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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들이닥칠 ‘물가 대공습’ 어떻게 막을까?

기재부 보고서 유로존 세금조정 보고서 주목할만…유류세 논쟁 경험 전화위복해야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4.09 13: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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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1일 총선 열풍이 끝나면, 이번에는 곧바로 물가인상 태풍이 찾아온다. 유통업체들이 그 동안 억제했던 제품가격 인상을 줄줄이 예고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도 공공요금 올리기에 나서 액화석유가스(LPG), 버스 등의 요금도 들썩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물가 안정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더욱이 현재 당국의 물가 관리 시스템이 허점이 많은 터라 지금의 상황은 총선 이후 올 몇 가지 타격이 겹치면 걷잡을 수 없이 붕괴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단 지표만 보면, 정부가 물가 고삐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의 소비자물가는 정부의 보육료 지원, 무상급식 확대 실시 등에 힘입은 것으로 버거운 장바구니 가격은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교통요금 상승에 공공물가 인상까지 겹치면 앞으로도 체감경기 사정은 풀리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유류세 논쟁으로 본 물가 해법 ‘시각차 팽팽’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논의가 집중적으로 진행되어야 하지만, 유류세 논란에서 보듯 당국과 연구기관, 업계, 시민단체 등의 입장이 날카롭게 대결하면서 끝없는 논쟁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지난달 말 ‘유류세 불공정 폭로’ 기자회견을 갖고 유류세 인하 필요를 강하게 제기했다. 서민들이 소득의 13%를 유류세로 내고 있어 경제 부담이 크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구매력을 기준으로 할 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대비 우리의 유류세 부담 비율이 지나치게 크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기획재정부가 반박하는 자료를 냈다. 한국조세연구원의 6일 ‘에너지 세제의 현황과 정책 과제’ 보고서는 오히려 유류세 인하가 에너지 과소비 상황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 보고서는 “유류세 인하는 에너지 소비만 늘릴 수 있다”며 “이는 고유가 대책이 되기 어려우며 똑같은 고유가에도 우리나라 고통이 선진국보다 큰 이유는 에너지 소비 비만증 때문”이라고 납세자연맹 주장을 사실상 겨냥했다.

정유업계는 사실상 ‘거대 담론화’ 될 뻔 했던 비상 국면에서 ‘숫자 싸움’으로 이번 논쟁이 흐르는 걸 즐기는 상황이다. 지금처럼 흐르다가 유류세 논란이 잠잠해지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론은 세금을 더 걷을 것이냐 아니냐 ‘해묵은 숙제’ 풀어야

하지만 이런 상황은 우리만 겪는 것은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역시 근래 우리처럼 유류세 논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류세를 줄여 부담을 줄여주고 경제활동을 활발히 하게 돕자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조세형평위원회 조지 러너 위원은 최근 휘발유값이 갤런당 4달러를 넘으면 자동적으로 유류세를 면제하자는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한 반발로 세수 감소 논란이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일었지만, 다른 방식으로 세금을 더 걷어 복지 문제 등에 들어갈 재원을 해결해야지, 유류세 같이 편하게 거둬들이는 방식을 택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이 숨어있는 논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역시 세금 끼워맞추기, 세수 숫자 싸움에서 정책 대결, 가치관 논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소비세를 부과해 세수 확보를 하자는 구상이 급부상했는데, 현재 같은 장기침체로 체력이 약해진 일본의 경제 사정에서 소비세를 물리면 경기에 타격이 바로 온다는 논쟁이 격렬히 붙었다.

일본 민주당 거물인 오자와 전 간사장 계열 의원들이 대거 사퇴 의사를 밝히고 나선 것이 좋은 예이다. 필요하면 다른 명목으로 세금을 더 걷어야지, 소비세를 물리는 방식은 아니라는 반발인 셈이다. 즉 정부부터 긴축을 할 것인지 적자재정을 그대로 할 것인지, 그 폭은 어떻게 할 것인지 세금을 더 걷는다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더 물릴 것인지 등을 놓고 노선 대결이 활발하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2차 가공업체나 소매업 다루고 공기업부터 관리해야

이런 상황을 보면, 우리의 향후 방향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담세 능력에 따른 과세를 추진할 것인지 등의 고차원적인 해법이 진행될 필요성과,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의 대책을 촘촘하게 짜는 시스템 구상의 재점검 문제다.

우선 물가 대책의 경우만 해도, 이쪽을 잘 관리하면 서민들의 지출 여력이 늘어 유류세 논의 같은 문제가 필요 이상으로 과열된 논쟁으로 변질되는 문제를 막을 수 있다.

