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두산그룹 경영에서 손을 뗀 박용현 전 회장이 사회공헌활동에 푹 빠져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 3월부터 만 3년 그룹수장을 맡아온 박 전 회장은 ‘형제경영’ 가통에 따라 지난달 30일 동생 박용만 회장에게 두산호 조타핸들을 넘겼다. 맏형 박용곤 명예회장이 10여년간 그룹 회장직을 맡아온 것에 비하면 때 이른 퇴임이었다.
애초 박 전 회장은 다른 형제들과 달리 경영보다 사회공헌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형제들 가운데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박 전 회장이 유일했다.
◆경영보다 봉사에 관심
그가 걸어온 길 또한 일반기업인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외과학 의학박사인 박 전 회장은 1978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대 의대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1998년부터 2004년까지는 서울대병원장을 지냈다.
떠나는 그의 뒷모습에서 티끌의 아쉬움도 찾아볼 수 없었던 것 또한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그룹 등 복수관계자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요즘 서울 종로구 종로4가 연강빌딩에 매일 출근 하다시피 하고 있다. 1993년 3월 두산그룹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설립된 이곳은 복합문화공간으로써, 두산아트센터를 비롯해 계열사 몇 곳이 입주돼 있다.
이 건물에서 박 전 회장이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곳은 연강재단 사무실. 연강재단은 1978년 박 초대회장 유지에 따라 마련된 장학학술법인이다. 박 전 회장은 현재 연강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한국메세나협의회 회장도 맡고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퇴임 직후 온전히 사회봉사에만 정신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음악영재의 사연을 듣고 선뜻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연강재단 박용현 이사장이 직접 서울 종로구 연강빌딩에서 음악영재 이혁(13) 군을 만나 장학증서를 전달한 뒤 이 군을 격려하고 있다. |
사연을 접한 박 전 회장은 곧 재단 측에 “지원 방법을 모색하라”고 지시, 이 군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물심양면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연강재단 비서실 관계자는 “(용퇴 후) 기존 스케줄대로 움직이시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오신다”며 “(회장직을) 그만 두시기 전에도 원래 출근은 매일 하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