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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는 늦고 관행은 답습하고… 우리은행의 여유?

예대율 등 과제 많은데 구태의연 태도에서 접근 우려 높아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4.12 07: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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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예대율 조정, 주요 M&A 이후 닥친 영업 대전 등 이슈가 많은 가운데, 우리은행(053000)이 다소 느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우리은행은 우리금융그룹의 주력 계열사인데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재시동을 추진하는 국면이어서 이런 움직임은 더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그간 힘겨루기를 해 온 스마트 금융 구축이 예고편이었다면 본격적 차세대 먹거리 쟁탈전이 붙을 스마트 점포 개척에서 이런 기우가 제기되고 있다. 연금 시장 등에서도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KB국민은행(105560)은 최근 ‘스마트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개발을 완료했으며, 상반기 내에 실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이 기계는 통장 발급이나 각종 신고와 발급 등 창구직원이 하던 처리 중심의 업무 가운데 90% 이상을 담당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영업상담 인력만 배치하면 기계화된 스마트 점포 운영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직불결제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어 스마트 점포 역시도 수월하게 전산 기능 배치, 운영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점치는 이들이 많다.

신한은행(055550)은 인터넷, 스마트폰 등 비대면을 통해 화상상담에서 상품가입까지 가능한 사이버 영업조직인 ‘스마트금융센터’를 이미 지난 2월 오픈했다.

스마트 점포, 남들 뛸 때 파일럿 테스트

국내은행 중에 처음으로 오픈된 이 센터는 △대출신청부터 실행까지 3시간 만에 온라인상에서 완료하는 ‘스마트론센터’ △실시간 화상상담이 지원되는 ‘스마트펀드센터’ △자산관리서비스 ‘머니멘토’ △가족단위 인터넷뱅킹 ‘패밀리뱅킹’ △맞춤금융거래정보 서비스 ‘스마일’ △생활밀착형 재테크상품 ‘미션플러스 적금’ 대표적인 6개의 스마트금융서비스를 구축을 선포했다.

하나은행(086790)의 경우도 이 분야에 일찍부터 공을 들여왔다. 외환+하나의 중복 점포 문제를 정리하는 와중에서 스마트 점포에 대한 본격 시동을 걸지 않고 있지만, 김종준 행장이 새로 부임한 이후 가진 4월
   
우리은행은 유뱅킹사업단 등을 통해 스마트금융 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다만 스마트점포 추진 등에서 타은행이 치고 나가는 상황에 비해 다소 늦는 게 아니냐는 우려 또한 존재한다.
기자간담회에서 “하나은행이 전자지갑 등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면서 스마트 금융에서 최강자 자리를 고수할 것이라고 피력할 정도다.

영국계인 SC은행도 지난해 12월 디지털 설비를 활용해 고객들의 ‘셀프(self) 금융’을 지원하는 ‘스마트 뱅킹 센터’를 열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경우는 아직 이쪽에서 뚜렷이 비교 우위가 감지되지 않는다. 보안 키패드 가로보기 기능과 태블릿PC에 최적화된 기업 스마트뱅킹 서비스인 ‘원터치기업’을 금융권 최초로 선보이는 등 소소한 몇 가지 편의 분야에서 치고 나갔을 뿐, 중심 줄기에서는 승기를 자기 페이스대로 경쟁 그룹들을 끌고 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스마트 점포의 경우는 국민은행과 비슷하거나 약간 늦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 점포 역시 파일럿 테스트(반응 조사) 중심으로 흐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면서 본격적인 스마트 점포 출범은 늦어질 공산이 크다. 

은행들도 뛰어든 2012년 연금시장 백병전, 우투에게 일임?

