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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재력가 조충훈, 3년묵힌 200만원 선거철 입금

박대성 기자 기자  2012.04.10 06:3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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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 조충훈을 대신해 입금된 조모씨의 200만원 입금 통장.
[프라임경제] 부동산 재력가로 알려진 전남 순천시장 보궐선거 조충훈 후보(무소속)가 자신의 건물에 세들어 장사하려다 파기한 3급 여성장애인의 계약금 200만원을 돌려주지 않고 3년5개월간이나 버티다 선거에 출마하면서 갑자기 되돌려 준 것으로 드러나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책임방기라는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3급장애인 최모씨(50.여)가 9일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한 사실로, 최씨는 지난 2008년 10월께 순천시청 부근 조충훈 후보 소유의 건물에 식당을 차리려다 포기한 뒤 조씨 측에 전후 사정을 얘기하고 정중히 계약금 반환을 요구했다고 한다.

계약파기의 경우 원칙적으로 계약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는 조충훈 후보 측의 주장은 나름의 법에 근거한 것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씨가 자신의 표현대로 '피같은 돈'이라는 200만원의 반환을 요구한 것은 "명색이 시장님" 소유 건물이라는 국민 정서에 기댄 면이 없지 않다는 토로다.

조충훈 후보는 당시 노관규 시장 이전에 한차례 순천시장을 역임(2002.7~2005.12) 했던 인물로 '뿌리깊은 박물관'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임기를 못채우고 징역 4년에 9200만원을 추징당하고 수감됐다 2008년 8.15 광복특사로 석방된 뒤 이번에 시장에 재출마했다.

최씨가 그 건물을 빌려 식당을 차리려 한 때는 조충훈 전 시장이 교도소에서 출소한지 2개월 쯤 되던 시기였다.

조충훈 후보는 사업가 겸 정치인 부친(고 조규순)의 후광 아래 다수의 부동산과 사학재단을 소유한 순천의 재력가로, 순천시장 선거에 다시 출마하면서 선관위에 신고한 공식 재산은 26억여원이다.

최씨의 주장을 옮기면 이렇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3급 장애인이 된 최씨는 지난 2008년 10월24일 장애인협회 소속 장애인들을 건사하고 수익사업을 벌일 생각으로 순천시청 근처 조충훈 전 시장 소유의 상가건물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200만원을 폰뱅킹으로 송금했다.

최씨는 국가보조금 한푼 못받고 있다는 장애인단체 운영난을 덜어볼 요량으로 식당개업을 준비했으나, 여러명의 이전 식당 임차자와의 명의변경 등의 복잡한 절차에 치여 식당개업을 포기하기로 마음 먹기에 이른다.

그는 식당사업을 접기로 하고 어려운 가정사정을 호소하며 계약금 200만원 반환을 요구했으나, 조충훈 전 시장의 집사는 부동산법을 들먹이며 되돌려줄 수 없으며, 받고 싶으면 건물주(조충훈)에 직접 청구하라며 차일피일 미뤘다는 것이 최씨의 주장이다.

최씨는 당시 심경에 대해 "200만원이 장애인들에게는 2억의 가치보다 크다"면서 "그래도 한 고을의 수령을 지낸 사람인데 설마 돌려주지 않으리란 예상을 전혀 하지 안했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200만원의 금전이 2000배 이상의 박탈감과 약자의 비애가 돼 분노로 쌓여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울분을 억누르던 최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식당계약 1년6개월 쯤 되던 2010년 초에 조충훈 전 시장 재단소유의 모 학교로 찾아가 조 전 시장의 아내(교장)한테 찾아가 장애인단체 대표의 경제적 궁핍을 호소하며 반환요청을 했으나 또 다시 매정하게 거절당했다고 털어놨다.

최씨는 당시 상황을 기억하며 조 전 시장의 아내에게 '악담'을 퍼부었다고 표현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남편분(조충훈)이 옥살이 한 사실에 대해 보좌했던 사람들 죄를 짊어졌을 것이라는 긍정의 마음을 가졌던 사람으로서 직접 겪어보니 과연 듣던대로 시민들 말이 맞는 것 같네요. 소위 한 고을의 수장을 지낸 분이 어떻게 장애인 돈을 먹을 생각을 합니까. 앞으로 정치 안할겁니까?"라고 따져 물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조 전 시장의 아내는 "(정치)다시 안합니다. 이런말 다른데 하고 다닐거요?"라고 쏘아 붙였다고 증언했다.

3년이 넘도록 '200만원 응어리'를 짊어진 최씨는 선거를 앞둔 이달 초 순천시장에 재출마한 조충훈 후보의 여성운동원으로부터 "도와달라"는 지지전화를 받자 자신도 모르게 3년여 쌓인 감정이 폭발해 "도덕 불감증인 그런 사람이 순천사람들을 얼마나 무시하면 또 시장을 하려고 하냐"며 일면식도 없는 그 여성운동원에게 악담을 퍼부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최씨와 친분이 있는 지인이 이틀만에 전화를 걸어와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통장 계좌번호를 보내달라"고 말해왔고, 최씨는 '혹시나' 하면서 계좌번호를 알려줬더니 다음날(4월4일자) 조모씨 명의(사진 참조)로 200만원이 순식간에 입금됐다며 조 후보 측의 주도면밀함에 혀를 내둘렀다.

조충훈 전 시장 가족이 이름 돌림자에 '훈(勳)'을 쓰고 있어 조충훈 전 시장을 대신해 직계 가족이 보낸 것으로 최씨는 추정을 하고 있다.

최씨는 임대차 계약금 200만원을 3년5개월 만에 되돌려 받았지만, 기분이 좋기는 커녕 사람을 갖고 노는것 같아 불쾌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이에 대해 "지난 3년 이상을 몇 사람이 찾아가 그렇게 사정하고 애원해도 냉정하게 거절했던 사람들이 선거에 나오면서 표를 의식하고 잠시의 소요를 막기 위해 입금해줬지만 나중에 어떤 명분으로든 돈을 돌려받기 위해 나를 처벌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된다"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부동산법을 내세우며까지 돌려주지 않고 종결된 돈을 선거때 돌려준 것은 '선거 방해 말고 조용히 입닥치라'는 식으로 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며 불쾌해 했다.

선거철에 뭉칫돈을 입금받은 것이 혹시 선거법상 오해의 소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최씨는 순천시 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조충훈 후보측과의 통화내역과 문자메시지 등의 증빙서류를 제출했다고 한다.

최씨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나는 정치에 문외한이며 또한 관심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이라고 소개하며, "많은 것을 넘치도록 소유한 강자가 근근이 살아내는 약자의 그 작은 것 마져도 빼앗아 버리려는 비정한 도덕심으로 어떻게 시민의 아버지가 되려 하느냐"며 민감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 순천시 선관위는 접수된 여성장애인의 식당계약금 지급과 관련한 내용을 경찰서에 이첩, 현재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