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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칼럼] 종목 고를 때 ‘의인화 유추법’ 활용하라

우리투자증권 정강필 지점장 기자  2012.04.13 08: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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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하루 혹은 일정 시간 동안 주가지수 움직임을 분석하고 평가해보면 매우 합리적이고 인과관계가 뚜렷한 패턴을 보여준다. 서점에 가면 각종 차트의 움직임을 장황하게 설명한 증권분석서가 즐비하고 수년 간 차트만 연구했다는 사람도 종종 만난다.

각종 변수를 차트 움직임에 대비시켜 설명하는 전문가들의 강의를 듣노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변수가 그런 식으로 작용할 것을 미처 예측하지 못한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예상은 했지만 과감하게 행동에 나서지 못한 용기 없음을 한탄하기도 한다.

문제는 창의력과 자신감이다. 현재의 상황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은 전적으로 과학의 영역이기 때문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특정 종목의 향후 주가를 예측하는 것은 과학의 영역이라기보다 직관의 영역이며 창의력이 요구되는 문제다.

또한 스스로 독창적인 창의성에 의해 주가를 예측했다 해도 주식을 매매하는 행동은 흔들림 없는 자신감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 창의력과 자신감은 서로 맞물리며 투자의 성패를 결정짓는데, 자신감보다는 창의력이 우선이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왕성한 호기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항상 호기심을 유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뿐더러 타고난 성정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자신이 창의성과 다소 거리가 있고 시간도 부족하다면 약간의 의식적인 노력만으로 창의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바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방법이다. 역지사지란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보는 것 그리고 스스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헤아려보는 것이다.

질레트라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남성용 면도기 회사가 있었다. 2005년에 P&G에 합병돼 회사는 사라졌지만 브랜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질레트는 신제품 출시나 프로모션 등을 위한 브레인스토밍 단계에서 ‘의인화 유추법’이라는 기법을 사용하곤 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객체이자 대상을 주체화하는 것, 즉 연구자 자신이 스스로를 현재 연구 중인 대상이나 문제라고 입장을 바꿔 상상해봄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하는 것이다. 일례로 새로운 샴푸를 개발하기로 했다고 가정하자.

이 때 직원들이 브레인스토밍 단계에서 스스로 머리카락이 되어 보는 것이다. “나는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 물에 담기는 것은 싫어” “너무 뜨거운 헤어드라이어 바람은 질색이야” “매일매일 감겨지는 것은 해로울 거야” “감겨진 다음에 시원했으면 좋겠어” 등등 유추된 반응을 통해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질레트의 신제품이 바로 ‘실킨스’라는 샴푸다. 시판 1년 안에 샴푸시장 10위 안에 진입했다.


   
 
종목 선정과 예측에 있어서도 이러한 유추법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쇼핑몰이 활황일 때 오히려 택배회사를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키는 것이 이러한 예다. 또 게임회사가 승승장구할 때 엉뚱하게 나이키를 매도하는 것도 마찬가지 사례다.

워렌버핏이 BNSF(벌링턴 노던 산타페)라는 철도회사에 265억달러나 투자한 것 역시 치밀한 유추법에 의해 결정한 것이다. 이 투자로 S&P는 워렌버핏이 경영하는 버크셔 헤서웨이의 신용등급의 하락을 검토할 정도로 의구심을 나타냈지만 작년 한 해에만 워렌버핏은 이 투자에서 33억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우리투자증권 정강필 마린시티WMC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