물가 잡기에 나선 정부가 좀처럼 승기를 잡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이유도 밀가루·설탕 가격 등에만 집중, 통제하고, 소비자 물가 상승세는 방치했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설탕값이 10% 오르면 1000원짜리 과자는 6.3원 가격인상 요인이 발생할 때 실제로는 10∼20% 뛰며, 한 번 가격 상승 요인 때문에 가격이 올라 버리면 이후 원료 가격 하락 국면이 와도 좀처럼 값이 다시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3월말 지역 활동 시민단체인 대전주부교실이 발표한 지역의 물가 상황 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 위축으로 소매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삼겹살의 경우 오히려 식당 판매가는 200g 기준 지난해 8800원에서 올해 9682원으로 10.0% 오르는 역주행을 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2차 가공업체와 소매업소 등을 상대로 관리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행정안전부는 통계 작성에서 배추·무·된장찌개·돼지갈비·설렁탕 등 5개 품목은 제외하는 등 피부로 느끼는 물가 사정을 다루고 감시하는 데 소홀하거나 이런 의무를 외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석에 따라서는, 통계를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만들기에 급급하다는 비판론도 제기된다.

충북 충주시가 ‘착한 가격’ 음식점을 지정, 독려하는 사실상의 행정지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점이나, 낙농업계와 우유가공업체들이 일명 연동제 시행으로 서로 윈윈하고, 또 소비자 역시 가격 인상 등에 대해 투명하게 원인을 짐작할 여지를 만들어 준 것도 주목할 만하다.

연초에 낙농진흥회는 이번에 도입한 연동제 시행 이후 불합리한 부분이 드러나면 관련 규정 개정을 적극 검토하고, 원유가격 인상이 소비자가격에 즉시 반영될 수 있도록 생산자(낙농인)와 수요자(우유가공업체)가 공동 노력한다는 2가지 사항을 부대조건으로 마련했다. 연동제를 가격 올리기 명분으로만 사용한다는 오해 대상이 아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한 케이스로도 꼽힌다.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을 감시, 공공요금 인상의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것도 방안이다.

예를 들어, 그간 국제유가가 고공 행진을 거듭한 만큼 연료비 연동제가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되면 전기료가 크게 오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전력은 방만한 경영을 한다는 비판에 상당 기간 직면해 온 점 또한 사실이다. 오히려 한전의 영업 스타일을 사실상 그대로 보장해 주기 위해 물가연동 전기세 인상 논의가 진행된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 기획재정부는 8일 올해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공공기관(39개)의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수립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힌 점은 공기업 군살 줄이기에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공기업 방만 운영은 국가부채로 잡히지 않지만 사실상 나라빚은 공기업 마이너스 운영을 해결하지 못하면, 향후 세계경제가 회복될 상황이 올 때 ‘출구전략’을 기민하게 하는 데 발목을 잡을 복병으로 꼽히고 있다는 점에서도 수술이 시급하다.

◆‘선거의 해’도 중요하지만 정책관 마라톤 토론도 절실

이렇게 여러 노력을 병행해도 물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결국은 일정한 세수 감소는 필요하고, 결국 다시 담세총액을 맞추기 위해 어디선가는 새 세원을 발굴해야 하는 문제는 남는다. 총선과 대선으로 시끄러운 선거의 해이지만, 이런 정권 재창출 문제 외에도 정책관을 둘러싼 이론 대결은 장기 과제로 정치권이 의무감을 갖고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의원이 2010년 국회에 제출했던 소득세법 개정안과 같이 과표 1억2000만원 이상을 소득세 최고구간으로 정해 40% 세율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한 논쟁이 어떻게 결론나는가에 따라 재정의 투입 방향과 규모가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획재정부 역시 이런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월25일 발간한 ‘글로벌 정책 리뷰: 유로존 불균형 관련 G20 논의동향’ 보고서에서 기재부는 유로존에서 향후 추진될 논의 방향을 심층분석 한 바 있다.

기재부는 △우선 임금의 하방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고안을 통해 내부 조정을 유도하는 방안 △ 시장 개방이나 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 내는 방안도 연구 중이라고 소개하고 △단일 통화 사용에 따른 개별 국가의 조절 메커니즘이 부재한 상황에서, '세금 조정'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재부는 세금 조정의 부분에 대해, 근로소득세 등 노동에 대한 세금 인하로 노동비용을 줄여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부가세 인상으로 세수를 유지하고 수입재 가격을 높여 수입을 억제한다는 개념이라고 소개했다.

세금조정은 그리스 등과 같이 환율조정이 불가한 유로존 내 경쟁력 취약국들에게 유용한 수단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것이 기재부의 해석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런 정책이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고, 다른 국가들이 유사한 수단을 쓸 경우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점 등 한계도 지적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다른 국가들이 모두 유사한 수단을 쓴다고 하면 이런 상황에서 우리만 세금 조정을 하지 않는 것은 경쟁력을 몇 곱이나 스스로 깎는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즉 외국 여러 나라가 버핏세 논의 등을 한다면 우리만 이에 눈을 감을 수는 없으며, 외국이 세금과 물가 관리를 하는 방향의 시사점을 따 오는 일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유류세, 소비세 논쟁이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만 소모적 논쟁으로 흐른 경험에서 학습효과를 얻어, 물가 대책 스킬과 담론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