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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건강카페’ 장애인 일터 인기만점 현장

장애인·비장애인 어울린 ‘건강카페’ 편견 해소의 ‘장’

이혜연 기자 기자  2012.04.10 08: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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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 전국 장애인 등록현황은 251만9241명. 대전시 장애인만 해도 7만1626명으로 최근 5년간 19.4% 증가했다. 대전시는 급증하는 장애인을 위한 대책 마련의 일환으로 일자리 창출에 관심이 뜨겁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사업은 ‘건강카페’. 이름만 듣고선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세워진 카페로 보이지 않지만, 이미 이곳은 대전 내 입소문을 타고 유명세를 띤 카페로 성장했다. 일명 ‘착한 사업, 착한 카페’로 불리는 건강카페를 보기 위해 대전시를 직접 찾았다.

지난 4월5일 오전 서울역에서 KTX를 타기 위해 열차에 몸을 실었다. 꽤 멀게만 느껴졌던 지역이었지만 잠시 눈꺼풀 감은 사이에 이미 대전역에 도착했다.

따스한 햇볕아래 아직은 바람이 차갑게 불고 있었지만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마침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재학생들이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모금행사를 펼치고 있었다.

주머니에 들어있던 현금을 모금함에 넣고 자세히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학생들은 “장애인과 함께 어울러 사는 세상이 돼야 한다”며 ‘장애인은 내 친구’라는 문구를 크게 붙인 채 많은 학생들이 외치고 있어 그 장면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대전시에선 이미 ‘장애인’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생각을 갖고 대전시청으로 향했다. 대전시청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열린 공간’이었다. 1층 시민 몰(전시실, 어린이집 우체국, 매점), 2층 전시실, 20층 복합문화공간(하늘도서관, 하늘마당) 등 대전시와 시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다. 그 중 시청 로비 중앙에 위치한 ‘건강카페’를 방문했다.

건강카페 ‘더치커피’ 소통 밑거름

지난 2010년 10월 대전시청에 행사가 있었다. 바로 ‘건강카페’ 오픈식을 가진 것. 대전시 염홍철 시장은 ‘건강카페’를 설치하게 된 이유를 일본 삿포로시청 내 소규모 카페에서 장애인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무엇을 드릴까요” 건강카페에서 근무하는 장애우가 주문을 받고 있다. 건강카페는 이미 대전시 내 7호점까지 설치됐으며 총 29명의 장애인들이 취업에 성공했다.

건강카페 1호점(대전시청점)을 방문해보니 커피콩의 고소한 향기가 곳곳 스며있었다. 최근 ‘건강카페’에서 상표 등록한 깔끔한 문구아래 직원들의 분주한 모습과 여유롭게 음료를 마시는 고객들의 모습이 보였다. 

서울 카페에서 흔하게 마실 수 있는 ‘아메리카노’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느껴보기 위해 직접 주문을 해봤다. ‘건강카페’는 아메리카노 음료가 아닌 일명 ‘더치커피’로 불리는 커피를 소개해줬다. “과연 장애인 직원들이 만든 커피가 맛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더치커피’를 한 모금 마셔보니 기존 ‘아메리카노’보다 연한 맛이 입안에 맴돌았다. 이유를 물어보니 커피원두를 ‘한울타리’라는 사회적 기업에서 생두를 직접 갈아 매장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

커피를 마시면서 카페를 바라보니 장애인 직원들은 “안녕하세요”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를 반복했다. 이들은 직업재활훈련을 1년간 받았기 때문에 고객을 마주하는 법, 대화하는 법 등을 터득해 사람과 사람의 소통하는 법을 스스로 알아가고 있었다.

건강카페는 이미 대전시 내 7호점까지 설치됐으며 총 29명의 장애인들이 취업에 성공해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누리고 있다. 이들은 업무를 나눠 각자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건강카페’의 가장 중요한 강점.

건강카페는 유명세를 타고 이미 광주, 포항, 충북, 인천, 부산 등 전국 지자체에서 견학방문과 벤치마킹을 시도하고 있으며 ‘장애인 일자리 사업’과 ‘소통 공간인 카페’를 결합시켜 장애인 일자리로 새롭게 정착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저소득 장애인들에게 생계비·수술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수익금 대부분이 장애인복지 사업에 재투자가 돼 ‘돌고 도는 착한사업’으로 불리고 있다.

사회적 기업 1호 ‘한울타리’

사람들은 ‘사회적 기업’이라는 의미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회적 기업을 생동감 있게 느껴보기 위해 대전시 사회적 기업 1호인 ‘한울타리’를 방문했다. 지난 2002년 10월에 개소한 한울타리는 총 33명의 장애인 근로자를 통해 다양한 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행복합니다” 한울타리에서 근무하는 장애우들이 독거노인 밑반찬 배달서비스에 앞서 밑반찬을 싸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정신장애인 자원봉사단’을 구성해 독거노인 밑반찬 배달서비스부터 사랑의 김장나누기, 간식 제공 자원봉사 등 취약계층을 찾아 사랑과 행복을 전달하자는 취지로 이와 같은 사업을 활발히 해왔다.

건강카페에 판매하는 다양각색 빵들을 바로 ‘한울타리’에서 제조한다는 말을 듣고 직접 제조하는 모습을 살펴봤다.

이들은 오전 12시까지 빵과 쿠키를 제조한 뒤 건강카페로 신선한 빵들을 보낸다. 오후에는 다음날 만들 빵과 쿠키의 밑 작업과 포장작업을 하는데,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코끝으로 달달한 향기가 느껴졌다.
   
“누가누가 잘하나” 오전 12시까지 빵과 쿠키를 제조한 뒤 건강카페로 신선한 빵들을 보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울타리에서 제조된 빵과 쿠키는 모두 우리 밀(쌀)로 만들어 초·중·고교 급식과 기업체로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다음으로 건강카페에서 마셔봤던 더치커피의 원액을 만드는 장면도 지켜봤다.

‘건강카페’ 로고가 새겨진 상표를 직접 등록해 사용하고 있는 더치커피는 직접 구매도 가능한 상품이다. 이는 주원료인 원두를 소비자 특성에 맞춰 블랜딩을 해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장애인 근로자는 볶은 원두, 액상커피, 베이커리, 쿠키, 천연비누, 더치커피 등 다양한 제품을 직접 제조해서 판매한다.

한울타리는 음식을 만드는 공장이기에 최신식 설비와 쾌적한 작업장을 구축하고 있다. 안전모, 마스크, 금속 탐지기 등 위생 용품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며 매 시간마다 위생 교육을 반복 진행한다.

대전시 공무원을 비롯해 한울타리를 후원을 해주고 있는 사람들은 “월 1만원씩 후원 계좌를 틀고 후원을 해주고 있으나 이는 단순히 주는 후원이 아닌 그들의 생산품을 구매해주는 후원으로 후원자와 후원을 받는 사람 모두가 행복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장애인’이란 선입견을 나도 모르게 갖고 있었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린 ‘건강카페’를 방문한 뒤 편견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 말하는 것이 서툴고 표현하는 데 미숙한 이들이지만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의지는 대단했다.

비록 아직 장애인 일자리의 폭은 매우 미흡한 수준이지만 향후 이와같은 장소들이 많이 늘어갈 것으로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