금융감독원이 국내 퇴직연금시장 규모가 올해 70조원 내외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시장 가능성이 장밋빛으로 나옴에 따라 은행들마저 퇴직 연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가운데, 우리은행은 이 시장에서도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이 민영화 재시동을 앞두고 타은행권에 비해 느긋한 모습을 보이거나 구태의연하고 과도한 이자수익 추구 등의 패턴을 답습하는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특히 이런 사정은 은행이 금융그룹-금융지주 체제에서 증권사와 보험사를 아우르는 지주사 역할을 사실상 대행하는 타은행권의 모습과 비교당하기 좋은 대목이다. ‘시너지 효과’에서 우리 한국 최고의 금융지주사를 일궜던 우리금융이 오히려 뒤처지고 있다는 뜻도 된다. 이는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이 지주 출범 초기부터 갈등을 빚었던 오래 전 역사와도 겹쳐 볼 때 상당히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하나은행(086790)은 지난 2010년 7월 은퇴TFT(태스크포스팀)을 발족하고 올해 1월 은퇴설계팀을 리테일사업부 내에 신설해 별도 운용하는 등 은퇴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지난해 11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은퇴설계시스템을 통해 은퇴준비를 위한 부족자금을 계산해 주는 등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KB금융(105560)도 오는 8월 개소를 목표로 KB경영연구소 산하에 ‘KB은퇴설계 연구센터(가칭)’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은행에 상당한 사령부 역할을 맡길 태세다. 특히 국민은행 WM본부와 KB생명 영업본부에 신설될 예정인 ‘은퇴설계팀’과의 협업을 통해 ‘은퇴설계패키지상품’ 개발 등 상품 및 서비스 경쟁력 강화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나갈 예정이다.

신한은행(055550)은 지난 1월 4명으로 구성된 ‘신한은퇴연구팀’을 신설해 공략에 나섰다. 이곳은 일반 고객들의 노후 자금 준비 및 관리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은퇴노후 준비 전담조직이다. 퇴직연금사업부와 WM사업부의 유기적인 협업체계를 추구한다.

그런데, 본사 기자의 취재 결과, 우리금융(053000)은 은행보다는 우리투자증권의 ‘100세 시대 연구소’를 활용해 은퇴시장 공략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 높은 예대마진 눈총, 지수연동예금에선 무리수?

이런 상황에 우리은행은 과거와 같은 이자로 먹고 사는 은행 이미지를 탈색하는 문제에서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칫 ‘공공의 적’으로 금융권이 부각되던 상황에서 전면에 홀로 두드러지는 외통수 상황에 몰릴 여지도 있어 보인다.

우리은행의 지난 연말 기준 평균 대출금리는 6.22%로, 평균 예금금리 3.12%를 뺀 이른바 예대마진이 3.1%포인트에 달한다. 국민은행(2.5%포인트)과 신한은행(2.4%포인트)에 비해 상당히 높으며 하나은행(2.2%포인트)에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 벌어진다.

여기에, 우리금융 부실자산비율도 1.96%로 직전연도(3.33%) 보다 크게 개선됐지만 이는 경쟁사인 신한지주(1.25%), KB금융(1.43%)보다는 다소 높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에서도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압수수색을 근래 하는 등, 과거에 감사원 감사 등으로 이미 털어낸 것으로 여긴 상처를 다시 들추는 상황이 빚어진 바 있다.

금융 당국의 방침을 고려하면 예대율을 관리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각 시중은행들은 최대한 대출을 줄이거나 예금을 늘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대출을 줄이는 게 쉽지 않아, 예금 늘리기를 택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데 있다.

   
신한은행 서진원 행장이 여행원들과 함께 온라인상담 기능을 실제로 가동해 보고 있다. 스마트금융의 최고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점포를 원활히 안착시키려면 전문적인 상담이 일반 행원이 없는 점포나 집에서도 아무 불편없이 진행 가능해야 한다는 난제가 있어 각 은행들이 자존심을 걸고 시스템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9일부터 우리은행이 기록적으로 주가연계예금(구조화예금, ELD)에서 최대 27% 비율까지 거둘 수 있는 상품 판매에 나선 데다, 정기예금과 5:5 판매 등 여러 조건을 내건 점(이 경우 일선 점포 방문 개설의 구조화예금 최소분이 50만원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 통상적으로 구조화예금은 온라인 가입이 아닌 경우 100만원 이상으로 하는 것이 통례)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문제는 우리은행의 이런 노력이 이미 2008년경부터 ELD에 역마진을 볼 수도 있는 금리까지의 특판 정기예금을 ‘끼워파는(이렇게 해서라도 총체적으로는 안정을 구할 수 있다는 구조)’ 영업 형태로 비판을 받아온 옛 방식이라는 데 있다.

다른 은행들이 이제 ELD 판매에 있어 신중을 기하는 모습인 점과는 다소 상반되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은 서진원 행장 취임 이후 ELD 등 판매에 있어 ‘적합성의 원칙’을 적용하면서 ‘공의로운 은행’, ‘따뜻한 금융’이라는 신한은행 더 나아가 신한금융그룹 이미지와 부합하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과거 스타일에 안주하고 있다는 오해를 어떻게 불식시키고 영업 대전에서 이미지와 실리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