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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유관기관만 잡지 말고, ‘증권사 배불리기’부터 막아야

이정하 기자 기자  2012.04.05 11: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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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등 금융권 유관기관들이 투자자들의 손실 증가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수료 수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는데요,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었던 금융위원회가 최근 수수료 인하에 적극 나섰습니다.

당초 시장에서는 유관기관 수수료를 10% 수준에서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언론보도에 따르면 유관기관의 수수료 인하는 이보다 훨씬 많은 20~25% 수준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유관기관의 수수료 인하는 아직 금융위와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전일 한 언론보도를 시작으로 알려진 수수료 인하율은 한국거래소 20%, 예탁결제원 25% 정도 내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금융위는 발끈했습니다. 구체적인 수수료율이 확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혜업종 분석 보고서까지 나오고 있으니 그야말로 ‘엎지른 물’이 돼 버린 셈이죠.

화가 난 금융위는 애꿎은 거래소와 예탁원만을 꾸짖었다고 전해지는데요. 유관기관은 뒤늦게 사태수습에 나섰으나 관련 내용을 배포한 증권사와 언론사들은 모두 묵묵부답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한 유관기관 관계자는 “아직 결정이 안 된 사안에 대해 출처도 확인되지 않은 언론보도가 나와 다들 당황한 분위기”라며 “정부 쪽에서 인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은 만큼 최대한 빨리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수수료율 인하는 지난해 실시된 감사원 감사에서부터 지적되고 있는 사안이었죠. 감사원은 거래대금이 해마다 늘면서 자연스럽게 수수료 수익이 증가되고 있는 것을 지적, 이에 대한 인하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유관기관 관계자는 수수료 수익으로는 기관들 운영비도 안 나온다는 토로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유관기관들이 유보금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펀드 등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거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증권유관기관 수수료는 2년 전 20~36% 인하를 비롯해 모두 네 차례나 인하 조치가 이뤄졌었습니다. 공공기관이 나서 시장참가자의 거래비용을 줄여주고 투자자들의 비용부담을 완화시키는 것은 마땅히 칭찬받아야 할 일이죠.

문제는 수수료율 인하가 증권사들 배불리기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관기관 수수료 인하 조치의 원래 취지는 투자자들을 위한 배려였는데요, 정작 증권사들은 증권 유관기관의 수수료 인하 조치에도 매매 수수료 등 투자자가 소요하는 제반 수수료는 내리지 않거나 하나마나한 수준의 인하로 '눈 가리고 아웅'을 하고 있습니다. 즉, 유관기관 수수료 인하가 증권사의 수수료 인하로 이어지지 않는 한 증권사들은 각사의 창고만 채우는 꼴입니다.

물론 유관기관 수수료 인하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등 수수료 인하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데요. 지난해 수수료 수익이 7.2%나 증가해 호황을 누렸던 증권사 입장에서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의 이익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당초 취지와는 다소 어긋나게 되는데요. 증권사를 위한 인하가 아닌 투자자들이 이익을 가져가는 방향으로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