제의 핵심을 규명, 사과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오히려 문제를 거론한 이에게 거액의 소송을 제기, 입을 막으려는 시도이다.
이런 SLAPP에 대한 제어 장치는 이런 언론과 시민단체의 존재 의의를 보장하고, 이들의 목줄을 불필요하게 죄는 불온한 시도를 조기에 차단하는 데 의의가 있다(따라서 소송이 제기된 시점 자체에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의 잘못이 ‘이미 명확한 경우’에는 SALPP 제어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 또한 미국 측 법학 논리다).
캘리포니아주는 이런 SLAPP 행위의 위험성, 즉 겉으로는 온당한 소송 행위인 듯 하나 결론적으로 공공적 이익을 위해 짖어대는 Watch Dog(감시견)의 행위를 무력화할 가능성에 대해 심각히 우려, SALPP를 견제하도록 법을 만들었다. SLAPP가 제기되는 경우 이를 조기에 각하하도록 캘리포니아주 민사소송법 425.16조에 규정한 바도 있다. 이 2002년 사건은 이 규정의 해석 기준을 명확히 하는 의미있는 결정이라 당시 한국 법조인들도 관심을 가졌다.
이 사건에 우리 법조인들이 관심을 가진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과 우리 사법제도는 다르며, 우리에겐 이런 법률적 제도가 없기 때문에, 기업 등이 SLAPP를 제기하면 바로 법원이 각하해 버릴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다만, 정준영 당시 판사 같은 법조인은 전문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가압류 실무에서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이런 목적으로 제기된 가압류에 대해서는 이를 재판부가 용인하지 않는 방법으로 미국식 SLAPP 조기각하제도와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생각해 보라. 같은 재산의 가압류 예를 들어 1억원짜리 가압류라 해도, 대기업이나 부유층이 당하는 1억원과 기업체의 노조나 노조원, 그리고 시민단체 혹은 언론인 개인 재산에 대한 가압류 1억원이 갖는 의미가 얼마나 다를 것인지. 당시 이 기고문은 바로 이런 문제에 대해 미국 SLAPP를 견제하는 최신 논리를 받아들여 법원이 노조, 시민단체와 언론인 등에 대한 가압류에 신중할 필요성이 높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월12일 저녁 뉴스에, 문화방송(MBC) 노조와 집행부 16인에 대한 가압류 신청이 일부인용(청구 내용을 일부분 인정, 가압류를 부분적으로 허락하는 일)됐다고 한다. 해당 언론사와 노조는 언론 공정성 문제를
소송이 무서워서, 가압류를 당할 게 무서워서 언론 공정성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면, 이는 언론에게만 불행이 아니라 그런 가압류 결정을 기계적으로 하는 법원에도 불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