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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아차, 대체 무슨 수상한 단체에 나무 기부를?

‘미래숲’ 기재부 인정 지정기부금단체면서도 ‘회계내역 공개 無’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4.05 09: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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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기아자동차(000270) 덕분에 황사 현상 좀 줄어들까?

   
기아차가 중국의 사막 지역에 식수를 해 황사를 줄이자는 아이디어를 내고, 하이브리드카 출고 고객 명의로 나무를 기부하기로 해 업계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하지만 실행 방법에서 파트너를 잘못 잡았다는 논란이 제기돼 호사다마의 평이 있다. 사진은 기아차 제공.
기아차가 친환경차량을 구매하는 고객 명의로 묘목을 기부, 중국 내몽고 쿠부치사막에 나무를 심어 황사와 사막화를 방지하겠다는 구상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4일 기아차에 따르면, 기아차는 중국 사막 녹화 사업에 노하우를 가진 단체인 ‘사단법인 미래숲’과 함께 K5 하이브리드 4월 출고 고객 이름으로 묘목 1000그루를 기증하는 ‘K5 하이브리드 에코 캠페인’을 진행한다.

기아차는 이날 ‘미래숲’과 만나 묘목 기증서를 작성했으며 기증한 나무는 4월 중 ‘미래숲’이 쿠부치사막에 직접 심고 관리한다.

기아차 관계자가 “고객들의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K5 하이브리드의 친환경성, 경제성을 널리 알리고자 나무 기증 캠페인을 준비했다”고 밝힌 데다, 이번 나무 기증 캠페인은 근래 기아차 홈페이지에서 실시한 아이디어 공모전 사회공헌부문에서 발탁된 고객 제안에 뿌리를 두고 있어 더 뜻 깊다.

하지만 고객 제안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고객과의 소통, 환경 보호 및 국제 공헌 등 일석삼조를 노릴 수도 있었던 이번 사회공헌 활동에 ‘옥에 티’가 발견돼 향후 이 사업 추진 과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래숲, 지정기부금단체면서도 회계나 정관 공개는…

일단 미래숲의 연원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미래숲은 한중문화청소년협회 미래숲에서 2008년 사단법인 미래숲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권병현 대표는 외교관 출신으로, 주중 대사를 지냈으며 한중 수교 당시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명망가가 대표로 있는 데다, 반기문 국제연합(UN) 사무총장 등과의 유대 관계 표시, SK와 KBS 등 많은 후원기관의 링크가 홈페이지 하단에 제시돼 있기도 한 점 더욱이 오랜 시간 동안 중국의 사막을 녹화하는 문제에 천착해 온 전문성 등을 감안하면, 기아차로서는 상당히 관심을 가질 만한 기구일 수 있다.
   
미래숲은 반기문 UN 사무총장,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과의 인연을 강조하고 있지만, 막상 운영 절차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게 하지 못하고 있는 '옥의 티'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지만 몇 가지 허점이 있다.

기아차는 하이브리드카를 구매하는 고객 명의로 묘목을 기부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 경우 실제로 고객의 기부 행위로 처리하든, 녹화지역 내에 묘목을 심는 등으로 명판만 걸고 실제로는 회사인 기아차가 기부의 행위를 하던 간에 기부금의 소득공제 등 문제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법정기부금단체와 지정기부금단체 등 여러 구분이 있는데, 지정기부금단체의 경우 법정기부금단체보다 공제의 처리시 비율이 낮다(기업 같은 경우 손금의 처리비율). 물론, 기부를 할 때 임의단체에 기부를 할 수도 있는 것이고, 기부를 꼭 소득공제와 연계지어 생각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 태도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래숲이 사단법인으로서 명망가가 이끌어 온 유서 깊은 단체이고 기부의 규모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러한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며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 역시 귀담아 들어볼 만한 부분이 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정보를 취합, 일단 사단법인인 미래숲의 위상(기부금의 세금 계산 부분에 있어서의 위치를 말하는 것이지 ‘단체 자체를 평가’하는 것은 아님)을 검토해 보았다.

