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사람의 신체구조 및 운영원리는 자동차의 구조 및 기능과 거의 흡사합니다. 시각적인 측면에서는 사람의 눈과 자동차 전망 라이트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고, 자동차의 엔진은 사람의 심장 담당을 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면부(프론트)에 자리 잡고 있어 불어오는 바람을 이용해 운행으로 뜨거워진 엔진을 식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 역시 일종의 신장(콩팥) 기능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라디에이터 그릴은 최근 그 역할보다는 다른 의미로써 부각되고 있는데요. 그것이 바로 차량 디자인의 컨셉트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BMW의 키드니(신장, 콩팥) 디자인입니다. 사람의 두 개의 신장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 그릴은 1931년부터 도입됐습니다. 물론 라디에이터 그릴을 블라인드형에서 격자형, 버티칼형 등으로 변화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기본적인 키드니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BMW의 보수적인 이미지는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bmw 5시리즈(왼쪽 상단), 푸조 207gt, 현대차 아반떼(왼쪽 하단), 쏘나타 |
푸조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환하게 웃는 사자의 입 모양에 곧잘 비유됩니다. 푸조의 상징인 사자 문양과 함께 그들만의 개성을 살리는데 성공했죠.
국산차의 대표주자인 현대차도 지속적으로 라디에이터 그릴에 변화를 주면서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사실, 과거 엑센트(1999년)와 아반떼(1995년)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최대한 줄이는 대신 범퍼 부분과 엔진룸 하부가 공기흡입구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는 디자인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 철학과 컨셉트를 가지고 일체화된 룩을 시도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헥사고날과 윙 쉐이프 그릴입니다. 아반떼 및 i30 등과 같은 준중형, 중형, 소형, SUV, 스포츠 계열은 헥사고날 그릴로, 그랜저와 같은 중형 및 대형차 이상에서는 폐쇄형 그릴을 취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두 가지 그릴 디자인을 사용하는 이유는 상당히 많은 라인업에 대해 한 가지 룩을 택하기에는 다양성 측면에서 떨어짐과 동시에 헥사고날 그릴은 대형차 이상에서 사용하기에는 중후함이 모자란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기아차의 ‘타이거 노즈’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죠. 지난 2010년 표절시비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타이거 노즈’는 2008년5월 슈라이어 부사장이 호랑이 코와 입을 형상화한 디자인입니다.
사람의 얼굴처럼 자동차의 첫 인상을 결정하기에 라디에이터 그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5월에 출시될 기아 K9에서는 새롭게 진화한 ‘타이커 노즈’가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