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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금융범죄와의 전쟁…왜 메스 들었나?

김석동 금융위원장 주도로 준비 끝, 총선 후 포문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4.06 06: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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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동안 있는 듯 없는 듯 때로 일각에선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평마저 받아온 '친서민정책'이 금융 부문에서 본격 승부수를 띄운다. 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기승을 부리는 고금리 사채업자의 불법 추심 등 민생금융범죄를 근절하려는 범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소탕전이 조만간 개시된다.

정부는 총리실·행정안전부·금융위·금융감독원 등은 물론, 검찰과 경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들도 참여하는 민생금융범죄 단속 플랜을 사실상 완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유기적 연합과 공조를 위해 곧 대검찰청에 특별대책반을 설치하고 단속을 총괄하도록 할 예정이다.

전국에 신고센터, 보복범죄 엄단

   
이번 민생금융범죄와의 전쟁은 전정부부처가 동원되다시피 하는 거대한 플랜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민생 현장 방문시 문제점을 피부로 느끼고 청와대에 건의하면서 계획이 빛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김 위원장의 광주 신용회복위원회 지점 방문시 간담회 장면.

이에 따라 민생금융범죄 피해를 신속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각 지방자치단체, 금감원 등에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대표 신고전화도 만들 예정이다. 사실상 전국에 민생금융범죄 신고센터가 깔린다는 뜻이다.

신고자에 대한 보복 방지대책을 마련하고 불법행위를 자행한 대부업체엔 세무조사 등 강력한 철퇴를 가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박2일 일정으로 서민금융현장을 점검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때 일일상담을 자청하기도 했는데, 고리 사채업자에게 불법추심을 당하거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준다는 사기를 당한 사례 등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생금융범죄의 심각성을 확인한 김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범정부 차원의 긴급 대책이 절실하다고 보고했으며 청와대가 이에 공감, 대책을 마련토록 지시하면서 이러한 대대적 점검안이 윤곽을 드러내게 됐다.

서민금융 경색될까 우려…이미 공급확대 대안도 착수

하지만 이렇게 대대적으로 정부 각 기관들이 나서는 경우, 우려 여론 또한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즉 환부에 메스를 광범위하게 대는 안이다 보니, 부작용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첫째 우려되는 부분은 총선 정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공학적 판단이다. 실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기획재정부의 복지 공약 분석안 제시가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공무원 선거중립성 위배 판단을 내린 일은 정책 판단과 집행 역시 정무적 감각 하에 자제되어야 할 시기라는 점을 방증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4·11 총선 이후 불법 사채 근절 대책을 발표할 방침이라는 점도 명확히 선을 그었다. 구체적 내용의 발표 시기를 총선 이후로 미뤄, 선거 개입 논란을 피하자는 것이다.

두번째 논란은 지하경제가 서민들의 금융 수요를 충족해 온 것도 사실인데 이 부분을 집중 타격하는 경우 경색 모드로 들어갈 자금 시장 상황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대목이다.

당국은 이런 우려 특히 당국이 어설프게 메스를 들이대면서 서민금융이 오히려 어려워진다는 심리적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과도 싸워야 한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미소금융, 전환대출 등 서민금융 공급을 확대해 불법 사금융 수요를 제도권으로 흡수하는 노력도 병행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금융위는 이번 조치에 대해 '긴급조치에 준하는' 특단의 대책 추진이라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만큼, 대응 플랜 역시도 충분히 시뮬레이션한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번 정권의 잔여 임기와 별도로 장기전을 수행할 수도 있다는 각오가 전제되지 않으면 어려운 싸움이므로, 미리 준비가 충분히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미 지난 구랍 30일, 내년도 업무계획을 청와대에 보고하면서 미소금융과 햇살론, 새희망홀씨등 3대 서민금융상품을 통해 지원을 늘리기로 한 바 있다.

즉 연말에 발표된 내년도(즉 2012년 금년) 업무계획은 서민용 소액대출 사업인 미소금융의 지원대상이 확대를 담고 있는 바, 당시 기준에는 저소득층이라도 신용등급이 6등급 이상이면 미소금융 지역재단에서 돈을 빌릴 수 없었지만, 금년부터는 대출할 수 있게 된다고 밝힌 바 있었다.

김 위원장이 금융위 간부들에게 지난달 26일 김 위원장은 26일 회의에서 금융위 간부들에게 과거 기관·시장(산업) 중심에서 소비자·투자자 등 제3의 분야를 중시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집행해 나갈 뜻을 분명히 밝힌 점도 이번 전쟁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던 것으로 새삼 부각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 맥락에서 △학자금 대출에 대한 전환 대출 공급 △ 전통 시장 상인 지원 △ 서민 금융 접근성 강화 등 세부안을 추진하도록 당부했다.

사채와의 전쟁, 범죄와의 전쟁처럼 용두사미 안 되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아이디어가 결국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남기고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채 동결 조치, 노태우 전 대통령 시대의 범죄와의 전쟁 등을 치러본 경험칙에서 오는 것이라 좀처럼 해결하기 어려운 고정관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채 동결 당시 제도권 금융기관의 자금은 국가경제개발이라는 그랜드 플랜을 보조하느라 특정 부문에 투입됐던 만큼 일반 기업이나 서민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고 시중금리의 몇 배를 얹어주고라도 사채시장을 기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1972년 사채 동결 조치를 내리고 당국이 자금 경색 부작용을 풀기 위해, 서민금융 지원책의 일환으로 단기금융업법(단자사)나 신용협동조합법(신용협동조합), 상호신용금고법(상호신용금고)을 제정했다. 당시 일부 사채업자들은 저축은행의 전신인 상호신용금고로 전환했다.

다만 단자사는 결국 시중은행으로 전환에 성공하거나 혹은 사라지는 쪽으로 정리됐고, 상호신용금고는 저축은행으로 바뀌었다가 PF 붐을 타면서 오히려 금융 전반에 주름살을 지우는 원흉이 됐다.

범죄와의 전쟁 역시 정권 임기 말에 흐지부지됐다는 평이 많다.

즉 대책을 만들기 위해 또다른 문제의 씨앗을 키우는 것보다는, 지속적으로 감독을 펼쳐 정권의 교체나 당국자 개개인의 부침 등과는 상관없이 늘 특별 단속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점을 주지시키는 게 절실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심리적 압박, 전방위적 공세 차원에서의 타격이 먼저 집행되어야 할 필요도 높다. 실제로, 금융위는 대부업체의 광고를 규제하고, 불법 추심을 일삼는 미등록 대부업체의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