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A양은 최근 ‘대포통장(남에게 통장명의나 통장 자체를 빌려줘 음성적 거래에 사용되도록 하는 은행 통장) 개설 우려 인물’로 찍혔다며 금융감독원에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최근 등장한 ‘정기예금 반+지수연동예금 반’을 주문하러(정확한 상품명은 e-챔프 복합예금 3호) 우리은행(053000) ○○○지점에 간 A양. 이 상품은 총액의 반은 안전한 정기예금에, 나머지 반은 원금은 보장되고 지수의 변동에 따라 추가 금리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지수연동예금(이런 상품을 구조화예금이라고도 하며, 흔히 ELD로도 부릅니다)이라 안정적 성향을 가졌다고 자평하는(하지만 실은 추가 금리 같은 것에도 관심이 전혀 없지는 않은) A에게는 적당한 상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장을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절차를 밟던 중에 A양은 묘한 표정을 짓는 행원으로부터 “최근 은행 통장을 만드신 일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A양은 며칠 전 적금을 타 생긴 여윳돈을 예치하러 집 가까운 수협에서 새 보통예금통장을 개설한 적이 있는데, 통장을 짧은 기간 내에 자주 만들면 대포통장 등 우려로 인해 경고가 뜬다는 설명을 듣습니다.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하고 서명을 해 내밀고 무사히 ‘반반’ 주문을 마친 A양. 하지만 어쩐지 서운한 기분은 감출 길 없나 봅니다.
“나더러 대포통장 만들러 온 애 같다고 했어….”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저 이야기에서 금감원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실무상으로 관행적으로 진행되는 부분에서 빠진 설명이 있거든요.
저 사례에서 보듯 시중은행 점포에 가서 구조화예금을 들려고 하면, 자기네 통장을 개설하라고 합니다. 만기가 되면 영업점에 찾으러 오라는 걸 당연시하는 정기예금과는 다소 다른 관행인데요. A양이 저 상품을 만들 때에도 자신은 안전한 정기예금에 플러스 알파를 가입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구조화예금 1건, 정기예금 1건, 총 2개의 통장이 개설된 것입니다.
여기에 만기에 입금될 통장을 만드시라는 권유를 받았고 A양도 그렇게 했다고 합니다. 우리은행 ○○○지점의 이 행원은, 그냥 다른 은행 통장 번호 적어놓으면 안 되냐(타은행에 개설된 급여통장 번호는 외우고 있으니까)는 A양의 답변에, “안 된다”고 했다고 하네요.
역제안으로, 이 행원은 구조화예금의 통장에 함께 들어가도록 보통예금 계좌를 개설해주겠다고도 했다고 합니다(물론 이러저러한 이유로 A양은 결국 다른 보통예금통장 하나를 하나 더 발부받아, 총 3개의 통장을 들고 영업점을 나서게 됩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구조화예금, 구조화펀드 등을 시중은행을 통해 만들어 보신 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 자기네 은행 통장을 꼭 연동시키려고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저렇게 구조화예금 통장에 부수적으로 붙는 계좌 넘버를 발급하기도 하고(가상계좌로 볼 수 있는지 구체적인 논리구조는 정확치 않지만) 말입니다.
문제는, 구조화예금을 가입하러 간 사람들은 자신은 안전한 정기예금에(원금보장이 되니) 뭔가 약간 더 색다른 걸 든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 정기예금 통장을 만들러 갔는데 괜히 금감원이 괴롭힌다고까지 흉악한(!) 오해를 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할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심지어 A양은 “아니 만기 1년짜리로 돈이 묶이는 상품인데, 그걸 뭔 대포통장으로 쓰겠어요?”라는 푸념성 대화를 행원에게 하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저 경우라면 멋쩍은 미소만 흘릴 게 아니고, “고객님, 사실은 방금 만든 그 연결된 보통예금 계좌 때문에…”라고 답해 줬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A양 케이스를 들여다 본 저로서는 전체적으로 보면 잘못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마지막 저 부분만큼은 우리은행 측 대응이 2% 미진했다고 여겨집니다.
통장을 유치하려는 욕심은 어느 시중은행이나 다 있습니다. 특히 일반 시민들 생각과는 다소 다르게, 보통예금으로 유치를 하면 많은 이자를 주지 않고도 돈을 유치에 굴릴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안정적으로 맡기는 정기예금이나 적금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저렇게 무조건 우리 쪽 통장과 연결하라는, 없으면 하나 만들라는 (설명도 잘 안 해주고) 식으로 연계성 영업을 하다 보면, 일반 시민들로서는 오해를 할 부분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계예금 들러 갔는데 금감원이 날…”이라고 생각하는 A양 같은 분이 안 생기도록, 보통예금통장 하나 더 권유할 땐 복잡한 구조화예금 설명 듣는 와중에 은근슬쩍 넘기지 말고, 아주 꼼꼼히 설명을 부연해 줬으면 합니다.
추신: 그리고 자기는 정기예금 만들었을 뿐이라는 A양, 그거 정기예금 아니다. 주가지수 급격히 오르거나 해서 사실상 손해 본 거나 마찬가지 결과 받은 ELD 투자자들, 몇 년 전에도 많았단다. ‘양념 반+후라이드 반 통닭’처럼 금융 상품 생각하면 절대로 안 된다는 걸 이번 기회에 유념했으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