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맥주 몇 잔에 얼큰하니 취기가 돌았던 며칠 전 퇴근길 입니다. 러시아워는 훌쩍 지났지만 제법 붐볐던 동인천행 급행전철 안에서 도발적인 질문과 맞닥뜨렸습니다.
‘지금 당신의 직업에 만족하십니까?’
전철 출입구 옆 셀로판테이프로 비스듬히 붙여놓은 전단지는 전철에서 흔히 보이는 직원 모집 공고였습니다. 보통은 ‘가족같이 도와주실 분 모십니다’ ‘군·경 출신자 우대’ 같은 문구가 빽빽하게 들어찬 정체불명의 ‘찌라시’가 대부분이었지만 이 전단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지난달 20일 한국고용정보원이 우리나라 759개 직업에 종사하는 2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직업만족도를 조사해 발표한 바 있습니다. 각 직업별로 사회적 기여도, 직업의 연속성, 발전가능성, 업무환경과 시간적 여유, 직무만족도 등 5가지 항목을 응답자가 주관적으로 점수를 매겨 평가하는 식이었습니다.
조사결과가 궁금하시죠? 대한민국 최고의 직업은 바로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었습니다. 무려 100점 만점에 99점을 받았다고 하네요. 특히 ‘직무만족도’는 1위, ‘업무환경과 시간적 여유’에서는 시인에 이어 2위에 올랐습니다.
구체적인 순위를 들여다보면 가장 만족도가 높은 직업 20개 중에는 대학교수, 특수학교 교사 등 교육 관련 직업이 5개나 포함됐습니다. 또 문화예술 종사자와 성우, 아나운서 등 방송분야, 그 밖에 상담전문가, 놀이치료사, 웃음치료사 등 행동·심리 컨설팅 분야 직업군의 만족도 역시 높았습니다.
안타깝게도 기자는 200위 밖에서 겨우 찾았습니다. 신문기자가 출판물기획자와 함께 공동 269위, 잡지기자가 271위로 이름을 올렸고 방송기자가 312위, 편집기자는 399위를 차지했습니다. 사진기자가 440위로 기자들 중에서도 3D 직종(?)으로 낙인찍혔더군요.
요즘은 워낙 매체도 다양하고 기자도 많아서 좀 뜸하긴 하지만 2~3년 전만해도 이메일이나 블로그 게시판을 통해 ‘기자가 되고 싶다’는 학생들의 문의가 적잖이 오곤 했습니다. 분명히 힘들고 고된 직업이지만 ‘기자’라는 직종은 선망의 대상이었나 봅니다.
후배 가르치는 심정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다보니 그들에게서 몇 가지 공통점이 보입니다. 분명히 기자가 되고 싶다고 하는데 아는 게 없습니다. 얄팍한 시사상식이나 영어성적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왜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했고 어떤 기자가 되고 싶은지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더군요.
이 질문은 저나 동료 기자들에게도 분명 어려운 질문입니다. 스스로 일이 힘들고 지친다고 느낄 때는 어김없이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만큼 목표나 동기가 없으면 버티기 힘든 직업이라는 얘기입니다.
비단 기자라는 직종 뿐 만이 아닐 겁니다. 속된말로 ‘남의 돈 먹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고 합니다. 독하게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지 못하면 어떤 직업을 선택해도 만족하지 못할 겁니다. 앞으로 직업을 선택할 예비 사회인은 물론, 이미 직업전선에 뛰어든 ‘선수’들도 잊어서는 안 될 다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