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수원 토막살인 사건 때문에 나라 전체가 분노에 휩싸였다. 살인자가 계획적으로 저지른 범죄로 밝혀졌지만, 이 살인자는 길가 전봇대 앞에서 피해여성과 부딪히는 바람에 일이 촉발됐다고 저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런 마당에 이런 변명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황당함에, 보도를 접한 이들은 다시금 치를 떨었을 것이다.
이 끔찍한 사건은 그 실상도 충격적이지만, 112긴급신고전화 즉, 사건 신고·접수 시스템의 어처구니없는 측면도 이만저만한 문제가 아니었다. 피해 당사자가 살해되기 수 시간 전 112 신고에 성공했지만, 112 측은 집주소만 몇 번씩 되묻고, 급할 것도 없는 질문 등을 해대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또 출동에 나섰지만 허탕만 쳤던 경찰의 우왕좌왕 행태까지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불똥이 경찰로 튀었다.
살인자의 변명도 그렇지만, 수수방관 했던 경찰 관계자들도 졸렬한 변명을 입에 올렸다 하니, 참으로 열불이 나는 일이다.
기자가 112에 전화를 해봤다. 대기자가 몇 명이고, 대기시간이 얼마 남았다는 자동응답 멘트가 먼저 흘러나왔다.
112는 말 그대로 긴급할 때 연락을 취하는 곳이다. 112 전화에서 ‘대기시간’이라니…인력·예산 부족 등으로 자동응답 시스템을 쓸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해하지 못 하는 바 아니지만, 긴급신고 첫 대응이 자동응답이라는 데 대해선 문제 제기를 아니 할 수 없는 일이다.
참혹한 사고가 벌어진 후 경찰이 출동하는 분통 터지는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원한다면, 시스템을 통째 뜯어 고치는 일은 당연지사다.
문제는 또 있다. 112 신고 접수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이 있긴 하지만 여러모로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전문적인 교육이 실시되고 있지도 않다 한다. 상담 경찰관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인데, 현재 112 직원들은 근무일정이 타이트하게 짜여 있고, 24시간 운영을 위해 3부제로 근무하고 있다. 상담 경찰관 한 명이 교육을 위해 빠지면 그 부족분을 나머지 경찰관이 메워야 하는 처지다. 인원 부족으로 신고 전화 자체를 못 받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셈이다.
서울지방경찰청 한 간부는 10일 기자와 통화에서 “112센터 문제점을 관리하기 위해 인력 충원과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도 했었지만 고위 관계자들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만일 이번 수원 토막살인 사건이 없었다면 교육 강화나 인원 충원에 대한 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경찰은 뒷북치는 모습이 아닌, 늘 대비하는 태도로 시민 안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