   
기획재정부에서는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단체들을 관리하고 기부자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아울러 단체에도 기부금 접수 및 운영와 관련, 비용이나 손금 처리를 위해 몇 가지 절차 의무를 두고 있다. 기재부 홈페이지 관련 영역의 화면.
일단 미래숲은 지정기부금단체로 보인다. 금년 3월 기준으로 기재부가 작성한 ‘기획재정부장관이 인정하는 공익성기부금 대상단체’로 표에서 이 사단법인은 일련번호 102번으로 2007년 9월에 서울특별시 쪽 추천으로 기재부 지정을 득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획재정부에서 금년 3월말 기준으로 작성한 자료에 의하면, 미래숲은 지정기부금단체로 관리 대상임을 알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정기부금단체에 몇 가지 준수 의무를 주지시키고 있다. 하지만 미래숲에서는 이를 잘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같은 페이지의 ‘의무이행 및 서식’ 등을 감안해 보면, 이러한 단체는 지정의 반대급부로 영수증 발부 의무 등을 지며 특히 △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 정관에 기부금의 모금 실적 및 사용 내역을 공개한다는 뜻을 기재, 공표하고 △ 그러한 사용 내용을(즉 회계 공개로 볼 것인데) 다음연도 3월31일까지 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막상 미래숲을 둘러보면, 활동 내용을 왕성하게 과시하고 있으나, 회계의 내역을 보면, 실제로 자료를 열람할 수 없을뿐더러(2011년 회계는 큰 글씨로만 돼 있고 막상 클릭으로 자료 공개 등을 하지 않음), 이전 연도들의 자료 역시 ‘준비 중’으로 열람이 불가능하다.
   
미래숲 홈페이지 메인. 여러 기능과 섹션이 있으나, 기획재정부가 지정기부금단체에 요구하는 정관 공개나 기부금 사용 내역 관리 등은 어느 곳에서도 제공되지 않는다. 회계 영역으로 들어가도, 자료가 없이 비어 있다.
   
미래숲 회계 자료를 막상 클릭해 들어가 보면, 자료 열람이 불가능하게 돼 있다. 그렇다고 홈페이지의 다른 영역에서 기부금 사용 내역 등을 다루고 있지도 않다.
   
미래숲은 2011년 회계의 보고를 다음 연도(금년이 됨) 3월말까지도 하지 않고 있으며(기재부 관리 규정 위배), 몇 년 전 자료들도 모두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미래숲의 산하기구로 볼 수 있는 BTD(BILLION TREES IN DESERT)의 경우는 회계를 보고하는 것으로 일단 보인다. 하지만, 오히려 이쪽이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2006년도와 2007년, 2008년 회계 내역이 동일하게 반복(아무리 매년 들어오는 돈이 정확히 같고 사업의 내역과 지출이 똑같아도, 잔액이 이월되므로 적어도 다음 연도에는 이 부분만이라도 숫자가 바뀌었어야 되는데, 그대로 반복 제시)되고 있는 등, 기부금의 사용 내역을 보고한다는 개념 자체가 형성이 안 된 단체로 못 볼 바 아니다.
   
미래숲의 자매기구인 BTD는 그나마 회계 자료를 공개하는 외양은 갖췄으나, 3년분 이상 동일한 자료가 반복되고 있다.
   
전년도와 동일한 자료가 반복되고 있는 장면. 연도의 숫자 부분만 바뀌어 있다.
   
 

유명인 ‘간판’만 보지 말고 홈페이지 둘러보기라도 했다면

실제로 이러한 미비점에 관련, 회계 문제에 늘 신경을 쓰는 상장 기업인 기아차에서 인지할 ‘실력’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홈페이지 열람 등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 정보 수집을 게을리 한 것으로도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울러, 어떻든 기부만 하면 기아차의 기부금 관리 실태 후속관리 의무가 사라진다고 볼 것도 아니다. 왜냐 하면, 일명 ‘원리포트 운동’이 유행을 탈 조짐이 있는데, 즉 국내 기업 경영에 사회공헌과 지속가능경영, 환경경영 노력 등 비(非)재무정보까지도 재무정보에 통합, 공시하려는 움직임이 우리 한국에서도 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재무정보를 구체화해 경영성과에 연계하자는 것이다.

지난 3월16일 언스트앤영 한영회계법인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전반적으로 도입이 확산 추세인 원 리포트를 국내 기업에도 적용하는 방안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런 문제까지 감안하면, 언젠가 기아차가 원리포트를 쓰고 싶어도 대체 관리가 안 되는 단체에 기부를 해 놨으니, 추후 문제가 부상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점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추진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에도 원리포트 문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기부를 하고도 파트너의 미세한 활동 내역 부분 등을 미리 체크하지 못해 오히려 자기 기업 이미지에 누가 되는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서도 이번 일은 단순한 해프닝이면서도 적잖은 시사점을 준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