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감사합니다! 영어로 쌩큐, 일본어로 아리가또라고 하지요. 잘했습니다! 영어로 원더풀, 일본어로 스바라시라고 하지요.’
파주의 대안학교 11학년에 재학중인 김어진은 정상 학제로 치면 고등학교 2학년 학생 나이다. 4학년 겨울방학 때 파주 장단반도에서 열린 철새탐조프로그램에 참가, 독수리의 황홀한 비행에 반하면서 새를 좇기 시작했으니 벌써 7년째다.
당연히 운전면허도 차도 없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눈이 오면 오는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카메라를 메고 집을 나서서 하염없이 걷고, 하염없이 기다렸다. 더구나 부엉이는 야행성이라서 꼭두새벽과 한밤중도 불문이다.
생태계의 보고 공릉천에는 어렸을 적 소설에서나 이름을 들었던 맹수, 삵이 살고 있다. 김어진이 발견했고, 너무나 기뻐했다. 그런데 얼마 후 독극물이 섞인 새, 아마도 기러기를 먹고 2차 중독을 일으켜 시체로 발견되었다. 어진이는 많이 화가 나고 속도 상했다.
칡부엉이는 위장의 명수고 황금눈동자를 가진 금눈쇠올빼미는 천연기념물 324호다. 뛸 때는 꼬리를 아래 위로 심하게 흔드는, 신출귀몰한 잿빛개구리매. 겨울 황태자 황새의 우아한 비행과 사냥감을 정조준 하는 황조롱이의 정지비행, 이륙을 위해 남다른 에너지와 도움닫기가 필요한 뚱보 재두루미, 천연기념물 323호 새매, 그리고 고라니가 모두 공릉천에 살고 있다.
학교가 있는 동네라고 새가 없을까. 돌곶이 습지의 여름 아침은 저어새가 반긴다. 노랑부리저어새는 멸종위기 1급 종이다. 인디언 추장을 닮은 후투티, 날아가는 새를 잡을 만큼 비행술이 뛰어나다는 ‘새홀리기’ 새는 이 책에서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어린 학생의 조류 관찰기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도시 안의 공원은 기본이고 영종도 갯벌, 그리고 멀리 남해 강진만 갯벌까지 내려가 검은머리물떼새의 짝짓기를 관찰하고 촬영했다. 강진만이 잘 보존돼서 옆 동네 순천만 같은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대목에서는 대견하다 못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마지막 장에는 2008년 3월 5일 KBS환경스페셜 프로그램에서 방송되는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에 반해 4월 3일부터 7월 5일까지 수리부엉이 부부를 찾아 나서 관찰일지를 작성했다. 수리부엉이가 새끼를 낳고, 그 새끼가 어른이 될 때까지를 일자 별로 담았다. 둥지를 사수하기 위해 맹금류 황조롱이와 벌이는 결투는 필사적이다.
‘새 박사 윤무부 교수’를 제대로 뒤이을 차세대 새 박사 후보 1순위로 보이는 김어진 학생이 직접 찍은 사진에 또래 학생들의 눈높이에 딱 맞을 일기 같은 글을 썼으며, 증거로 공릉천 생태 관찰지도가 첨부됐다. 도서출판 장수하늘소에서 출판했다.
프라임경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