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외 환경이 복잡하고 변동성이 클수록 투자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객관적으로 시장과 경기를 읽을 수 있는 눈이 필요한 이유다. 투자 전문가들이 이를 위해 활용하는 것이 바로 경제지표다. 한화투자증권 전문 PB 4인방을 통해 ‘투자나침반’으로 불리는 경제지표를 제대로 활용하는 법을 알아봤다.
유럽발 재정위기 등 최근 대외 환경의 변동성이 여전히 큼에도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은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현재 시장 상황과 경기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이를 근거로 한 투자가 필요하다.
◆PB들이 시장 읽는 4대 경제지표
한화투자증권 소속 PB들은 최근 증시를 유로존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미국의 통화완화 기조 등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에 따른 ‘유동성 장세’가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의 경제지표 호전으로 현지 증시가 상승세를 탔음에도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상승탄력은 다소 제한적인 상황이다.
또 주요 매수 세력인 외국인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등 일부 자동차업종에 집중하는 편식현상으로 업종·종목 간 편가르기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유동성의 힘과 기업실적 개선이 가시화되면 기존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의 전환이 완만히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PB들은 시장과 경기 파악에 중요하게 참고하는 지표로 경기선행지수, 채권금리, 기업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BSI), 변동성지수(Volatility Index·VIX) 등을 꼽았다. 이 가운데 경기선행지수를 특히 중요한 판단 잣대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투자증권 범어지점 현준호 PB는 “경기전망과 그에 따른 장세 판단의 근거”라고 말했다. 역시 범어지점 황영빈 PB는 “특히 주요국 경기선행지수를 같이 살펴보면 각국의 향후 경기상황을 가늠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올림픽지점 김동준 PB는 “일례로 경기선행지수의 하락률 추이가 계속 줄고 있다면 향후 주식시장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채권금리에 대한 활용도 역시 높았다. 국고채 3년 금리나 CD금리, 장기물 금리, TED 스프레드(Spread) 등도 중요한 지표로 이용된다.
◆‘블랙스완’ 이후 VIX 활용도 높아
삼산지점 문헌주 PB는 “채권금리, 특히 장기물은 앞으로의 경기변동을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라며 “장·단기물 간 혹은 신용등급 간의 스프레드 변화 등은 경기 예측 뿐 아니라 위험자산 선호 및 기피 현상 정도 등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문 PB는 “예를 들어 A등급과 BBB등급 채권 간 스프레드가 줄어든다는 것은 위험자산 선호, 부도율 감소, 경기회복, 주가상승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동준 PB는 “런던은행 간 금리인 리보(Libor)와 미국 국채 3개월 수익률 간 차이를 나타내는 TED 스프레드의 경우 신용경색 정도를 나타낸다”며 “스프레스 상승 시에는 유동성이 부족해지지만 반대라면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풍부해진다”고 분석했다.
김 PB는 “최근 흐름은 스프레드 하락 구간이므로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황영빈 PB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블랙스완’이 자주 출현하는 장세에서 변동성을 파악하는 것은 유용하다”며 변동성 지수 중 하나인 VIX지수를 주요 지표로 꼽았다. 블랙스완이란 과거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이 극단적으로 예외적인 사건으로, 발생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말한다.
◆경제지표는 투자여행의 ‘길동무’
문헌주 PB는 기업실사지수인 BS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PB는 “BSI지수는 주관적·심리적 요소가 가미돼 있지만 경영일선에 있는 기업가들의 체감경기 동향을 짚어내기 때문에 향후 시장흐름 판단에 중요하다”며 “단순히 지수가 100을 넘었는지 밑도는지 여부가 아니라 추세적으로 상승 또는 하락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문 PB는 또 “실제 차트를 분석해보면 주가지수와 BSI와의 상관관계가 아주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PB들은 특히 ‘나만의 지표’가 투자에서 자신만의 도구 혹은 원칙을 갖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더 의연하게 대처해 투자 실패를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여 준다고 입을 모았다.
현준호 PB는 “각각의 지표들이 정확한 결과를 보장하기 보다는 단지 참고자료의 의미를 가질 뿐이라도 길이 정해지지 않은 ‘투자 여행’에서 자신과 잘 어울리는 길동무를 갖는 것과 비슷한 의미”라며 “투자자 개인마다 몸에 맞는 경제지표를 찾아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