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내외 악재가 쏟아진 국내증시에 ‘검은 월요일’이 재현됐다. 9일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보다 31.94포인트(1.57%) 급락한 1997.09로 마감했다. 심리적 저지선인 코스피 2000선이 붕괴됨과 함께 코스닥 지수 역시 3% 넘게 추락하며 500선 아래로 밀렸다. 코스닥 지수 5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해 12월 28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국내증시를 패닉으로 몰고 간 것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쏟아진 악재들이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외국인의 대규모 선물 매도에 따른 수급불안이었다. 오는 12일 옵션만기를 앞두고 외국인의 공격적인 선물 매도세에 프로그램매물, 특히 차익성 매물이 몰리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 현물시장에서 외국인은 657억원, 기관은 77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특히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5000억원 가까운 물량을 쏟아내며 물량 부담을 안겼다. 상대적으로 저가매수 공세를 취한 개인만 2300억원 이상 ‘나홀로’ 순매수를 기록했다.
프로그램매매에서는 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 모두 1000억원 이상 순매도세가 이어졌다. 차익거래에서 1071억200만원, 비차익거래에서는 1291억9800만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음식료업이 0.95% 상승한 것을 빼고 모든 업종에 파란불이 켜졌다. 10% 이상 밀린 디아이가 포함된 의료정밀 업종이 4.17 급락했으며 건설업, 종이목재, 기계, 증권, 운수창고, 소형주 등도 3% 넘게 추락했다.
은행, 금융업, 중형주 등도 2% 넘게 하락했으며 보험, 의약품, 전기전자, 철강금속, 지배구조우수기업, 화학, 비금속 광물 등도 2% 가까운 낙폭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현대차의 강세가 유독 돋보였다. 현대차는 지난 주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데 이어 이날도 전일대비 1.51% 상승하며 26만8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총 순위 15위권 내 종목가운데서는 강세 마감한 현대차와 보합을 기록한 SK이노베이션을 제외하고 전종목 내림세를 기록했다. 하이닉스가 4.10% 급락한 것을 비롯해 현대중공업과 현대모비스, LG화학, 삼성생명, SK금융 등이 2~3% 하락했고 삼성전자, 포스코, 신한지주, NHN 등도 1% 넘게 주가가 밀렸다.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과 성수기 진입에 따른 중국 소요 회복 기대감으로 화학주가 동반 강세를 보였다. 금호석유가 1% 넘게 상승했으며 카프로도 소폭 강세를 기록했다. 반면 호남석유는 장중 하락 반전해 2% 이상 하락했다.
북한 로켓 발사 준비가 완료단계에 이르렀다는 소식에 방산주도 나란히 상한가를 쳤다. 휴니드를 비롯해 코스닥 상장종목인 스페코, 빅텍 등도 상한가를 기록하며 초강세를 보였다.
고부가 아웃도어 의류주문이 집중되는 2분기 성수기를 맞아 관련 종목인 영원무억이 7% 가까이 급등했으며 사우디 e-러닝 솔루션 사업 수주와 여수엑스포 IT 인프라 구축사업 담당자라는 사실에 관심이 집중되며 SK C&C 역시 4% 가까이 급등했다.
반면 LG이노텍은 LED 사업 부문의 연내 흑자전환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에 5% 넘게 주가가 빠졌고 코오롱인더 역시 미국 듀폰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기각됐다는 소식에 4% 이상 급락했다. 전일 개장 직후 공모가를 크게 웃돌며 상한가로 직행했던 코오롱머티리얼은 상장 2거래일 만에 하한가로 주저앉으며 2만2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대내적으로는 수급 악화와 대외 악재까지 겹치며 국내 증시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 공용지표에서 신규 취업자수가 12만으로 시장 예상치인 20만3000명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미국 경기, 고용회복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하나대투증권 이영곤 연구원은 “주요 이평선 밀집 구간에서 방향성을 찾던 시장이 부진한 경제 지표에 급락했다”며 “마땅한 상승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과거에 비해 2000선에 대한 지지력은 다소 약해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당분간 시장 안정을 확인하면서 실적 호전주를 중심으로 단기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는 상한가 8개 등 143개 종목이 상승했으며 하한가 22개를 비롯해 704개 종목이 하락했다. 49개 종목은 보합을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심리적 지지선인 500선이 무너지며 패닉에 빠졌다. 9일 코스닥 지수는 전일대비 16.61포인트(3.30%) 급락한 486.80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가 500선 아래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2월 28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개인이 190억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지수방어에 나섰으며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매도에 밀려 역부족인 모습이었다.
전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하한가까지 밀린 유성티앤에스를 비롯해 운송 업종이 7.61% 추락하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 밖에 소프트웨어, 코스닥신성장기업이 5~6% 하락했으며 비금속, 통신서비스, 출판/매체복제, 인터넷, IT소프트웨어, 건설, 정보기기, 코스닥 중견기업, 일반전기전자, 화학업종도 4% 이상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역시 약세 마감한 종목이 즐비했다. 보합을 기록한 셀트리온과 1.08% 상승한 인터플렉스를 제외하고 시총 순위 15위 내 종목은 모두 내렸다.
안철수 연구소가 12.72% 추락하며 9만원대로 밀렸고 다음, 서울반도체, SK브로드맨드 등도 3% 이상 하락했다. CJ오쇼핑, 포스코ICT, 에스에프에이, 골프존 등도 2% 넘게 나렸다.
이런 가운데서도 차량용 블랙박스 시장에 대한 성장 기대감으로 관련주는 강세를 기록했다. 팅크웨어, 파인디지털 등이 5% 이상 상승했다.
그간 상승세가 지지부진했던 메디포스트가 다음 달 연골재생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을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에 상한가까지 치고 올라갔다. 관련주인 알앤엘바이오, 차바이오앤 등도 동반 강세를 기록했다.
총선을 이틀 앞두고 선거 관련 테마주는 일제히 급락했다. 각종 정책, 인맥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했으나 재료가 소멸되기 전 대규모 차익실현 물량이 몰렸기 때문이다.
솔고바이오, 엔피케이가 가격제한폭까지 밀린 것을 비롯해 대표적인 ‘문재인 테마주’인 바른손도 하한가까지 급락했다. ‘박근혜 테마주’인 EG, 아가방컴퍼니, 보령메디앙스 등도 크게 하락했다. 프럼파스트, 대주산업 등 세종시 테마주와 가비아, 인포뱅크, 이루온 등 SNS 관련주도 동반 급락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는 상한가 16개 등 148개 종목이 상승했으며 하한가 31개 종목을 비롯해 828개 종목이 내렸다. 33개 종목은 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