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진행하는 리더십 과정에서 사용하는 자료에는 과학적인 측정의 결과가 제시되어 있다.
규격이 정해진 나무 널판자 한 장이 지탱하는 최대 하중이 275kg일 때 동일한 널판자 두 장을 포개어 사용하면 얼마까지의 무게를 지탱해 줄까? 이 경우 실험 결과는 최대 하중이 두 배인 550kg이 아니라 물경 2210kg까지 늘어난다는 것이다.
철새인 야생거위는 먼 거리를 이동할 때 무리를 지어 꺾쇠 모양의 대형을 유지하며 날아간다. 누구나 잘 아는 일이지만 놀라운 일은, 거위가 이 편대비행을 통해 홀로 날 때보다 1.7 배 더 빠르게 난다는 것이다.
철새가 철마다 옮겨 다니며 사는 것은 생존(生存)을 위해서인데, 목적지에 다다르는 시간을 빠른 이동 속도만큼 단축할 수 있다면 생존의 기회는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자연(自然) 속에 존재하는 귀중한 시너지의 지혜를 야생 거위가 찾아 활용하는 실례이다.
리더가 군림(君臨)하는 자리가 아니라 봉사(奉仕)하는 자리인 까닭에 그 시너지가 발현되는 점 또한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시너지는 자연법칙이니 의당 인간계(界)에도 적용되는 것이 마땅하다 할 것이다. 실제로 여러 사람이 모여 한 마음으로 목표를 정하여 매진하면 초인간적인 폭발적 시너지가 발휘되는 사례가 많이 있다.
그러나 인간관계의 또 다른 사례들에서는 역(逆)시너지가 작용하는 경우도 많이 보고되어 있다. 타 부서의 직원을 사정사정 빌려다가 태스크포스팀 만들고 목표를 공유하려고 공을 들였는데도, 결국은 차라리 내 부서의 맘 맞는 구성원 몇 명과 단촐 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이 백 번 나았을 것이라고 하소연하는 팀장들을 자주 보았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따져보면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둘째는 불완전한 커뮤니케이션이 갖는 문제점이다. 인간은 자신의 생각을 언어, 표정, 몸짓 등의 부호로 바꾸어 의사소통 한다. 이 부호 체계가 불완전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부호가 사용하는 주체를 떠나 독립적으로 개념을 형성하여 자유로운 사고를 제약하기도 하고, 의사소통을 의도적이든 우발적이든 왜곡하는 일이 얼마든지 일어나게 된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이러한 모습들이 우화적(寓話的)으로 그려져 있지만, 이것을 우화라고 웃어 버릴 수 없는 의미심장한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도 요즈음 매일 같이 일어나고 있다.
쌍방이 다 좋은 의도로 합의된 목표를 갖고 시작하였으나, 결국 문화충격과 의사소통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여 실패로 돌아간 합작사업을 필자는 여러 번 경험한 바 있다.
셋째는 차이점을 인식하는 시각의 문제이다. 특히 우리말은 ‘다르다’와 ‘틀리다’ 두 서로 다른 개념을 혼동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서, 차이점을 인식하는 지각(知覺) 자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정도가 심각하다 할 것이다. 차이점을 인식하는 태도에는 ‘참는다’, ‘인정한다’, ‘존중한다’, ‘환영하며 축하한다’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종합하면, 시너지는 단기적 성과를 독점하고 싶은 이기심을 장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승-승 마인드로 불식하고, 공감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언어 등 의사소통 도구의 불완전성을 극복하면, 저절로 생겨나는 자연의 선물이므로, 차이점을 축하(celebrate)하는 태도를 갖추어 이를 받아 지니라는 것이다.
무생물계(널판자 겹쳐 놓기), 생물계(야생거위의 꺾쇠 모양 날기)에서 어김없이 나타나던 자연법칙인 시너지 현상이, 인간계에 이르러서는 때로는 폭발적인 정(正) 시너지, 때로는 심각한 부(負) 시너지라는 예측불가능(Erratic)한 현상으로 나타났었다는 것이 지적되었다.
이기심, 불완전한 커뮤니케이션, 차이점을 존중하고 축하하려는 마음가짐의 부족, 이런 것들이 역(逆) 시너지 작용을 일으켜 집단창의력이 생겨나는 과정에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 이를 잘 해결할 수 있는 도구에 캔미팅(Can Meting)같은 것을 빼놓고 또 어떤 것이 있을까? ‘통상적 업무회의’를 열심히 하는 것이 그 대안이었을까?
캔미팅이 Supex 추구 도구로 사용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미 Supex 추구가 이름뿐인 Supex 추구이며, 최종현 회장이 그렇게 싫어하며 경계하던 통상경영법(Conventional Management Method)으로 퇴행한 것이 아닌가, 노파심이 작동되었던 것이다.
[다음 회엔 ‘두뇌활용과 창의력⑤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