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며칠 전 신문 기사 하나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복장 위반으로 의회 연단에서 쫓겨난 미 하원의원 바시 러시 민주당 의원에 관한 이야기다.
최근 한 흑인 청년이 귀가하는 길에 히스패닉계 백인 자경단원의 총에 살해되었다. 경찰은 신변의 위협을 느껴 총을 쐈다는 자경단원 말에 따라 그의 자위권을 인정해 체포도 기소도 하지 않았다. 시민들은 청년이 피살 당시 입었던 후드티를 입고 사건의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러시 하원의원은 하원 회의실에서 사망 흑인청년이 입었던 것과 꼭 같은 복장을 하고 연설을 했다. 그는 미국 사회에 잠재해 있는 흑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서 라고 말했다. 회의를 진행하던 공화당 의원은 의사봉을 두드리며 연설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의원은 회기 중 회의실에서 모자를 쓰서는 안 된다’는 하원 복장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결국 러시 의원은 연설을 마치지 못 하고, 의회 소속 경비원들에 의해 연단에서 강제로 끌려 내려왔다.
오죽 했으면 기업은 일류인데, 정치는 사류라고 했을까? 회기 중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지는 폭력사태는 세계적으로 뉴스거리가 된지 오래다. 서로 멱살잡이하는 것은 그래도 양반이다. 툭하면 회의실이나 의장실을 점거하고, 잠겨 진 문을 부스고 열거나, 기물을 부수고, 체류가스를 뿌리기도 했다. 그러고도 그들은 당당했다.
길거리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찰의 단속에 삿대질하면서 항의하는 교통위반 운전자들, 시민들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이 도로를 점거하는 불법 시위대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경찰은 엄정 대처하겠다고 하지만 말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엄정하게 대응하기는커녕 법집행을 기피하거나 두려워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이런 일들을 보면서 심사가 복잡해지는 건 나뿐일까? 언제쯤이면 우리 경찰도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는 날이 올까? 멀어도 한 참 멀었다는 자괴감을 느낀 적이 두 번이 아니다. 위법이든 합법이든 폭력은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폭력적 의사표현 방법이 용인되게 된 배경은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를 수만은 없다. 정말 답답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2009년과 2011년 전국 중학교 2학년 학생 1000~5000명을 대상으로 성인이 됐을 때 각 종 항의활동에 참여할 의사를 물었다. 비합법적인 활동에 참여할 의사가 2년 전보다 5.74%나 증가했다. 예컨대 도로를 막고 항의집회를 하겠다는 의사가 무려 9.03%나 증가했고, 공공건물 출입을 막고 항의 집회를 하겠다는 의사도 4.37%나 늘어났다.
어른들의 바람직하지 못 한 행동을 보고, ‘난 커서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중학생보다 ‘나도 그렇게 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중학생이 늘어났다. 왜 그럴까?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다음 국회에서는 내부 규정을 위반한 선량이 조용히 끌려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우헌기 ACC 파트너스 대표코치 / (전)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 / (전) 택산상역 대표이사