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기자 기자 2012.04.12 09:13:16
[프라임경제] “회사 설립 초반 주위에서는 ‘DMZ(비무장지대) 지역만 취급하는 여행사가 운영되겠냐’며 ‘미친놈, 또라이’라 말하더니 지금에 와서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었냐’고 묻더군요.” 다소 작지만 단단한 체구에서 나오는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장승재 대표의 첫인상이었다. 군복만 입고 있으면 현역 장군 같은 포스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대한민국. 1953년 7월, 휴전선과 비무장지대가 탄생했다. 1945년 8월 일본군 무장해제를 위해 미국과 소련이 가른 행정적 선 38도선과 1950년부터 시작된 한국전쟁의 결과다. 이후 60여년간 대한민국은 남과 북으로 서로를 향해 대치중이다. 한민족이라는 말은 한국을 이끌어갈 미래의 일꾼 20~30대 사이에 다소 낯선 단어이기도 하다.
이런 소비층을 대상으로 DMZ관광이라는 것이 상품성이 있을까. 다소 의문점을 안고 발길을 나선 기자는 DMZ관광주식회사 장승재 대표(사진 아래)를 만난순간 그리고 그가 추진하는 상품의 일환인 병영체험을 경험하는 순간 그의 선견성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22년 전 DMZ와의 운명적 만남
장 대표는 “DMZ관광은 한마디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대표 관광상품이다. 왜냐하면 DMZ야 말로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녹아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라며 당당하게 기자를 향해 주장했다.
세계 유일한 냉전시대의 분산물이며, 국내 대표적 관광자원인 판문점과 비무장지대(DMZ)를 내·외국인들에게 상품화해 분단국가의 현실홍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장승재 대표와 DMZ의 인연은 22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판문점을 처음 방문한 것은 1990년도. 한국관광공사에 근무(1984~1996)하면서 한반도 현대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대학원에서 외교․안보분야를 공부하고 이중 6·25전쟁, 판문점, DMZ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한국전쟁과 판문점 역할’에 관한 논문과 ‘판문점리포트’ 서적 등을 출간할 정도로 그의 DMZ 애정은 남다르다.
공부한 것을 활용함과 동시에 DMZ 관련 분야업무를 찾던 중 그가 본격적으로 DMZ 관광 사업을 시작한 게 10년째.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헌데 외길 22년, 왜 하필 DMZ관련 상품을 개발해 고집스럽게 한길만 걸어왔을까.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장승재 대표는 “처음 여행사를 설립 운영한다는 계획은 꿈에도 없었다. 그러나 DMZ 전문 관광사업도 나름 괜찮겠다 싶어 우연히 탄생한 것이 DMZ관광주식회사였다. 좋아 공부한 게 DMZ였고, 이와 연관된 관광사업을 펼친 것이 결국 운명이 됐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상 국내 여행사만도 1만개가 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DMZ관광주식회사가 가진 장점은 DMZ 248Km 일원 접경지역 10개 시·군 전지역을 대상으로 내국인 및 외국인에게 관광상품을 판매한다는 것. 즉 DMZ에 대해 전문적 시스템, 상품기획력, 현장 운영 능력, 노하우 등이 타사와 차별화되는 특징이다.
◆민통선 접경지역 관광상품 집중 개발
장 대표에 있어 DMZ 현장에서 끈끈하게 연결된 인맥도 DMZ관광주식회사만의 자랑꺼리다. 오직 DMZ 및 민통선의 접경지역 10개 시․군의 관광상품만 선택해 집중적인 상품을 개발‧판매하기 때문에 타사에 비해 DMZ지역만큼은 전문화 됐다. 따라서 상품개발 노하우와 기획력에 있어 경쟁력 역시 강하다.
하지만 한반도 특성상 DMZ는 여전히 군사 안보지역이다. 그만큼 일반인에게 공개하기 힘들지 않았겠냐는 질문에 그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복무시절 추억어린 향수에 젖을 수 있고 청소년들에게는 분단과 평화의 현장을 탐방함으로서 국가안위와 평화 통일을 기원하며 안보의식을 고취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며 “특히 국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동서냉전의 부산물인 한반도 분단 현장 DMZ 방문을 대부분 갈망하고 있다”라며 DMZ 관광의 전망을 밝게 내다봤다.
그는 이어 “DMZ관광사업을 하면서 가장 보람찬 일은 경기도 연천지역 5사단 열쇠전망대 일원을 중심으로 평화안보현장체험사업 ‘철책선 걷기와 평화기원 리본달기 및 병영체험’ 프로그램을 관계기관의 협조 아래 국내 248km DMZ 일원 관광상품 중에서 최초 상설화해 운영한다는 자부심과 긍지”라며 “일반 여행사들은 자유롭게 관광상품을 출시‧판매할 수 있지만 DMZ 및 민통선관련 상품은 아이디어가 좋아도 안전과 보안이 전제가 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접경지역 민통선내의 군보안 및 안전을 필요로 하는 지역이므로 이해해야 하는 부문”이라며 아쉬움을 내비췄다.
그에 5년 후 혹은 10년 후 바람과 포부에 대해 물었다.
그는 “전문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해 DMZ를 제대로 알리고, 소식지를 및 DMZ 관광을 종합적 정리한 책을 출간하고 싶다”며 “국내 태부족인 DMZ 전문 안내사 교육과정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문적인 안보 및 생태해설사를 양성하고 싶다”며 온통 DMZ 관련 답변만 돌아왔다.
지나온 그의 20여년이 DMZ과 함께 했듯 그에게 있어 DMZ는 일생을 같이 걸어갈 영원한 친구일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